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게임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사실 저는 한국에서 있을 때는 전혀 모르다가, 미국 와서 이런 게임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보드 게임 같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 같기도 한 이 게임은 둘 다를 합쳐 놓은 듯한 게임의 한 종류입니다. 저는 TRPG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도구, 게임 소품 판매점을 갔다 왔는데, 간단하게 TRPG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제가 방문한 가게 사진도 보여드리겠습니다.
TRPG 게임이란?
보드 게임의 한 형식으로, 다른 보드게임과 다른 점은 플레이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서로 협력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고 역할을 맡아, 게임 속 세계관에서 움직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게임의 캐릭터를 조작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게임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보통의 RPG 게임과 비슷하지만, 게임 속 캐릭터의 선택에 한계가 있는 컴퓨터 게임과 달리, TRPG는 보드 형식에 내 캐릭터의 행동을 보다 자유롭고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더 자유도가 올라간 RPG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규칙서가 있고, 주사위를 사용하여 진행됩니다. 규칙서에는 게임의 기본 규칙과 캐릭터 생성 방법, 싸우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고, 주사위를 사용하는 이유는 게임의 무작위성 요소를 결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게임이 목표가 있기 마련인데, TRPG게임의 목표는 게임 속 모험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동심을 발휘해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것입니다. 보통 마스터가 한 명 필요한데, 이 마스터를 이야기의 진행을 주도하고, 게임 세계관 속 퍼즐과 환경을 조작해 플레이어들에게 도전 과제를 제공합니다. 자유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고, 플레이어들 간에 상호 작용이 중요하므로,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매번 게임의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또,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하는 게임으로, 게임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과 사람 간의 친목도모에도 좋은 수단이 되는 게임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TRPG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온라인, 모바일 게임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TRPG 게임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드라마에도 종종 나올 만큼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입니다. 제 생각에 미국 문화에 보드 게임이 한국 보다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많은 가정집들이 여러 종류의 보드 게임을 집에 두고 있는 걸 봤고, 마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보드게임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가족 중심 문화라는 것도 있고, 땅이 넓어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려운 미국 특성상, 가족들이 모인 여가 시간에 보드 게임을 하는 일이 아직도 많아 보입니다. 미국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 중, 온라인 게임부터 VR게임, 보드 게임 등 게임이란 게임은 다 좋아해, 집에 닌텐도, X-BOX 등의 온갖 게임 도구가 다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TRPG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냐면 집에 있는 지하실을 아예 TRPG 전용 게임 방으로 꾸몄습니다. 한쪽에는 큰 테이블을 놓아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할 수 있게 했고, 다른 한쪽에는 작은 사이즈의 3D 프린터를 두 대 사서, 직접 게임에 쓸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온갖 물감과 붓을 갖춰두고 직접 캐릭터에 색까지 입힙니다. 이 정도면 게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취미를 굉장히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TRPG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던전 앤 드래건'인데, 매주 이 지인의 집 지하실에서 게임이 열립니다. 모이는 사람이 적거나 명절 같은 때는 취소되는 일도 많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하고 있고, 거너씨도 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도 지인과 거너씨를 통해 관심은 생겼으나,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작용과 내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에 영어가 부족해 아직은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TRPG게임에 관심이 생기자, 여기에 쓰이는 게임 도구들도 굉장히 다양한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근처에 있는 게임 도구 전문 판매점에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게임 소품들
일단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훨씬 게임 소품이 구체적이고 다양하고 엄청 많다는 겁니다. 보드 게임의 세계가 이렇게 넓은 지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도 보드 게임 카페에 종종 다니곤 했지만, 제가 한국에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사는 도시는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닌데, 대도시의 게임 도구 판매점은 얼마나 더 크고 다양할까 생각해 봅니다.
제 지인은 3D 프린터를 사서 직접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프린트하지만, 보통 집에 3D 프린터가 없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분들은 이렇게 상점에 와서 이미 프린트되어 있는 게임 캐릭터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피겨 상점에 가야 이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일반 게임 판매점에도 만화나 비디오 게임에서만 보던 캐릭터들이 세밀하게 하나하나 만들어져 있습니다. 색이 입혀진 것들도 있지만, 이렇게 일부러 색이 없는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구매자가 직접 원하는 색을 칠해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캐릭터 색칠을 위한 물감들도 여기 이렇게 많습니다. 미술 도구 판매점이 아닌데, 이것만 보면 미술 하는 사람들이 가는 가게 같습니다. 물론 이 물감들은 특별한 것들이 아니라, 다른 문구점에서도 살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 와서 구매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색이 없는 캐릭터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온 김에 같이 필요한 색을 세트로 사가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보드 게임에 빠질 수 없는 게 주사위겠지요. 물론 주사위 없이 진행되는 보드 게임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이 훨씬 많을 겁니다. 특히나 TRPG게임은 주사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플레이어들을 자기만의 주사위를 가지고 있고, 게임할 때 가지고 가, 자기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주사위도 우리가 알고 있는 6까지의 숫자만 있는 주사위가 아니라 오각형, 육각형, 12 각형의 주사위부터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진 주사위까지, 게임에 맞춰 창조된 주사위들이 엄청 다양합니다.
