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집에는 벽난로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스로 그냥 쉽게 불을 피우는 벽난로도 많지만, 이 집은 지어진 지 좀 된 집이라 그런가 진짜 나무로 불을 때어야 하는 그런 벽난로입니다.
거실 한 가운데에 큼직하게 있어서, 이 앞에 소파를 놓으니 tv를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전 주인은 벽난로 위에 tv를 올려뒀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눈높이가 올라가서 보기 힘들 것 같고, 왼쪽이나 오른쪽에 치우져서 둬야 할 것 같아요.
넓지 않은 거실에 벽난로를 만들어두니 다른 가구 배치가 좀 애매해지기는 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저희 집에는 tv가 없어서 불을 때우면 소파에 앉아 멍하니 보고 있기 좋긴 합니다.
있는 벽난로를 한 번 사용해보기 위해 도구를 몇 가지 구매했어요.
맨손으로 뜨거운 나무와 숯에 손을 댈 수는 없기에, 벽난로용 4종 세트를 샀는데요
집게 같은것과 삽, 브러쉬 등이 있어 청소하기 용이하고 불 피울 때 나무를 굴리기 좋은 도구들이에요.
홈디포라는 마트에 가서 40달러 주고 구매했습니다.
먼저 청소부터 해야했는데, 벽난로 청소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여기에 타다 남은 나무 조각과 재부터 털어내야했어요.
빈 양동이에다가 남은 나무 조각을 털어내니, 재들이 완전 쌓여있네요.
삽으로 숯 같은 덩어리와 재를 푹푹 퍼서 양동이에 모아줬습니다.
삽 사이즈가 벽난로에 딱이더군요.
괜히 벽난로 전용 삽으로 나온 게 아닌 것 같아요.
벽난로 하면 뭔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실상은 이렇게 나무 한 번 때울 때 마다 생기는 쓰레기들이 많아서 청소가 일인 것 같아요.
벽난로를 실제 사용해보기 전에, 이미 쓰던 분한테 청소 때문에 생각보다 자주 안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뭐든 쓰려면 부지런해져야 하는 게 많네요.
귀찮귀찮...
큼직한 재와 숯을 삽으로 정리한 후, 브러쥐로 남은 잿가루까지 싹싹 담아줍니다.
잿가루가 날려서 겨우 청소해놓은 거실 바닥이 다시 더러워지기도 했어요.
벽난로 땔 예정이 있다면 거실 청소는 그 다음으로 같이 해야 할 듯.
불을 때는 데 가장 중요한 나무 토막도 마트에서 구매해왔는데요.
한국에서도 캠핑가시는 분들이 캠프 파이어를 위해 나무 많이들 구매하시는데 같은 거에요.
마트에서 사면 일단 바로 때기 좋기 나무가 미리 건조되어 있어요.
저 정도 덩어리가 6~7달러 정도 하더라고요.
겨울 동안 벽난로를 많이 땔 계획이 있다면, 지역 사람한테 트럭 한 가득 미리 사두는 것도 방법인데, 그렇게 대량으로 사두면 마트에서 조금씩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해요.
아니면 도끼들고 직접 산에 가서 나무 해와야 할 듯요 ㅎㅎ
마트에서 산 것들은 미리 보기 좋게 잘려있었지만, 좀 두꺼운 것들도 있어서 조만간 작은 도끼도 사다가 쓸 때 더 쪼개서 쓸까 생각중입니다.
도끼 구매라니...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걸 구매리스트에 올려두고 있네요.
성냥갑도 이만큼이나 있어요.
성냥갑 오랜만에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라이터도 집에 있지만 라이터로 불 때기는 좀 어렵고, 토치같은 게 있으면 좋을텐데 그런 건 없어요.
그래서 성냥으로 쓱쓱 그어서 그걸로 불을 때고 있답니다.
불쏘시개용으로 얇게 뜯어진 나무 조각들이 많으면 좋은데, 그게 별로 없어서 불 피우는데 고생을 했어요.
삼시세끼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자들이 불 피우는 거 때문에 고생을 엄청 하는 게 나왔는데 이해가 팍 되더라고요.
불피우는게 생각보다 어렵고, 피워도 원하는 만큼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건 더 어려워요.
벽난로 안에는 굴뚝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어서 그 문을 열어두면 연기는 자연히 밖으로 빠져나가, 집안이 매캐해지는 일은 없지만, 혹시 잘못 하면 불똥이 집안으로 튀어 화재라도 날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저는 잘 몰라서 밖에서 마른 낙엽이나 지푸라기 같은 걸 주워다가 넣기도 했는데, 그건 실제로 불을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보다 그냥 순식간에 확 타면서 연기만 많이 내더라고요.
시험 삼아 처음으로 벽난로에 불을 때 본 거라 나무를 몇 개 쓰지 않았는데, 결국 나무 조각을 더 넣은 결과 원하는 만큼 불이 타올랐어요.
이게 그냥 눈요기용인 줄 알았더니, 실제로 집안에 좀 따뜻해지더라고요?
한국의 온돌시스템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지만, 벽난로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로 거실이 따뜻하게 데워져서, 불을 때고 있는 동안은 굳이 히터를 틀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서양인들이 벽난로를 집집마다 둔 이유가 확실히 있었네요.
나무조각들이 타는 걸 바라보며, 또 타닥타닥 불 튀기는 소리를 들어가며 잠시 캠핑 온 것 처럼 불멍을 때리기도 했어요.
빨갛게 타들어가는 불을 바라보니까 몸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마음도 안정이 됩디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캠프 파이어를 좋아하고, 캠핑 불멍을 좋아하나봐요.
어쩌면 불을 처음 발견했던 원시시대부터 자연스레 불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새겨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남쪽 지역에 살고 있어서 눈이 올 만큼 추운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온도가 꽤 내려갑니다.
올 겨울 이걸로 전기세 좀 줄일 수 있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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