비 오는 날의 보트투어 ( Guntersvil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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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 중, 앨리바마 주 건터스빌이라는 지역이 있어요. 

 

발음이 거너씨의 이름이랑 비슷하게 들려서 가족들은 그냥 '거너쓰빌'이라고 불러요 ㅎㅎ 

 

그곳에는 거대한 테네시 강이 흐르고 있고, 그 강을 따라 경치를 구경하는 보트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에 날을 잡아 가족끼리 다녀오기로 했어요. 

 

근데 그 전날 밤 부터 엄청난 비바람이;;; 

 

한국 땅이랑 미국 땅이랑 다른 건 너무나도 많지만 직접적으로 공포스럽게 와닿은 것 중 하나가, 천둥. 번개예요. 

 

한국은 천둥 번개가 여러 번 쳐도 그 사이에 약간의 텀을 가지고 친다고 생각해요. 

 

번개와 번개 사이에 적어도 5초~10초 정도 사이를 두고 내리치는 걸 많이 봤는데, 미국에서는 그 텀이 없더라고요. 

 

번개가 끊임없이 그냥 1초의 텀도 안 주고 계속 전기가 하늘에서 내리 꽂히는 걸 봤어요. 

 

문 앞에 달아놓은 보안 카메라로 보는데 그런식의 번개를 처음 봐서, 처음에는 번개라고 생각 못 했었죠. 

 

진짜 무시무시하더군요. 

 

천둥 소리도 진짜...와... 한 밤 중에 곤히 자다가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깊이 곤히 자고 있었는데 바로 제 귓전에 천둥소리가 내리 꽂혀서 단번에 눈이 번쩍 떠지는 경험.... 

 

드디어 오늘이 지구가 끝나는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땅덩이 넓은 나라는 천둥 번개도 무시무시하네요. 

 

그렇게 밤 중에 난리를 치고 아침이 되어도 비가 멈추질 않았어요. 

 

이렇게 비가 오고 흐린 날씨에 보트 투어가 가능한가 싶었는데, 투어 회사 쪽에서 그대로 진행 한다고 하길래 빗속에 운전을 하며 갔습니다. 

 

제가 한 건 아니지만 안개가 정말 심해서 가시거리가 10미터도 안 될 때도 있었어요. 

 

보트 투어 한 번 하겠다고 목숨 내놓고 갔습니다. 

맙소사... 안개가 얼마나 심했는지 느껴지시나요. 

 

너무 흐리고 뿌얘서 강 주변 산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할 지경입니다. 

 

본래 날씨가 맑으면 이렇게 보이는 곳인데, 제가 간 날은 도무지 보이는 게 흰 연기뿐이었어요. 

 

이런 날씨 속에서도 투어 약속을 지키겠다며 배를 끌고 와 대기하시는 선장님. 

 

이미 저희가 갔을 때도 앞 팀이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다들 날씨가 흐리다고 투어를 취소하지는 않더군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같은 거나 와야 취소하나봐요. 

 

배 오는 날 배를 타면 비를 다 맞지 않겠냐라고 했는데, 배 위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 괜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실제 전혀 괜찮지가 않았죠. 

천장이 있으면 뭐 하나요. 

 

360도로 옆에 다 뚫려있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비바람이 몰아쳐서 너무 추웠습니다. 

 

당연히 옷도 많이 젖었구요. 

 

그래도 모처럼 기분내겠다며 여럿이 왔는데 죽상을 하고 있으면 안 돼죠. 

 

춥고 비 맞는 건 몹시 힘들었지만 그래도 안개 넘어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은 멋있었어요. 

 

날 좋은 날 왔으면 멋진 사진 좀 건질 수 있었을텐데요. 

 

자연사진의 반 이상은 날씨의 몫인 것 같아요. 

 

연출된 사진이나 실내에서 찍는 게 아니면 날씨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는 걸 새삼느꼈습니다 

 

배를 타고 지나가는 중에 캠핑장을 봤어요. 

 

미국은 캠핑 할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캠퍼들도 흔히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도로를 달리다보면 캠핑카를 끌고, 혹은 그냥 캠핑카 자체를 운전하면서 가는 사람들을 진짜 많이 볼 수 있어요. 

 

은퇴 후에 미국 전 지역을 돌며 캠핑하는 노년층도 꽤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인데도 캠핑장에 모여있는 캠핑카들은 한가득이네요. 

 

어둡다고 나무에 걸쳐놓은 조명까지 키고 있는 걸 보니, 캠퍼들에게 흐린 날씨도 나름 운치있는 날인 것 같습니다. 

이런 고급스러운 저택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뷰가 좋은 곳, 특히 강 옆에는 항상 딱 봐도 비싸보이는 주택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집 자체도 크고 좋아보이지만 강가 바로 옆에 지었기에 집 값이 더 비쌀 수 밖에 없죠. 

 

많은 곳을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 가봤던 곳들 중에 수영이나 카누, 보팅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예쁜 강 경치가 있는 곳은 대부분 고급 주택들이 있었고, 주차장에 슈퍼카가 몇 대씩 보일 정도로 굉장한 부자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특히 플로리다의 국립 공원쪽에 자연 온천이 솟아난 아름다운 지역이 있었는데, 그 주변에 별장을 지어놓고 휴가 올 때 마다 바로 집 앞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완전 부럽부럽이었죠. 

 

얼마정도 모아야 저런 곳에 저런 집을 지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그림같이 나온 이곳은 등대라고 들었어요. 

 

등대지기의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건지 옆에 딸린 집 크기도 꽤나 컸습니다. 

 

날은 우중충했지만 강 주변의 서식하는 새들이나 몇 몇 예쁜 주택들, 그리고 세일러들과 보트에서 인사를 나눌 수 있던 점이 재미있었어요. 

 

보트 투어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괜히 온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서 솟구쳤는데, 막상 1시간 조금 넘게 돌고다니 그래도 오길 잘 했네 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있었어요. 

 

날 좋은 날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흐린 날이라도 와서 다행입니다 :)

 

KakaoTalk_20201103_100715331.mp4
1.76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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