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과 비슷한 요리를 하는 미국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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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념일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좋은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The hope farm이라는 식당인데, 직접 채소를 키워서 그걸 식당에서도 많이 활용한다고 하고, 철마다 계속해서 메뉴가 바뀌는 식당이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금액대가 비싼 곳이라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기념할 일이 생기자 그 핑계로 갔다 왔습니다. 

The hope farm 내부
The hope farm 내부

생각보다 엄청 넓은 부지의 식당이었고, 건물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의 건물을 쓰고 있었습니다. 한 곳은 이 레스토랑인데, 사진에서 보이는 곳 외에도 안쪽으로 또 공간이 많아서 수용 인원이 굉장히 넓은 것 같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와인 클래스, 치즈 클래스 같은 이벤트 수업도 열고, 또 종종 유명 셰프를 초대해서 그 셰프 특별전 같은 걸 열기도 합니다. 여기는 집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동네인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미국 백인들이 은퇴 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령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내에서 중산층 이상의 여유를 가진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사치품을 파는 가게, 그리고 한 번에 10만 원, 20만 원이 훌쩍 넘는 일일 클래스를 여는 곳도 많습니다. 식당에서 이벤트를 열 때마다 관심은 가지만 참가료가 만만치 않아 못 오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바 카운터
바 카운터

여기는 음료를 만들어 주는 바 자리인데, 자리도 넓은 편이고 조명이나 벽 장식 등의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한 게 참 예뻤습니다. 잡다한 소품없이, 흰색과 나무색을 사용해서 넓은 공간을 깔끔하게 꾸민 게 참 좋았습니다. 바 바로 옆에 자리를 배정받아서 음료 만드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마니티
에스프레소 마니티

제가 주문한 음료는 에스프레소 마티니입니다. 사실 이 음료가 이곳을 예약하게 하는 데 60%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처음 이 칵테일을 마셔본 건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바였는데, 친구가 그곳에서 유학을 하고 있어서 놀러 갔다가 이 음료를 추천받았습니다. 카페인이 잘 안 맞아서 평소 커피를 안 먹는 편인데, 너무 추천하길래 먹어봤다가 달짝지근하면서 깊은 커피 향이 느껴지는 맛있는 칵테일 맛에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그 뒤로 이 칵테일을 더 자주 먹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이 메뉴를 파는 식당이나 바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로 자주 먹고 싶은 건 아니어서,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파는 곳을 보면 한 번씩 들려서 마시곤 합니다. 이 식당도 메뉴에 있어서 시켜봤습니다. 

식당에서 음료과 함께 제공되는 요리
식당에서 음료과 함께 제공되는 요리

칵테일이 나올 때 함께 나온 요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건 아니고, 식당 이용객들 모두에게는 기본적으로 나가는 요리라고 합니다. 주문한 음식을 먹기 전, 음료와 함께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요리를 잘 모르는 저한테는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하나는 콜리플라워를 사용했다는 거, 다른 하나는 소고기를 사용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무슨 양념을 어떻게 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애피타이저로 좋은 요리라 감동했습니다. 한 그릇 시켜서 많이 먹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소고기 타르타르
소고기 타르타르

서양에서도 소고기 타르타르라는 요리가 있습니다. 육회랑 상당히 비슷한 요리인데, 이곳에서는 비쥬얼도 한국의 육회와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육회가 몹시 그리운 저로서는 안 시키고 배길 수 없어 주문했습니다. 고소하고 너무나 맛있었는데, 양이 정말 한 젓가락 수준인 게 아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접시는 넓은데 고기는 가운데 요만큼만 채우고, 나머지는 채소랑 풀 같은 걸로 덮었더군요. 접시까지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양은 적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맛보는 생고기 맛에 짜릿했습니다. 

 

오리고기 요리
오리고기 요리

이건 거너씨가 엄청 인상깊게 먹은 음식으로, 오리고기 요리입니다. 오리의 가슴 부위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을 살짝 구워 옆에 있는 노란 소스와 함께 먹는 건데, 오리 고기가 맛나 싶을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씹히는 맛이 있는 고소한 요리였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오리 훈제 구이도 너무 맛있지만, 그거랑은 또 다른 느낌의 요리라 신선했습니다. 거너씨는 지금까지 먹어본 오리 고기 요리 중 제일 맛있었다고 하면서 한 동안 계속 이 요리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갈비찜같은 소고기 요리
갈비찜같은 소고기 요리

이건 제가 고른 음식인데, 한국의 갈비찜을 먹고 흉내 낸 것인지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갈비용 고기에 한국에서 쓰는 간장 소스 비슷한 걸 넣어 오래 끓여 부드럽게 만든 것도 그렇고, 고기와 함께 밤, 감자, 당근 등의 채소를 넣은 것도 그렇습니다. 갈비요리와 함께 곁들여져 나온 음식도 밥입니다. 정확히는 리소토인데, 버섯과 치즈 등을 넣고 생크림을 약간 가미한 리소토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밥이랑 갈비찜을 먹는 것처럼, 이 요리도 같은 방식으로 나와서 셰프가 한국 출신인가 잠시 의심했습니다. 만일 제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면 훌륭한 요리라며 감탄을 금치 못 했을 것 같지만, 한국인인 제게는 갈비찜과 매우 흡사한 요리라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맛있게 아주 잘 먹었습니다. 갈비찜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지, 고국을 더 그립게 만드는 음식이라 요리 자체를 완전히 즐거움 만으로 즐기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음료부터 마지막까지 너무 훌륭해서 디저트도 시켜 먹었고, 지금도 또 갈 기회만 노리고 있는 식당입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식당이 자주 바뀌는데 이 식당은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가격을 조금만 더 낮춰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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