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대야 들어갈 수 있는 쿠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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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쉐프라는 옛날 영화를 보다가, 거기 나오는 쿠바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푸드 트럭을 하는데, 쿠바 샌드위치를 팔거든요. 

 

오래 전 신촌에 쿠바 식당이 있어서 거기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신촌 리틀쿠바 샌드위치, 타 블로그 사진 참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제가 잘 아는 바가 없고, 그 때 먹어본 쿠바 샌드위치가 저에게는 생애 첫 쿠바 음식이었어요. 

 

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이 생생한 건 아니지만, 쿠바 샌드위치가 살짝 느끼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맛은 있었기에 맛있게 잘 먹었고요. 

 

한국인인 저에게 사실 샌드위치는 다 거기서 거기, 그냥 빵에 뭐 갖은 재료 넣은 음식.. 정도로 여겨져서, 당시엔 쿠바 음식도 일반적인 서양 음식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샌드위치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건 아니지만, 샌드위치 종류에 따라서 쓰는 빵과 재료, 요리법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걸 전보다는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근처 쿠바 식당이 있나 찾아보던 중, 한 곳을 발견해서 다녀왔어요.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여는 곳이기에 음식뿐만 아니라 Bar도 겸하고 있는 Las Floriditas라는 곳입니다. 

 

하바나에 본점이 있고 다른 지역에 지점이 몇 개 있다고 해요. 

 

큰 빌딩 안에 있었는데 어딘지 찾지를 못 해,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34층 맨 꼭대기를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거기는 다른 고급 스테이크집만 있는 곳이거든요. 

 

일단 올라가긴 한 후, 스테이크집 직원에게 쿠바 식당을 찾고 있다고 하니, 그 식당은 이 건물 지하에 있고, 내려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도 하나밖에 없다고 했어요. 

 

게다가 거긴 암호를 아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요. 

 

엥? 이게 무슨?

 

오기 전까지는 구글 지도만 보고 온 거라, 그냥 굉장히 평범한 쿠바 식당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건물 안에서 길을 해매고, 34층까지 왔다가 다시 지하로 가라고 하는데, 암호가 있어야 한다니? 

 

엄청 비밀스러운 식당? 아니면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 

 

당황해서 갸우뚱 하는데, 스테이크집 직원이 명함 크기의 카드를 하나 건네줬어요. 

 

본래 그 식당은 암호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이 카드를 내밀면 암호를 몰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서요. 

 

그냥 저녁 한끼 먹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요상하게 흘러가더라고요 ㅋㅋ 

 

일단 카드를 받아들었는데 경황이 없어서 사진도 못 찍었어요. 

 

그 카드에는 password: Top floor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 유일하게 지하까지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찾았지만 이번엔 또 작동하지 않더라고요?

 

정말 밥 한끼 먹기 힘들죠. 

 

결국 비상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어요. 

 

이렇게 힘들게 찾아갔는데, 닫혀있으면 어쩌냐며 걱정이 되던 터지려던 찰나,

지하 벽면에 붙어있는 쿠바 사진

뭔가 쿠바스러운 사진들이 비상 계단 벽면에 붙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쿠바 식당이 있긴 있나보다, 생각하고 안심하고 계속 고고. 

 

지하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게는 온데간데 없고, 어떤 큰 책장 앞에 키가 작은 '소인증'을 가진 남자 분 한 명과 보안 직원이 서로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앉아있더라고요. 

벽장으로 가려져 있는 식당 입구 

위 사진처럼 책장들, 컴퓨터 책상, 의자 한 개 이렇게 있었어요. 

 

소인증 분이 앉아있는 의자는 사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의자라는 게 좀 특이했고, 보이는 건 찾고 있는 식당이 아닌 이런 풍경이기에 당황. 

 

소인증 남자분에게 쿠바 식당을 찾고 있다고 하자, 

 

" 암호를 아시나요? "

 

" 암호는 잘 모르는데, 대신 프리패스 카드가 있어요." 

 

라고 하고 스테이크집에서 받은 카드를 건네줬어요. 

 

카드를 확인하자 소인증 남자분이 갑자기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슬라이드로 밀더군요. 

 

허억,, 책장이 밀려난 곳에 드러난 건 바로 제가 찾던 쿠바 식당. 

 

그 남자분이 책장을 열고 가게 안으로 손짓했고, 그렇게 어렵게 쿠바 식당에 들어설 수 있었어요. 

식당 내부 

제가 간 시간은 6시경으로 늦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나중에 점차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자리도 직원이 아무데나 편한 곳 앉으라고해서, 처음 온 거 너무 티내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식당 바 

역시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답게, 커다란 바가 한쪽을 채우고 있었고, 공연 무대와 테이블들이 놓여있었어요. 

금고 문 스타일 식당 룸

그리고 바와 마주본 다른 벽면에는,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금고문이 있는데요. 

 

이 안은 단체석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일종의 '방'이더라고요. 

