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겁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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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무살 때 어머니의 권유로 면허를 땄어요. 

 

지금은 면허 따기가 조금 복잡해졌지만 제가 딸 때는 조금만 집중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면허를 딸 수 있어서 그냥 운전학원다니면서 한 번에 땄습니다. 

 

운전을 하고 싶어서 딴 건 아니였고, 대학생이 된 후 첫 여름 방학 때, 지금 아니면 나중에 바빠서 딸 시간이 없을거라고 하셔서 그냥 시간도 남길래 면허를 땄어요. 

 

그거라도 안 하면 방학을 너무 어영부영 보내는 것 같은 괜한 죄책감이 들어서요. 

 

당연히 스무살 짜리가 차를 살 능력은 안 됐고, 집에 있는 차를 운전할 기회도 없었기에 꽤나 오랜시간 신분증으로만 면허증을 써왔어요. 

 

다행히 대중교통 잘 되어 있는 한국에서 운전 안 해도 어디든 너무 잘 다닐 수 있었고, 나름 편하게 살아왔는데, 미국 시골에 가니 운전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당장 집 앞 슈퍼가 차로 9분 거리에 있으니 차가 없으면 집 앞에도 못 나가는 상황.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인도 자체가 없고, 길에서 걸어다니면 부랑자로 알더라고요. 

 

부랑자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전을 해야했어요. 

 

제가 미국 가기 전 거너씨가 미리 튼튼한 중고차를 하나 마련해놨고, 가자마자 시엄마.시아빠. 거너씨 돌아가면서 제 운전연습을 도와서 차가 별로 없는 거리는 최대 30분거리까지 운전이 가능해졌지요. 

 

그걸 운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제 차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잘 몰라요; 

 

전진, 후진, 깜빡이, 와이퍼..  이것만 써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조등도 어쩔 땐 못 키거나 끄는 거 잊어버리거나....무튼 그냥 운전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돈데 차가 별로 없는 시골이니 겨우겨우 끌고 다니고 있었죠. 

 

3개월간 열심히 끌고 다녀도 참 익숙해지지 않는 게 운전이었는데, 다시 한국 와서 벌써 몇 달이 지났으니, 또 미국가면 처음부터 다시 연습해야되는.. 초보운전의 굴레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도심과 달리 도로가 넓고, 별로 막힐 일이 없어서 사람들도 제가 좀 거북이처럼 운전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받아주는 편이었고, 주차는 정말 맹인이 주차해둔 것마냥 해두지만, 역시나 주차공간이 넓으니 크게 문제될 일이 없어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미국에서 운전하는 장점이겠죠. 

 

그런데 그 시골에서 운전하면서 정말 신경쓰이고 무서웠던 게 있는데, 바로 도로 위에 뭐가 튀어나올 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물론 한국에서도 도로를 달릴 때 다른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골목길은 자전거에 애들에 뭐에 부딪힐지 모르니 정말 조심해야되죠. 

 

그런데 거긴 사람들은 다 차를 타고 다니니 사람이 튀어나오거나 자전거가 튀어나올 일은 없는데, 동물 사체가 튀어나와요 -_- 

 

거짓말아니고 5m에 한 번씩 동물 사체가 보이더라고요. 

 

미국에서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스컹크 방귀냄새도 맡아봤어요. 

 

스컹크가 흔한 동물인지 스컹크들이 도로에서 참 많이 죽어나가더라고요. 

 

다람쥐, 청설모도 말할 필요 없고 이름 모를 동물들의 사체가 도로에 널부러져있는데 그게 진짜 힘들어요. 

 

보기 힘든건 둘째치고 내가 그 사체를 피해 운전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속도를 줄일 수도 없고, 갑자기 차선을 바꿀 수도 없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게 초보자에게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차라리 동물 사체면 다행이죠. 살아있는 동물이 나타날 때는 더더욱 멘붕. 

 

미국 집 동네에는 사슴이 그렇게 많아요 -_-; 

 

사람사는 마을에는 잘 안 오는데 그래도 그냥 동네 공원에서 좀 큰 공원에 가면 사슴 무리가 쳐다보고 있어요. 

 

등산하다가도 마주치고, 밤에는 갑자기 나타나서 먼저 차에 부딪히고 유유히 지나가요. 

 

그럴 때 마다 시아빠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서 차선을 유지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죠. 

 

놀라서 나도 모르게 차선을 바꿀 때가 있는데,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차랑 부딪히면 그냥 저 세상으로 가는거라고. 

 

그만큼 놀란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안 꺽는게 힘들기 때문에, 그냥 브레이크만 밟는 걸 유념하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밤에 가족끼리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다가 사슴 때문에 급정지 했을 때가 있는데, 다행히 시아빠가 운전을 하고 있어서 정말 브레이크만 밟아 다른 차량과의 접촉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한국에서도 시골에 많이 살아봤는데 도로에서 그렇게 동물 사체가 5m에 한 번씩 널부러져 있는 광경은 본 적이 없어요. 

 

호주나 캐나다처럼 땅덩이가 넓은 나라에서도 도로에서 동물들 만나는게 부지기수라 운전이 힘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게 듣기만 한거라 실제 겪어보는거랑 참 다르더라고요. 

 

전에 거너씨가 네 방귀 냄새는 동물 사체 냄새가 난다고 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동물 사체 냄새를 알지? 궁금했었지요. 

 

운전하면서 허구헌날 도로에서 맡는 냄새가 사체 냄새니 익숙할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비자 인터뷰를 기다리며 운전 연습해야 하는데.. 생각하다가 도로위 동물들이 생각이 났네요. 

 

저도 나름대로 힘들지만 그렇게 차에 치어 죽어나가는 수많은 동물들을 생각하면 걔네도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고 그래요. 

 

동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마련된 곳도 있지만 모든 곳에 그걸 설치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시골 찻길에는 이런 안타까운 동물 사고가 필연적인가봐요. 

 

다행히 제가 머물 때는 한 번도 동물을 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길 바래보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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