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96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미국의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요즘 새로운 캐릭터를 도입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약간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한국의 뽀뽀뽀나 딩동댕 유치원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입니다.
이 방송이 이토록 장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미국 내 많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방송 초기인 70년대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매우 심한 상황이었는데도, 백인, 흑인, 동양인, 히스패닉 상관없이 다양한 배우들을 적극 등장시켜 그들이 말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빈곤층 아이들과 이민자 가정 아이들의 교육에도 상당한 미쳤습니다.
한국을 비롯 140여 국가로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저도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이 프로를 시청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도 꽤 이 프로그램을 재미있어 하셨던 걸로 기억되요.
그리고 세서미 스트리트는 라이브 공연으로도 만들어져 유럽, 중동, 아시아 등을 순회하며 공연을 했고, 내년 초에 실사 영화까지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 정도면 세서미 스트리트라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인지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이 프로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살면서 꼭 한 두 번 이상 마주칠 수 밖에 없고요.
너무 유명한 캐릭터들이기에.
세서미 스트리트는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프로그램 상을 받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왔는데 근래에는 수익 감소로 인해 HBO로 채널을 옮겼고, 방영 시간도 절반으로 단축된 게 좀 아쉽기는 합니다.
어릴 땐 잘 몰랐지만, 어른이 되서 다시 보면 이 프로그램이 정말 좋다고 생각되는 점이 몇 개 있는데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어린이 프로그램이지만, 지나치게 판타지적이거나 미화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도 그냥 뉴욕 도시의 가상의 거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변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 청각 장애가 있는 도서관 사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민 가족, 동물 병원 운영자 등 현실 세계의 이웃들과 다르지 않죠.
또 그 안에서 일본계, 인도계, 한국계 미국인 등,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권을 소개하고 알 수 있는 영상을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죽음, 입양, 이혼 가정, 임신, 따돌림, 동물 등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보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심각한 주제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올 해는 동성애 커플도 등장했고요.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건, TV 속 동화 같은 세계가 아니라 실제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되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자는 제작자의 의도가 있는 것 같고, 또 장수 프로그램인만큼 이제는 부모가 되어 본인의 아이들과 함께 이 프로를 시청하는 어른들도 시청 대상이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최근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한 새 캐릭터는 한국계 미국인 아이 '지영'이라는 캐릭터입니다.
7살짜리 아이라는 설정이고, 검은색 머리에 앞머리를 반묶음한 귀여운 캐릭터예요.
지영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캐서린 킴'이라는 사람인데, 한국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시아계 여성분입니다.
캐서린은 이 지영이라는 첫 아시아계 인형 캐릭터가 아시아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길 바라고, 그게 정말 중요했다며 이 지영이라는 캐릭터에 각별한 애정을 내비췄습니다.
떡볶이 같은 한국 요리에 대한 언급도 있고, 숫자 같은 건 한국어로 말하기도 합니다.
세서미에서 한국계 캐릭터를 볼 수 있다니.. 와우 정말 감회가 새롭고, 그동안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그리고 미국에서도 다양성을 표현하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이 있다는 게 새삼스레 감동이네요.
그런데 이 지영 캐릭터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흑인, 라티노 등 소수 인종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조 바이든이, 세서미 스트리트를 자신의 정부 홍보 도구로 이용한다며, 그 도구 중 하나가 세서미 스트리트의 지영이라는 캐릭터라는 건데요.
이렇게 말하는 쪽은 미국의 보수 진영입니다.
물론 어린이 프로그램을 특정 정당의 홍보 도구로 쓰는 건 매우 바람직해 보이지 않지만, 제가 봤을 때 세서미 스트리트는 그저 사회적 흐름에 부흥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주장은 좀 억측에다가 괜한 시비로 느껴지는데요.
아니면 첫 아시아계 인형 캐릭터가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걸지도요.
애초에 세서미 쪽이 모두를 만족하기 위한,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캐릭터와 스토리는 만드는 사람들도 아니고, 이런 딴지가 있거나 말거나 신경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세서미 팬들이 지영 캐릭터를 통해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더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저도 이 캐릭터의 등장으로 세서미 스트리트를 다시 챙겨볼 예정입니다.
지영 캐릭터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 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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