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운동, 마샬 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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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운동 신경이 없는 탓에, 어릴 때 부터 늘 체육은 고난의 시간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누가 시켜서, 혹은 억지로 해야되서가 아니라 제가 직접 하고 싶어서 하는 스포츠나 레포츠는 잘 하진 못 해도 재미가 있고, 더 하고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가, 필라테스, 발레, 수영, 방송댄스 등 많지는 않지만 몇 몇 운동들을 취미로, 또 건강을 위해 했었어요. 

 

필라테스랑 발레는 더 오래 하고 싶었지만 베트남과 미국 이주로 인해 중단됐었고, 미국에 와서도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실내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하는 운동이 걱정되어 계속 미뤄만 왔었습니다. 

 

저희 지역에서 방역 지침이 좀 풀린 이후로는 필라테스를 다시 하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한국과 같은 전문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없더라고요? 

 

촌동네라 그런가 ㅠ 

 

대신 태권도장이나 카라테, 스포츠댄스 같은 스튜디오는 근처에 있는데,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많아서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 달에 무료 마샬아츠 수업에 참여해봤어요. 

마샬아츠는 싸움의 기술, 한마디로 그냥 무술 같은 건데요. 

 

효과적인 공격, 방어 기술을 배워요. 

 

미국과 같은 치안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기본적인 방어기술 정도는 알아두면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에 한 번 들어봤는데,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마샬 아츠 도장마다, 또 선생님 스타일마다 수업이 다르겠지만, 제가 간 곳은 태권도와 가라테, 미국식 무술을 섞어 놓은 듯한 커리큘럼이었고, 성인 대상 수업이 따로 있어서 아이들과 섞이지 않는데다가, 시간대에 따라 주짓수도 병행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도장 안에서는 신발. 양말을 벗고 맨발로 돌아다니고, 도장 안에 들어서고 나갈 때 마다 무술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허리를 굽히는 동양식 인사를 해요. 

 

아이들 수업의 경우는 부모님이 픽업을 해줘야 하니 도장 뒷자리에, 부모들이 보면서 대기할 수 있는 자리들도 마련되어 있고요. 

 

수업을 들을 때는 손목시계도 풀러놓고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제가 폰으로 사진을 찍지는 못 했어요. 

 

그치만 그냥 여느 도장과 다름 없어 보이는 곳입니다. 

마샬아츠 도장 

도장 벽 한 쪽에는 이런게 걸려있어요. 

 

무술 선생님을 '센세'라고 하는거 보니까, 일본식 무술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 같죠. 

 

관장님은 스티브라는 남자 분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굉장히 단단하게 생기신 분입니다. 

 

이 수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그간 사람들과 모여서 기본적인 운동을 같이 해본게 너무 오랜만이라, 다같이 몸풀기만 하는데도 재미있더라고요. 

 

또 엄청 속도감있게 연습하는 동작이 달라지는데, 그중에는 스트레칭도 있고, 공격 준비 자세도 있고, 펀치도 있고, 권투 형식도 들어가있고, 무튼 질리지 않게 해주는 게 좋아요. 

 

당연히 대부분 장난으로 무술을 배우러 온 사람들은 없겠지만, 다들 주업이 아니라 취미로 일주일에 두 번씩 오는거라 지루하지 않게, 몸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태권도처럼 레벨에 따라 띠의 색이 달라요. 

저는 당연히 흰띠부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시골에서 보냈는데, 때문에 학생 수가 얼마 없어서 교장선생님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억지로 태권도를 시킨 적이 있어요. 

 

그 때 노란띤가 파란띤가까지 승급시험을 봤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간 이후로 도복을 입고 띠를 매 본 적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새로 받은 도복을 입고

도장 커뮤니티 앱에 올린다고 저희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운동을 끝내고 지친 상태로 찍은 얼굴이 엉망이라 좀 가려보았습니다 ㅋㅋ 

 

어떤 수업은 높은 레벨의 사람만 들을 수 있는 고급 수업도 있지만, 저랑 거너씨는 당연히 모든 레벨이 들을 수 있는 가장 기본 수업을 듣고 있어요. 

 

이제 3번 정도 들었는데, 펀치 방법과 얼굴 방어를 연습하고, 술집이나 거리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대처 동작 같은 걸 배웠어요. 

 

발차기도 하고요. 

 

주 선생님은 검은띠 선생님 세 분이시고, 초보자들은 특히 신경 쓰면서 자세를 봐 주세요. 

 

또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잘한다면서 용기를 북돋아주고 학생들끼리도 서로 도와주는 그런 밝은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까진 손가락 관절

안 하던 펀치를 하니, 방법을 잘 몰라서 손가락 관절 부분이 까졌어요. 

 

양 손 다 저런 상태입니다. 

 

누가보면 어디 가서 싸움질 하다가 다친 손처럼, 그냥 샌드백 때렸는데도 저러네요. 

손가락 보호 장갑

손가락이 더 이상 까지지 않게, 볼록한 패드가 들어가 있는 손가락 보호 장갑도 샀어요. 

 

나중에 요령이 생겨 다치지 않을 때까지 착용하려고요. 

 

이렇게 자꾸 장비가 늘어가는건가;; ㅎㅎ 

 

수업 전과 후로는 차렷 자세로 어떤 문구 같은 걸 선생님이 복창하고 학생들이 따라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 무술을 배울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하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 그와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어떤 내용인지 전부는 파악하지 못 함;; ㅎㅎ 

 

또 선생님이 설명할 때는 한쪽 무릎을 세워 앉는, 일명 프로포즈 자세로 사람들이 경청을 하면서 듣는 것과, 동양식으로 서로 예의 범절을 보이면서 듣는 것도 좋아보이고요. 

 

미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라 함은, 풋볼이나 레슬링 같은 과격하고 자극적이고 와일드한 게 연상되는데, 그런 나라에서 겸손, 자제, 인내 등을 강조하는 마샬 아츠를 보니 마음이 끌리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한달 씩 수강료를 내는 법도 있는데, 6개월치씩 하면 조금 더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애초에 시작하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6개월치 등록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인데, 어떤 수업에 참여할 지는 Spark member라는 앱을 통해서 미리 참여한다고 알리는 게 가능하고요. 

 

시기에 따라 주말에 승급 시험이나 친목 모임이 열리기도 하는데, 승급 대상자가 아니여도 참여해서 볼 수 있다고 하니, 다음 승급 시험때는 저도 가서 보려고요. 

 

하다보면 한 시간이 정말 빨리가요.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가는 게 너무 적게 느껴져서, 세~네 번정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초보자라 겨루기를 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체력 소모가 크지는 않은데, 그래서 힘들지 않고 즐겁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공격, 방어 자세 연습은 파트너랑 함께 해야하는거라 외롭지도 않고. 

 

미국 사는 동안 열심히 해서 저도 흰띠 말고 알록달록 컬러풀한 띠들로 승급하고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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