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뉴스 / / 2020. 5. 9. 01:03

긱 이코노미 (gig economy)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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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란, 우버나 그랩, 배민라이더스, 쿠팡맨, 크몽처럼 기업들이 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에 있는 다양한 프리랜서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며 생긴 경제 용어입니다. 

 

이런 플랫폼들은 전문 기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혁신을 이뤄냈고, 이는 고용과 추가 수입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전문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통로로 진화했다는 평도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30%가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이런 긱 이코노미 플랫폼을 통해 주수입 혹은 부수입을 벌고 있다고 합니다. 

또,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의 유연성 때문에 은퇴자나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쉬고 있는 전업주부들이 노동시장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또 하나의 툴이 되었습니다. 

 

저도 이러한 플랫폼들을 많이 활용해봤고, 지금도 지지하고 있는 편입니다. 

정해진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방식이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위계질서와 딱딱한 회사 문화가 있는 한국 사회에서 회사에 다닌다는게 어떠한 불편함이 있는지도 알고 있기에, 회사 생활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수입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플랫폼 이용자들이 그 편의성을 느끼면서 시장이 더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기존의 회사들은 이건 혁신이 아니라 밥그릇 빼앗기라며 매우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버와 그랩, 타다 같은 플랫폼들이 사라진 이유죠.  

처음에는 사회 법망에 막혀 새로운 플랫폼들이 그 사업을 제대로 펼치고 있지 못 할 때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고, 아무리 시위와 법으로 막는다고 해도 이러한 흐름을 다 막을 수는 없을테니까요. 

생각해보면 저는 약 5~6년 정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긱 노동을 제공하고 수입을 얻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긱 노동이라는 인지도 적었고, 그저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때론 꽤나 괜찮은 수입을 벌기도 했기에 긱 노동으로 돈을 번 걸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을 알 게 될 때 마다 들뜨기도 했고요. 

생산자로서, 소비자로서 긱 이코노미 속의 새로운 서비스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플랫폼 시장의 단점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제서야 그 단점을 눈치챘냐 하신다면, 제가 좀 느리기도 하고 다년간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깊이 빠져있는 사람으로써 그 단점을 인정하기 싫었을지도 모르죠. 

 

가장 기본적인 단점이 긱 노동은 말그대로 내 재능을 상품화 시켜 그 때 그때 시간을 들여 판매하는 일이므로, 파이프라인 수입과는 다릅니다. 

때문에 돈 욕심이 생기면 자유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시간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수입의 불안정화 때문이겠죠. 

긱 시장이 확대될 수록 기업 속에서 또 다른 기업과 경쟁하던 상황에서 개인과 개인의 경쟁이 되어버리니, 그 경쟁시장은 더 심화되고 이는 스스로의 임금을 갉아먹게 하는 압박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재능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가 인정 받지 못한다면 결국은 질 낮은 일자리만 계속해서 창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기간은 경력 기간으로 인정 받지만 긱 노동은 경력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으며, 긱 노동자가 많아질 수록 회사는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한시적 프로젝트만 이어 나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나 복리후생 혜택도 없고요. 

퇴직한다고 실업급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한 평범한 긱노동자의 예를 보면, 그는 3~5가지의 플랫폼을 통해 긱 노동자로 일하며 연 3만달러 정도 벌었지만, 무엇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내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 지 모를 때도 있었으며 하나의 전문성을 키우기도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그의 삶이, 흔히 말하는 멋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였지만, 실상은 매달 나가는 돈은 있는데 보장된 수입은 아니니 그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허덕였던거죠. 

 

저도 큰 집을 하나 빌려 남는 방 하나로 에어비앤비를 돌려본 적이 있는데, 그게 주변 시세에 맞추다 보니 가격을 그리 세게 받을 수도 없었고, 손님 맞을 준비로 인해 처음에 지출도 꽤 나갔습니다. 

오히려 에어비앤비로 벌어들인 수입보다 공과금이 더 나간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좋은 추억만 쌓고 약 한 달여만에 운영을 접은 적이 있습니다. 

남는 집이 있어서 여유롭게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게 아니면 실제론 그런 플랫폼으로 누구나 쉽게 괜찮은 수익을 얻어갈 수 있는 건 아닌거죠. 

 

유튜브,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등 다양한 툴을 통해 '취미가 돈이 됐다', '클릭 한 번으로 돈이 들어왔다', '3일 시간 들이고 얼마를 벌었다' 등의 다양한 성공 경험담을 내놓는데, 물론 그건 실제 그들이 이뤄낸 성과가 맞지만, 유명 블로거와 유튜버에게 주로 수입이 몰리고 있는 건 이젠 감춰지지 않은 경제의 본질입니다.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와 유명세를 얻고 있는 미스터 트롯 출연자들만 보더라도, 최종 7인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완전 트롯에 처음 도전했다가 결승전에 뽑힌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현역 트롯 가수들도 있고, 어려서부터 트롯으로 자주 방송에 출연했던 사람, 트롯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음악과 노래를 해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이기에 이미 완성된 트롯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승까지 남아있게 된 거겠죠. 

회사들도 새로 사람을 뽑아 조직안에서 키우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완성된 전문 인력을 플랫폼을 통해 고른다거나, 신사업을 만들려하기보다는 뜨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를 통으로 사들입니다. 

요즘 신입사원들 스펙도 장난 아닙니다. 무슨 경력직인 줄. 

신입사원조차 공모전에, 자격증에 화려한 이력서를 갖춘 사람들이 주로 뽑히죠. 

회사에서 들어가 천천히 배우기 시작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알아서 스스로를 교육하고 스스로를 홍보하고 완성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기에 그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겠죠. 

이 때문에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긱 이코노미 기업들이 참여 노동자들도 직원과 같이 대우해야 할 AB5같은 법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뭐... 깊이 보면 제대로 된 법안은 아니지만 어쨌든 간에 긱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해결하려고 시도는 했다는 건 좋은 거겠죠. 

 

이렇게 많고 굵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컨설팅 회사의 설문결과, 프리랜서들은 여전히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 보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나왔습니다. 

단순히 어딘가의 소속되어 일하는 게 싫어서 한다기보다 프리랜서가 누리는 포기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는 거겠죠. 

이를테면 누군가의 허락 없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유연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건 분명 매력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매력적인 장점이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을 덮기에 충분하지 않아보입니다. 

수 많은 노동자를 위해서 최소한의 기준과 법을 만들어야, 그들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그 커리어를 통해 안정적이고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건 고용자들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겠죠. 

기업도 개인도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이 긱 이코노미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또 어떤 새로운 용어를 가진 경제 시대가 도래할까요?

가장 가깝게 예상할 수 있는 건 모두 알다시피 로봇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거고, 그에 따라 국민 전체에 주는 기본 소득 개념도 논의되고 있죠. 

단순히 로봇의 등장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대체되는 게 아니라, 고용구조의 변화와 자본 논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시기가 정규직과 자동화 사이에 존재하는 과도기라고도 합니다. 

과도기이기 때문에 정규직이건 긱 노동자건 불안한 시기인 걸까요. 

그저 담담히 그 어느 위치에 있건 자신의 자리에서 불안한 이 과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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