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식 대접하기 (늦은 성탄절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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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탄절은 다행히 집에서 보낼 수 있었어요. 

 

저에겐 집에서 보내는 게 너무 다행인 것이, 집에서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시가에 간다는 건데, 시가는 차로 6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거든요. 

 

시 부모님을 뵙는 건 좋은 일인데, 왕복 12시간 왔다갔다 하는 건 정말 지치는 일이에요. 

 

지난 달에 있었던 추수감사절에도 이미 왔다갔다 했기에, 이번 달 만큼은 정말 장시간 운전하는 게 스트레스가 됐어요. 

 

다행히도 이런 마음을 아시는 건지, 아니면 지난 달에 이사한 저희 새 집을 보고 싶으신건지, 시부모님께서 성탄절에 저희 집으로 오셨어요. 

그러면 물론 대접하는 입장에서 준비할 것도 있고, 성탄 음식도 제가 해야하지만, 이번에는 장거리 운전보다 요리가 오히려 쉽게 느껴졌답니다 ㅎㅎ 

 

일전에 포스팅에서 얘기했지만, 급등한 월세로 인해 계획에도 없는 집을 구매하게 되서 요즘에 자금이 많이 딸리는 편이에요. 

 

집 구매와 동시에 들어가는 추가적인 돈도 엄청나고,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가구도 구매하느라 지출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없는 가구가 많아요. 

 

한꺼번에 다 구매할 수 없기에, 시간을 갖고 사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집에 손님을 맞이하게 되서 급하게 준비해야 할 게 있었어요. 

 

일단 손님방에 아무것도 없거든요;; ㅎㅎ 

 

침대라도 있어야 손님이 잘텐데, 침대도 없어요. 

 

제가 쓰는 침대도 이번에 샀기 때문에, (그동안 그냥 매트리스 위에서 생활함) 추가적으로 침대랑 매트리스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되서 에어매트리스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매했어요. 

이런 상자안에 들어 있고, 기계로 공기 주입하면 굉장히 쉽게 침대를 만들 수 있어요. 

침대보랑 이불 정돈은 안 했지만 대충 깔아두면 침대 느낌이 나요. 

 

물론 진짜 침대랑 같겠냐만은 에어 매트리스가 생각보다 편안한 느낌이 있습니다. 

 

시부모님도 저희 이사한지 얼마 안 되서 가구 없으니까 이해해주셨고, 걱정과 달리 에어 매트리스 위에서 아주 딥 슬립하셨다고 했어요. 

 

코고는 소리가 1층까지 들릴 정도 ㅎㅎ 

 

식탁 의자, 소파 등 모자란 것들이 많았지만 대략 침구와 샤워용품을 갖춰두고 맞이했어요. 

 

성탄절은 미국 명절이지만 제가 미국 음식은 잘 모르는 관계로 그냥 한식으로 전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음식이라고 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독립기념일은 바베큐, 추수감사절은 칠면조, 이렇게 있지만 성탄절은 그닥 뭔가 그 날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요. 

 

워낙 요리 실력이 없는지라 2시간에 걸쳐서 요리를 했는데요. 

왼쪽 위가 베이컨 김치 볶음밥, 그리고 양념 치킨, 잡채, 부침개, 훈제 연어 샐러드 이렇게 준비했어요. 

 

샐러드는 코스트코에서 산 대용량 키트에 연어 따로 사서 섞었고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베이컨 김치 볶음밥은 잘해서 만들었어요. 

 

쉬운 음식이기도 하고 ;; 

 

부침개는 새우, 양배추, 당근, 양파, 파 넣고 굽고, 잡채도 비슷한 야채에 계란 지단 부쳐서 했습니다. 

 

양념 치킨이 제일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튀김 요리가 힘이 들어가잖아요. 

 

닭다리들만 사서 튀김 옷 입혀 두 번 튀긴 후에, 레시피 보고 양념 소스 만들어서 입혔어요. 

 

튀김 요리랑 부침 요리를 실패할 때가 많아서 정말 걱정이었어요. 

 

없는 실력에 이렇게 힘들게 재료 준비하고 했는데, 망하면 아까워서 어쩌나 하고요. 

 

다행히 기름을 많이 썼더니 먹을만한 음식은 되더라고요. 

 

제일 인기 있던 음식은 역시나 치킨. 

 

미국인들답게 기름진 음식이 인기가 많습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보면 저 4가지 음식 전부 기름진 음식인데 ;; ㅎㅎㅎ 

 

그 중에서도 제일 기름진 양념 치킨과 부침개가 인기가 많았어요. 

 

시엄마는 잡채의 당면의 식감이 취향이 아니라고 안 좋아하시더군요. 

 

사실 시엄마가 편식이 좀 있으십니다 ㅎㅎㅎ 안 좋아하시는 식재료가 많아요. 

 

한국에서는 편식하면 등짝 휘두르맞기 때문에, 좋든 안 좋든 그냥 먹으면서 사는 사람이 많은 반면, 미국인들은 개인 취향과 입맛을 존중해주는 건 좋은데, 그만큼 알러지도 많고 편식쟁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몇 가지 음식이라도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에요. 

 

한식으로 성탄 저녁을 한 후에 성탄 선물을 주셨는데요. 

제가 받은 선물은 오스트리아산 고급 와인 세트였어요. 

 

지난 달에 방문했을 때 뭐 갖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집에 있는 와인잔 두 개 다 깨졌다고, 그냥 와인잔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전 월마트에서 파는 적당한 와인잔 두 개 말씀드린 거였는데, 너무나 고급스러운 와인잔을 받아서 황송했어요. 

 

크리스탈 잔인데, 혹시나 제가 깨뜨릴까 겁나 쓰기 무서울 정도 ㅎㅎ 

 

앞으로 이 와인잔에 술 겁나 마실 것 같아요. 

 

최근 취미 목공을 시자한 거너씨는 전기톱을 선물로 받았어요 ㅋㅋ 

 

그 외에도 아마존 기프트 콘, 모형 배, 와인 마개 등 자잘한 선물들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준비한 건 규조토 욕실 매트였는데, 뭐가 받고 싶으시냐 물어봐도 절대 말씀을 안 하셔서, 실제 제가 편하게 쓰는 실용적인 걸로다가 준비했어요. 

 

규조토를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저희 집 욕실은 뜨거운 물이 한참 뒤에 나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두 분이 샤워를 하려고 하시다가 아무리 버튼을 돌려도 뜨거운 물이 안 나오길래 지나치게 돌렸더니, 결국 수도 꼭지가 빠져버리고 물이 이틀 동안 줄줄 새는 참사가 발생했었어요 ㅎㅎ 

 

두 분 오시기 전에 미리 욕실 체크를 했어야 하는건데, 저희가 2층 욕실을 쓸 일이 없으니, 더운 물이 오래 걸리는 부분을 인지를 못 했어요. 

 

미리 말씀드렸으면 수도꼭지 파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ㅎㅎ 

 

언제 수리하나 걱정이었는데, 거너씨가 동영상보더니 생각보다 빨리 고쳐내더라고요. 

 

다만 이틀 넘게 계속 물을 흘린 탓에 아마 수도세가 꽤 세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오늘은 거너씨의 친구 가족이 와서 이틀 동안 자고 간다고 하는데, 애들도 데리고 온대요. 

 

가구도 없고 놀 것도 없는 집에 애들이 와서 뭘 하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지만 무사히 손님 대접 치뤄내고 싶네요. 

 

이렇게 이번 연말은 조금 분주하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모두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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