단체석

금고 안 방은 이런 형태로 꾸며져있습니다. 

 

원하면 이쪽 자리에도 앉을 수 있지만, 다른 소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공간이기에 단체손님에게 적합해 보여요. 

색이 바뀌는 금고문

때로는 금고문의 색이 이렇게 변하기도 한답니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오늘 처음 왔다고 하니, 이곳은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바의 컨셉을 본따 만든 곳이라고 하더군요. 

 

헤밍웨이는 미국인이지만 1939년부터 약 20년을 쿠바에서 살았습니다. 

 

낚시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알려져있고, 낚시를 하는 나머지 시간은 거의 집필활동을 했다고 해요. 

 

쿠바에 가면 실제로 그가 즐겨가던 바가 있는데, 헤밍웨이가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큰 기대를 갖고 그 바를 찾으면 사실 별거 없는 평범한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제가 간 곳 이곳은, 인테리어는 실제 그가 가던 바와 다르지만, 판매하는 음식과 술, 음악은 그가 즐겨가던 쿠바의 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곳곳에 헤밍웨이 사진과 물고기 인테리어가 있어요. 

 

식당 입장에 암호가 필요하게 만든 건, 그 옛날 아는 사람만 드나들던 아티스트들의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컨셉도 주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처음엔 전혀 이런 정보 없이 갔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사실 이 과정이 재미있긴 했어요. 

 

주소는 분명히 이 빌딩으로 되어있는데 찾을 수는 없고, 맨 꼭대기 팬트하우스 식당에 가니, 암호가 필요한 식당이라며 프리패스 카드를 주고, 지하에 가서 소인증 남자에게 카드를 내미니 책장이 열리며 가게가 나오고 ㅎㅎㅎ 

 

컨셉을 재미있게 잘 만든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그니처 칵테일과 쿠바 샌드위치

음식은 먹고 싶었던 쿠바 샌드위치를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는 유카칩과 플렌테인칩이 나왔습니다. 

 

쿠바 샌드위치는 반 개와 한 개 중 고를 수가 있는데, 한 개는 많을 것 같아서 반 개를 골랐어요. 

 

막상 나왔을 때 너무 작아보여서 걱정했는데, 고기도 넉넉히 들어있고, 사이드로 나온 칩을 먹으니까 배가 차더라고요. 

 

쿠바 샌드위치는 쿠바식 소스에 재워둔 양념 고기를 오븐에 구워서 머스터드, 버터, 스위스 치즈 등을 쿠바빵에 넣어 만들어요. 

 

고기 맛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샌드위치고, 쿠바 망명자들이 마이애미로 이주하면서 미국으로도 가져왔고요. 

 

쿠바에서 많이 먹는 다른 음식은 사이드로 나온 유카랑 플렌테인인데요. 

유카 

유카 뿌리를 주로 튀기거나 칩으로 만들어서 먹어요. 

 

사진처럼 고구마나 감자류의 구황작물처럼 생겼어요. 

플렌테인

플렌테인이라는 과일은 바나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바나나보다 좀 더 길고 맛이 달라요. 

 

남미쪽에서 많이 난다고 하고, 요리용 바나나라고도 합니다. 

 

바나나보다 단 맛이나 부드러움이 부족해요. 

 

그래서 그냥 과일 자체로 먹기보다는 요리해서 먹는 것 같아요. 

 

쿠바 식당이라 다른데서 보기 힘든 유카나 플렌테인 칩도 먹을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색소폰 공연

그리고 8시가 좀 넘으면 라이브 재즈 공연이 시작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색소폰 연주자가 왔어요. 

 

처음 간거라 색소폰 연주 외에 어떤 연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분은 여기서 자주 공연하시는 분 같더라고요. 

 

좋은 곳에 가면 함께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잖아요? 

 

이 쿠바 식당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이 떠올라서, 다시 꼭 같이 오고 싶은 곳이었어요. 

 

암호 문제는 SNS을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 식당의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 날의 암호 힌트를 주더군요.

SNS 암호 힌트 

SNS에 사진을 올리고 그 아래 코멘트를 보면 유달리 대문자로 쓰여진 문자가 있어요. 

 

그게 오늘의 암호더라고요. 

 

오늘의 암호는 사실 SMILE이었던거죠. 

 

제가 갖고 간 카드는, 스테이크 집에서 손님들이 식사 후, 지하로 내려가 이곳에서 한 잔 하고 싶을 때, 암호 몰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기위해 마련한 카드 같았어요. 

 

주인이 같은 사람인건지, 아니면 같은 빌딩 식당이라 공유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카드를 내밀면 윗 층에서 내려보낸 손님이라는 걸 알고, 암호 없이도 들여보내줍니다. 

 

물론 그 카드는 한 번 쓰면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1회용이에요 

 

먹고 싶었던 쿠바 샌드위치는 물론 뜻밖의 비밀스러운 컨셉으로 재미까지 선사했던 식당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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