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정석대로 만들어진 캠핑장에 가는 것보다, 사람 없는 곳에서 노지 캠핑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거너씨 덕에 이번에도 남들보다 조금 피곤한 캠핑을 하고 왔지만, 이상하게 하고 나면 재미있는 게 캠핑입니다. 이번에는 미국 남부 쪽 Blackwater River State Forest라는 곳에서 했는데, 이름대로 정말 강이 깊은 어두운 색이어서 이름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여러 갈래의 둘레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둘레길을 골라 1시간~ 1시간 반 정도 열심히 걸었습니다. 그러자 이런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보이스 카웃에서 하는 프로젝트 중 일환으로, 둘레길이나 산에 이런 쉼터 같은 걸 지어두고는 합니다. 이곳도 보이스 카웃 애들이 만든 곳입니다. 열심히 걷다가 중간에 쉬어 가라는 의미로 이런 오두막 같은 걸 만들어 뒀는데, 근방에 이런 쉼터는 여기 하나라서 너무 유용하고 도움이 됩니다. 얼기설기 붙인 모습도 보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튼튼하게 잘 만든 것 같고, 생각보다 깨끗합니다. 공공시설은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쓰고 쓰레기도 막 버리고 가는 곳이 많아서, 종종 위생 상태가 염려스러운 곳들이 많은데, 이 정도면 쓰레기도 거의 없고 잘 관리되어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방 걸이와 작은 선반도 있어서, 저희는 이곳에 짐을 풀었습니다. 벽에 저희 배낭을 걸어두고, 뚫려 있어도 지붕은 있는 이곳에 텐트를 치려 시도했는데, 바닥이 나무 바닥이라 역시 텐트를 고정시키는 핀을 꽂기에는 무리가 있어 바로 옆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오두막 옆에 나무 없이 비어 있는 공간에 이렇게 작은 텐트를 쳤습니다. 기울이는 약간 안 좋았지만, 그냥 길바닥에 텐트 치는 거라 경사건 돌이 박힌 땅이건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매우 좋은 곳에 텐트를 쳤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하고, 캠핑 공간도 꽤 넓게 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둘레길 바로 옆이라 지나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긴 하지만, 텐트를 친 시각이 어두워지기 전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텐트를 치고 조금 걸어서 강가로 가봤습니다. 사실 실제로 이 강의 깊이는 별로 깊지 않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카누나 보트를 즐길 정도는 되는데, 빠지면 죽을 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보기에는 강물이 너무 어두워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깊지 않다는 걸 들었는데도,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면 괜히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잠시 풍경을 감상하다 바로 텐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텐트를 친 곳에서는 이렇게 캠프 파이어를 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오늘의 야영지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걸어가기에도 적당했고, 오두막과 이렇게 불을 피울 수 있는 시설까지 있으니, 노지 캠핑에 이 정도면 완벽합니다. 일단 불을 피우기 위해 나무를 했습니다. 두꺼운 거 얇은 거 종류별로 여러 종류의 나무가 필요해서, 처음에는 손으로 얇은 나뭇가지를 꺾어서 모으다가 힘에 부쳐 도끼를 꺼내 들었습니다.
캠핑에 이것을 가져왔습니다. 본래 캠핑 용도로 산 건 아니고, 겨울에 집에 있는 벽난로에 넣을 나무를 하기 위해 샀던 건데, 미리 앞 날을 내다본 것인지, 본래 불을 피울 계획이었던 것인지 거너씨가 가방에 챙겨왔습니다. 크기는 그리 큰 도끼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꽤 무겁습니다. 도끼가 무거워야 나무를 팰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오랜만에 잡아본 도끼의 그립감이 양팔 가득 느껴졌습니다.
제가 살면서 도끼를 집에 두고 살 줄은 몰랐는데, 미국 와서 참 생각하지도 못 했던 경험을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는 일반 캠핑장 캠핑도 안 해봤던 사람이라, 미국 와서 하는 전원생활이나 야영을 비롯한 아웃도우 스포츠들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하다 보면 또 익숙해지고 느는 거겠죠. 열심히 도끼로 나무를 팼습니다. 잔가지 쳐주고, 위에 쌓을 도톰한 크기의 나무로 잘라주고. 도끼질을 하다가 근력이 한참 딸려서 힘들었습니다. 절로 헉헉 소리가 나옵니다. 요즘에 팔 굽혀 펴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조금 늘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도끼질 몇 번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니 저는 한참 멀었습니다. 불 붙이기도 세상 힘들었습니다. 토치 같은 게 집에 없어서, 부싯돌처럼 맞부딪히면 불꽃이 튀기는 캠핑용 도구를 가져갔는데, 이걸로 불 붙이가다가 밤을 새울 것 같았습니다. 남은 건 작은 라이터 하나라 그걸 사용했는데도, 불이 금방 금방 꺼져서 불 붙이는 데 30분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얼마나 빨리 잡아먹는지 바로바로 나무를 계속 리필해 주지 않으면 불꽃이 금방 사그라듭니다. 그래서 처음에 아예 나무를 많이 해야 합니다.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는 이렇게 활활 타오르는 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큰 불은 아니지만, 둘이서 불멍 때리기에는 아주 적합한 크기입니다.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라, 라디오를 틀어두고 타닥타닥 거리는 불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 자체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밥은 비상식량용 음식을 가져가서 해 먹었습니다. 맥앤치즈 가루여서,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 붓고 휘저으면 끝나는 건데, 너무 맛이 없어서 요기만 채우고 말았습니다. 노지캠핑의 가장 큰 단점은 화장실이나 물이 아닌 음식입니다. 도구를 많이 가져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정말 간단한 야영 도구만 가지고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좀 힘듭니다.
다행히 아침까지 작은 불씨가 남아 있어서 나무를 더 넣어보니 이렇게 불꽃이 다시 피어오릅니다. 떠날 때는 불씨가 확실히 꺼졌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 이상 나무를 더 넣지는 않았습니다.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았는데, 밤이 되는 좀 춥고, 또 밤새 코요테가 울어대는 소리가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코요테는 육식성 동물이라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 무서웠지만, 동시에 겁도 꽤 많은 동물이라 웬만하면 사람 근처에 안 온다고 합니다. 불도 피워두니 더 안 왔던 것 같습니다. 울음 소리를 들어보면 아주 열댓 마리의 코요테가 몰려 있는 소리였는데, 실제로 저희 텐트장 가까이에는 오지 않았습니다. 노지 캠핑을 하면, 도시를 떠나, 사람을 떠나 정말 자연 한가운데서 하는 거라 매우 조용할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자연의 소리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시끄럽습니다. 지금까지 노지 캠핑하면서 밤에 조용했던 곳은 없었습니다. 개구리가 미친 듯이 울어대거나 야행성 새가 울거나, 이번처럼 야행성 동물들이 활동하는 소리 때문에 사실 숙면을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밤새 뒤척이며 힘든데도, 왜 끝나고 집에 갈 때는 '아 재미있었다, 또 가야지'라는 생각이 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불편하지만 점점 야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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