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해외살이 / / 2020. 6. 3. 01:21

코리아 요리 아트 아카데미, 원데이 클래스 수강 썰 (퓨전 일식)

반응형

처음으로 돈 주고 요리를 배워봤습니다. 

 

험난했던 그 썰을 풀어봅니다. 

 

솔직히 요리..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손재주가 없어 그런지, 배운 걸 그대로 해도 제가 한 것 맛이 없더군요. 

 

그래도 요리해주시는 분 고용할 능력이 있는 게 아니면, 요리는 먹고 살기 위해 좀 알아야하죠. 

 

자주는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 부터 조금씩 간단한 걸 만들어 먹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몇 번 무료 요리 수업을 들으며, 닭찜이나 고추잡채 등 그럴 듯 한 걸 만들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그런지 제가 먹고 살 정도는 요리 한다는 착각을 갖고 베트남으로 갔고, 가서 철저하게 제 요리 실력을 알게 되었죠. 

 

요리를 제대로 못 해 살이 빠질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로 최악인지 짐작은 좀 가실런지... 

 

그래도 그냥 저냥 블로그 보고, 요리 유튜브 보면서 해먹고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리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몇 개월 꾸준히 다니는 그런 과정을 등록한 건 아니고, 총 3번에 걸쳐 일식 요리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가 있는데 거기에 등록을 한거죠. 

 

하루 3시간 반 정도 배우고, 지불하는 수강료는 9만원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갑자기 원데이 요리 수업을 등록한 건 단순한 이유지만, '라멘'을 배우고 싶어서....;; 

 

제가 살면서 먹어 본 음식 경험으로 전 한식과 일식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중 일본 라멘 요리를 참 좋아하는데, 베트남이나 미국에 있을 때는 맛있는 일본 라멘 요리 먹기가 쉽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가게 모양만 그럴싸하고 라멘은 먹다 뱉고 싶은 맛으로 만드는 곳도 있었구요. 

 

한국에 있는 지금, 물론 본토인 일본 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맛있는 라멘집이 몇 곳 있기에 지금도 틈나면 라멘 먹으러 다닙니다. 

비자가 나오는대로 미국으로 이사해야 하고, 가면 언제까지 거기 살 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기에, 제가 라멘을 흉내라도 낼 수 있을정도로 좀 배워두면, 미국 가서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물론 그 요리가 하루 수업 듣는다고 금방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란 건 압니다. 

 

수년간 뜨거운 불 앞에서 단련해가며 연구해 만든, 라멘 장인들의 맛을 어떻게 하루 수업으로 따라가겠습니까. 

 

요리 수업에서도 간단하게 그나마 가정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가르쳐줄거라 생각합니다. 

 

그거라도 배워두고 싶었습니다. 

 

그 정도로 라멘을 좋아하고, 어느 나라 어느 환경에 있어서도 내가 원하면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좀 간절합니다. 

 

서울에 여러 지점이 있는 코리아 요리 아트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진행하는 수업이었고, 홍보 글을 보고 문의를 했습니다. 

 

5월 말 부터 주말마다 3번에 걸쳐 하는데, 첫 날이 사시미 요리, 두 번째가 롤요리와 소바, 세 번째가 라멘, 차슈돈, 모시조개 술찜이었습니다. 

 

사시미는 아무나 못 다룬다고 생각해, 두 번째 수업과 세 번째 수업을 등록했고, 드디어 지난 주말 다녀왔습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지점이 홍대점이라 홍대지점으로 신청했습니다. 

 

홍대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건물 15층이더라고요. 

요리 자격증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학원답게, 강의실이 많이 있었고, 하얀 조리복을 입고 강의실 안에서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과 빵냄새, 음식 냄새 등이 뒤섞여 아름다운 향기가 나고 있었습니다. 

 

요리 학원이라는 걸 처음 가서 그냥 이런 구조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저는 맨 끝에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게 됐어요.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 반까지 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여기는 총 6명의 학생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이었고, 그래서 클래스당 모집 인원도 최대 6명이었습니다. 

 

맨 앞자리로 자리를 잡고 보니 뒤가 통유리라 밖이 보이더군요.

15층이가 그런가 전망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리 시작 이후 너무 바빠서 전망 감상 할 수 있는 시간이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요리 시연을 보이는 곳은 이렇게 되어 있고, 각종 소스가 엄청 많이 놓여있습니다. 

제 자리에도 오늘 쓸 조리도구와 식재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준비되어 있는데도 요리 하면서 손질해야 될 게 참 많았습니다. 