재떨이처럼 생긴 이것들은 주사위 트레이입니다. 게임에서 주사위를 굴릴 때, 너무 세게 던지거나 잘 못 던져서 저 멀리 날아가게 한 경험들이 한 번씩은 있으실 거 같은데, 그걸 막기 위해 주사위를 이 안에서만 굴리도록 만들어 놓은 트레이입니다. 게임할 때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편할 것 같기는 합니다. 이런 것까지 만듭니다.
제가 미국 살면서 '이런 것까지 소매점에서 팔아?'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인건비가 비싸고, 가게 하나 가려해도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지리적 특성상, 만들고 붙이고 고치는 일을 전문가가 아닌 본인이 직접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손쉽게 갈 수 있는 소매점에 한국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것들을 파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 쓰이는 도구들을 파는 마트를 가면, 문고리부터 온갖 종류의 못, 페인트, 잘린 나무까지, 원하면 마트 쇼핑만으로 직접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필요한 도구를 다 팝니다. 게임 판매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캐릭터 전체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세밀한 부분, 예를 들어 눈알, 캐릭터 뿔, 캐릭터 무기, 옷 등 이런 작은 소품들까지 판매합니다. 여기서 소품들만 골라 이어 붙여도 내 마음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일반 보드 게임들
보드 게임 자체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일반 마트 파는 것보다 훨씬 희귀한 게임들까지 합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은 다 보드게임으로도 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반지의 제왕 보드 게임은 처음 봤습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지만, 그 엄청난 대장정의 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보드 게임도 복잡 그 자체지 않을까 싶어 도전할 용기는 없습니다.
모노폴리나, 만화 캐릭터, 영화 등의 보드 게임들도 한참 구경했습니다. 포켓 몬스터와 디즈니 만화 시리즈 보드 게임도 있던데, 포켓 몬스터 보드 게임은 나름 유명하니 그렇다 쳐도 디즈니 만화 보드 게임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제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됩니다. 보드 게임을 하나 만드는데도 스토리, 게임 캐릭터, 전략, 도구 등등 엄청 머리를 써야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건데, 보드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들은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특히 한국보다 보드 게임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그 회사 규모들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 게임 회사들은 대부분 미국 회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판매점 내 게임장
보드 게임 도구 판매점이라고 해서, 소품 판매만 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아예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게임 테이블이 있습니다. 매일 하는 건 아니고 주말이나 평일 특정 요일에 개최하는데, 보드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하기도 하고, 이 게임 판매점 주최로 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제 지인은 본인 지하실을 아예 게임장으로 개조해서 그곳에서 하지만, 집에 그런 공간이 있는 게 일반적인 것도 아니고, 보통은 이런 곳에 와서 모여 게임을 하는 겁니다.
직접 모여 손으로 소품을 움직이며 말로 하는 게임이다 보니, 인형 전시장을 방불케 할 대형 소품들도 있습니다. 중세시대 성을 본뜬 건물부터, 현대적 가게로 보이는 건물까지, 어린애들 인형 소품 같아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웅장한 느낌이 있습니다.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TRPG 게임의 경우, 이런 소품들이 놓여 있으면 더 그럴듯해 보여 게임에 몰입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네고 반듯하고 높은 이 테이블들 또한 보드 게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아니면 이곳에서 캐릭터를 조립하고 붙이고 색칠할 수도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는 싣지 않았지만, 보드 게임용 공간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용 공간도 있어서, 큰 스크린을 보면서 무료로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통은 X-BOX나 닌텐도 시리즈의 게임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보드 게임용 도구 몇 개를 판매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왜 전문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여기 와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냥 가게라기에 규모도 방대하고, 판매하고 있는 물건 종류부터 공간 활용까지 게임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장소가 있을 것 같지만, 가본 적이 없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미국 와서 그간 몰랐던 분야에 대해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온라인 게임만 하던 저는 보드 게임의 세계가 이리도 크고 넓은 지 몰랐습니다. 앞으로 제가 TRPG게임에 얼마나 빠져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굉장히 구경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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