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서 경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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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봤어요. 

 

다행히도 안 좋은 일로 간 건 아니고 ㅎㅎ 경매에 참여하러 갔다왔습니다. 

 

경찰서에서 경매를 한다니 요상하죠? 

범죄사건에 연루된 습득물들 중, 주인을 찾아주기 어려워진 것들은 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날을 잡아 저렴한 값에 경매로 판매를 합니다. 

 

자주 하는 건 아니고, 물건이 모였을 때, 주말 아침에 여는 것 같아요. 

 

저는 지역 신문에서 보고 궁금해서 찾아가봤습니다. 

경찰서 정문

제가 찾아간 경찰서는 위치가 특이한 곳에 있더라고요. 

 

한국의 경찰서 같은 모습을 상상하고 갔는데, 쇼핑몰 단지 안에 마치 가게처럼 조용히 숨어 있었어요. 

 

위 사진이 경찰서 정문이고, 주변이나 밖에 뭔가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요. 

 

주변에 경찰서 간판 같은 것도 없어서 경찰서 입구인지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안에는 들어가 보질 못 했는데요 

 

경매가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열렸기 때문이에요. 

경찰서 후문 

경찰서 후문쪽에 주차 혹은 물건을 쌓아두기 위한 마당 같은 넓은 공간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간이 책상들을 갖다 두고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서 경매장

플라스틱 책상 위에 번호를 붙인 박스들이 늘어서있죠. 

 

박스 안에 있는 물건들이 전부 이번 경매에 나온 물건들이에요. 

물건 살피는 사람들

경매 시작 전에 10~15분 정도 시간을 줍니다. 

 

그 시간동안 박스 안에 있는 뭐가 들었는 지 확인하고 마음대로 꺼내볼 수 있어요. 

 

물건은 하나씩 경매에 나오는 게 아니라 사려면 박스를 통째로 사야 합니다. 

 

그래서 박스 안에 물건이 분류되어 있어요. 

 

옷만 들어 있는 상자, 가방만 들어 있는 상자, 시계나 악세사리만 있는 상자 등. 

가방 상자

여자분들이 제일 관심있어 하는 상자는 역시 가방 상자였는데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고급 브랜드의 가방들이 들어있어서 저도 살짝 욕심이 나긴 했어요. 

 

근데 제겐 가품과 진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으니 ㅠ 

 

진품이 나온거라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금액에 살 수 있는거라 큰 이득이겠죠. 

그릴 부품 

작은 물건 뿐만 아니라 이렇게 큰 물건도 나와있어요. 

 

그릴의 윗부분만 있어서 제 눈에는 쓸모 없는 고철처럼 보이지만, 부품 하나 하나 사다가 스스로 수리하거나 만들어 쓰는 게 많은 미국에서는 이런 것도 경매에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팔리기도 했고요. 

경매 주최 경찰들

박스가 없는 쪽에 앉아 있고 서 있는 사람들은 실제 경찰들입니다. 

 

경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경찰들에 의해서 이뤄지니까요. 

경매 시작

드디어 한 경관에 의해 경매가 시작됐어요. 

 

숫자 1번부터 박스별로 경매에 붙이는데, 박스에 따라서 보통 5달러부터 시작해요. 

 

조금 더 값나가는 물건이 들어있는 경우에는 10달러부터 할 때도 있고, 만일 조금 높게 시작했다가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이 다시 5달러로 내려가고요. 

 

물건 하나 당 가격이 아니라, 박스 전체 물건을 5달러, 10달러부터 경매에 붙이는 겁니다. 

 

저도 가방이 들어있는 박스가 탐나기는 했는데, 있는 가방도 잘 안 쓰는 사람이라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경매는 그 자리에서 손을 들고 얼마에 사겠다 부르면서 합니다. 

 

어떤 박스는 180달러에 팔린 것도 있었고, 어떤 건 50달러.. 등등 경매 참여자에 따라 전부 다른 금액으로 팔려나갔어요. 

 

저희도 경매로 박스 하나를 건졌는데요. 

 

5번 박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갑자기 거너씨가 손을 들고 5달러를 외쳤어요. 

 

경쟁자가 없어서 결국 5달러에 박스 한 상자를 받았습니다. 

 

입찰에 성공하면 경찰관이 간이 쪽지를 적어서 줘요. 

입찰 성공 쪽지 

이름이랑 입찰 상자 번호랑 금액 같은 걸 대충 적은 종이에요.

 

이걸 갖고 경매에 더 참여하고 싶으면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되고, 더 이상 참여하고 싶은 경매가 없으면 바로 물건을 교환해도 됩니다. 

경매 금액 내는 중

쪽지를 들고 한 쪽에 앉아 있는 경관에게 가지고 가서 영수증 같은 걸 받고, 현금으로 돈을 내요. 

 

경찰서에서 임시로 벌어지는 경매이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 거래입니다. 

 

경매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경찰서 공금액으로 들어가서 경찰들을 위해 쓴다고 해요. 

경매 영수증

금액을 내고 경찰서에서 발행한 영수증 같은 걸 받았어요. 

 

별 내용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이름, 날짜, 상자 번호, 금액 등이 적혀 있어요. 

입찰 받은 상자 

저희가 입찰 받은 상자도 알고보니 가방들이 들어있는 상자였네요. 

 

거너씨가 손을 들고 받은거라 전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입찰 받은 상자 

작은 가방, 지갑 같은 것들도 상자 아래에 깔려있네요. 

 

세어 보지 않았는데 상자 안에 들어있는 가방. 지갑류가 약 10개 정도는 됐던 거 같아요. 

 

전부 5달러에 샀습니다. 

 

이 중 중고매장에서 꽤 팔리는 가방도 있어서, 아마 조만간 이베이에 올려 팔지 않을까 싶어요. 

 

가방 하나 당 5달러에만 팔아도 이득인 셈이지요. 

 

근데 이런 경찰서 경매는 뭔가 크게 돈 벌만한 걸 건지러 온다기보다는 그냥 재미반 용돈 벌이반으로 오는 느낌이에요.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처음이라 궁금해서 한 번 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평범한 물건들이 나와있어서 실망했고, 많은 물건을 진짜 싼 가격에 팔길래 그거에도 놀랐어요. 

 

한국 경찰서에서 경매를 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미국 동네 경찰서는 이런 것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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