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뉴스 / / 2018. 12. 8. 10:00

가난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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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갔다가 큰 사고가 있었어요. 


학생들이 타는 버스 운전기사 중 한 분이 점심 때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해서 버스가 전복되고 


한 반 학생 전체가 병원에 입원하는 큰 사고였죠. 


중상을 입은 학생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뉴스에 나왔던 큰 사고였어요.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학생 한 명이 골반뼈가 부서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어서 1년간 학교를 쉬어야했죠. 


경솔한 버스 기사 때문에 한 학생의 1년이 빼앗긴거니 얼마나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었는지. 


그런데 그 뒤에 학교에서 했던 행동은 부상당한 학생이 수술이 필요한데 


정형편이 안 좋은 아이라 수술비가 모자라니 같은 학년 전부를 대상으로 모금액을 모아서 돕자고 하더라구요.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모금행사가 이뤄져서 학생들이 그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때 부상당한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애들에게서 주로 나왔던 말은 


" 걔가 가정형편이 안 좋다고? 옷, 신발 전부 메이커에 화장품도 몇 갠데.. "


다친 아이가 안타깝게 여겨지는 건 모두의 마음이었지만, 


그 아이의 가정형편이 안 좋다는 말이 의문을 품는 애들이 많았어요. 


저는 아예 모르는 아이었으니 제가 아는 건 없고, 그 아이를 아는 애들은 들고다니던 가방이나 자켓 등을 보고 


뭐가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거지? 라는 반응이었어요. 


그치만 형편이 넉넉하면 학교에서 이런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벌이진 않았을 거고, 


아이들이 의문을 갖는 것도 실제 그 아이의 형편은 모르나 겉으로 보여지는 옷이나 신발등으로 추측하는 거였죠. 


실제로 부상당한 아이가 몇 개의 브랜드 옷을 학교에 입고 다녔는지


몇 개의 화장품을 갖고 다녔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런데 그때 느꼈던건 대부분 사람들이 '가난한 형편'이라는 거에 대해 기준이 되는 이미지가 있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형편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는 거였죠. 


가난 포르노 라는 말 아시죠? 


개발도상국에 가서 모금액을 선전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아이들을 울게 하고 일부러 헤진 옷을 입히는 거요. 


그런 것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난의 기준은 


깨끗한 옷을 입어서도 안 되고 떡볶이를 사 먹어서도 안 되고


배부르게 먹어서도 안 되는 정말 극한의 가난의 모습이 보여야만이 가난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일전에 방과후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이 형편이 어려운 아이에게 립글로즈 하나를 선물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했지만 맘껏 꺼내놓고 바르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교실에서 꺼내놓고 쓰면 주변 애들이 왜 형편 안 좋다는 애가 


저런 좋은 립글로즈를 갖고 있냐, 진짜 형편 안 좋은거 맞냐 등 온갖 소리를 듣는다구요. 


또, 방학 때 급식을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서 주변 음식점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는 정책 아시죠? 


어느 돈까스집에서 그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쿠폰 없이도 


그냥 와서 밥 먹고 가라고 몇 번씩 밥을 먹여주고 있는데 


손님 중 한 명이 기초수급자면서 한 끼에 7천원씩 하는 돈까스 어떻게 먹냐고 애들한테 따졌던 일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난의 기준은 당장 잘 곳이 없고 먹을 것이 없는 극한의 상황인거죠. 


또 그들이 평범한 사람처럼 7천원짜리 밥 한끼 먹는 것, 립글로즈 하나 바르는 것도 허용하지 않더라구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아동 빈곤율이 높더라구요.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떻게 갖고 다니냐며 


시비를 걸거나 그들이 생각하는 가난의 기준점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괴롭힌다더군요.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 작고 평범한 거 하나 눈치보며 누려야 하는 이상한 상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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