 

싱크대 아래에 접시와 냄비 등이 있었고, 필요하면 더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이미 들어있는 도구들이 충분해서 더 요청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요리 자체가 서서하는 거다 보니 자리에 의자도 없고, 따로 가방 둘 곳에 없어서 싱크대 아래에 넣어놨습니다. 

요리는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 보다는 가스불을 사용하는데, 요리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무리 하이라이트랑 인더견이 잘 나왔다고 해도 진짜 불보다는 화력이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인덕션, 하이라이트, 부르스타를 다 두고 쓰는데 역시 진짜 불이 화력이 달라 요리 속도가 달라집니다. 

 

오븐도 있고 한데, 베이킹이나 서양 요리를 배우는 게 아니라서 오븐은 쓸 일이 없었습니다. 

 

수업 때 제가 준비해 간 건 면보, 행주 3개, 앞치마, 만든 음식 담아갈 통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면보는 쓸 일이 없었고, 키친타월을 제 걸 가져왔어야됐더라고요. 

소금, 설탕, 기름, 식초, 후추, 간장 등등은 모든 테이블마다 놓여있는데, 앞으로 나가서 따로 배급 받아 와 요리해야 하는 식재료도 있었습니다. 

 

수업은 학생 한 명이 안 와서 좀 기다렸다가 5시가 넘어 시작됐습니다. 

 

제가 '수미네 반찬'이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봐서 그런지, 그 프로그램처럼 선생님이 하면 그대로 따라하면서 동시에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일제히 모두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이 시연하는 걸 보면서 적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레시피가 적혀있는 프린트는 나눠줬지만, 전 시연을 보면서 부수적으로 기록해야 하는게 그렇게 많은 지 몰랐습니다. 

 

멍 때리다가 그냥 있으면 하나도 못 따라하겠다 싶어서 폰 메모장에 미친듯이 받아 적기 시작했습니다. 

 

눈으로는 선생님이 요리하는 걸 보면서, 귀로는 뭐를 몇 스푼 언제 넣는지 그런거 듣고, 손으로는 폰에 받아적고... 

 

진짜 바쁘더라고요. 여유있게 시연을 지켜볼 상황이 전혀 안 됐습니다. 

 

또 들으면서 새로 알게된 사실이 이 원데이 클래쓰가 '심화 수업반'이더라고요? 

 

롸???

 

심화 수업반을 원데이 클래스로 열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저 빼고 나머지 학생들을 보니, 이미 이 학원에서 자격증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 영업장에서 일하는 사람 2명, 과거 이 학원에서 취미반 수업을 들었던 분이더라고요. 

 

저만 와전 초짜였어요. 

 

속으로 '망했군...' 생각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무슨 오이 돌려깍기도 나오더라고요. 

 

사과 하나 깎는데 15분 걸리는 사람인데 오이 돌려깍기라니요.. 

 

시연은 처음에 30~40분 정도 했습니다. 

 

롤요리와 소바를 만드는 날이었는데, 알고보니 둘 다 정통 일본요리가 아닌 퓨전 요리였어요. 

 

롤은 선생님이 캐나다 일식집에 있을 때 스승한테 배워온 요리라 한국에 없는 레시피였고, 소바는 '사천냉소바'라고 선생님이 직접 개발한 레시피였습니다. 

서양인들 대상으로 만드는 롤요리와 공개 안 된 개인 레시피다 보니, 희소성은 있었어요. 

 

레시피는 이 학원에서 돈 받고 알려주는 거니까 이 블로그에는 적지 않을게요. 

 

그리고 수업 시작 후로 끝날 때 까지 진짜 1초도 쉴 시간이 없어서 요리 과정은 사진 1컷도 담을 수 없었어요. 

 

지금부터는 주로 글로만 이어집니다. 

 

30분 넘게 오랜만에 서서 받아적는 걸 하다보니 허리가 아프더군요 하하;; 

 

시연은 롤 요리에 들어갈 냄비밥 만드는거랑 안에 들어갈 식재료 손질하는 거였어요. 

 

들어가는 재료도 생각보다 많고 손질법도 다 다르더라고요. 

 

실습이 시작되자 냄비밥을 먼저 만들어야 했는데, 전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냄비밥을 만들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 

 

밥을 밥솥에 짓지 왜 냄비로 짓나요. 

 

물론 냄비밥이 맛이 다르다고는 하는데 요즘은 밥솥밥도 맛이 아주 좋다요~ 

 

밥을 다 태워 먹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했는데 다행히 밥은 안 태웠어요. 

 

나름 밥은 무사히 완성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 

 

롤이라 밥에 섞을 단촛물을 만들어야 했는데, 단촛물을 다른 그릇에 따로 섞어 만들어 밥에 부어야 합니다. 

 

식초랑 설탕 소금이 들어가는데...와... 진짜 멍청한건지 아니면 제가 정신이 없어 그랬는지, 단촛물 만들 그릇을 꺼내놓고 식초를 제가 밥 위에 그냥 부워버렸어요;;; 

 

식초에 설탕을 녹여 섞어야 하는데 말이죠;; 

 

어쩔 수 있나요.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밥을 다시 할 수도 없고, 식초 이미 넣었는데 다시 단촛물 따로 만들어 들어가면 너무 실 것 같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그냥 밥 위에 또 설탕과 소금 부워버려 그대로 섞어버렸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자란거 압니다. 

 

밥 위에 그렇게 가루를 그대로 붓고 저으니 설탕의 저걱적걱 거리는 소리가 밥을 저을 때 마다 울려퍼졌죠. 

 

'에라 모르겠다... 밥이 뜨거우니 시간 지나면 설탕도 녹겠지..' 

 

이렇게 생각하길 포기하고, 다른 식재료 손질을 했습니다. 

 

칼질이 워낙 느려서 그냥 자르기만 하는 데도 힘들었어요. 

 

롤 재료 중 튀김도 있어서 화상 입지 않을까 엄청 무서워하면서 했구요. 

 

화상 사고 없이 끝냈건만 해도 정말 다행입니다 ㅠㅠ 

이건 참치회인데, 식재료 중 하나예요. 

 

참치 핏물 빼는 염수해동이라는 것도 처음 해봤습니다. 

 

그리고 식재료 준비 후에 다시 롤 싸는 법 시연 보고, 저도 따라했습니다. 

 

선생님은 모양을 위에 밥을 겉면에 싸는 누드김밥을 시연했는데, 저는 뭘 본건지, 머리는 누드김밥해야지 했는데, 손은 그냥 김밥으로 말아버렸습니다. 

 

살면서 김밥.... 딱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어릴 때 군대 간 남자친구 면회간다고... 

 

참으로 맛없고 요상한 김밥을 만든 이후, 단 한 번도 김밥 만들기에 도전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롤 만들면서 그걸 다시 해봤네요. 

 

당연히 김발이 제대로 못 씁니다. 

 

다 터진 롤을 말아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죠. 

 

간을 볼 시간도요. 

 

미친 듯이 서로 다른 롤 두개를 겨우 만들어내고, 다시 시연으로 넘어가 소바 삶는법과 특제 매콤 소스 만드는 법을 봤습니다. 

 

3시간 반이나 했는데도 소바 만드는 건 시간이 없어서 그냥 시연만 봤습니다. 

 

설거지하고 뒷정리 하는데 30분 걸리니까 진짜 딱 8시 반에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을 보여드립니다. 

 

처참합니다. 

물론 위에 사진은 선생님의 완성품. 

 

아래 사진이 나의 완성품. 

 

선생님은 예쁘게 잘라 데코까지 했지만, 저는 그냥 통으로 락앤락 통에 담아와서 모양도 이상합니다. 

 

가족들이 보자마자 이게 사람 먹으라고 만든거냐며 손도 안 대더군요. 

 

모양이 뭐가 중요하냐 맛이 중요하지라며 내가 다 먹겠다고 롤을 잘랐습니다. 

 

하나 먹고 씹다 뱉었습니다. 

 

역시나.... 밥이 문제였네요. 

 

그냥 밥에 식초 설탕 소금 넣고 섞으면 절대 제대로 된 밥이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롤에 밥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망쳤으니, 너무 맛이 없어서 먹을 수준이 아니였어요. 

 

3시간 반을 1초도 못 쉬고 열심히 만들고, 무거운 음식을 90분 걸려 집으로 싸들고 왔는데 하나도 못 먹고 버리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은 저에게 요리 재능은 1도 안 주셨나봅니다. 

 

이렇게 저의 첫 번째 요리 수업은 슬프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 참고로 선생님이 만드신 롤 요리와 소바는 진짜 맛있었습니다. 

 

소스도 다 한국에 없는 소스들이고 특이하더라고요. 

 

저는 이 세상에 없는 소스들을 만들어냈지만요 ㅋㅋㅋㅋ 

 

이번 주에 하루 더 있는데.. 제발 이번 수업은 망치지 않고 멀쩡한 음식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길 바랍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