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에서 맛있게 먹은 맛집 세 곳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아침을 파는 곳을 찾다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을 찾았습니다. 일반적인 아침을 파는 곳인지 알고 갔는데 알고 보니 호텔 안에 있는 식당입니다. 그래도 이왕 온김에 먹게 됐는데, 비싼 만큼 비주얼과 맛이 좋았습니다.
이름은 1886 CAFE&BAKERY입니다. Driskill이라는 호텔 안에 딸려있는 곳입니다. 호텔 안에 있는 곳이라 어떤 음식을 시키던 무조건 서비스료가 18%나 붙습니다.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온 김에 무리 좀 하게 됐습니다.
실제 1886년도부터 사업을 시작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당시의 느낌을 나름 고급스럽게 재현해 내고자 이런 이름을 붙인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게 앞에는 이렇게 오래된 클래식카가 놓여져 있습니다. 아직도 굴러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외관상으로는 보존이 아주 잘 된 차 같습니다.
주문은 카운터에 직접 가서 해야 하는 방식이고, 계산 후 번호판을 받으면 음식을 가져다줍니다. 물은 무료로 식음대가 있어서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합니다.
높은 천장과 기둥, 벽지, 창문 등 앞에 놓은 차처럼 클래식하고 고습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많이 애쓴 것 같고, 호텔 안에 있는 거라 전체적인 호텔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만들어놨습니다. 인스타용 사진 찍기 좋은 곳입니다.
오픈 주방이라 안을 훤히 다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이제 조금씩 음식 만들기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식기들이 거의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아침식사는 여기 바 자리에서 사람들이 굽고 플레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요리사라는 직업 참 대단합니다. 새벽 일찍부터 일하는 분들도 있고, 바쁜 곳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곳들도 많고, 새벽 늦게 끝나는 곳들도 있고.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요리사는 특히나 열정과 애정없이 하기 어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팅이 참 예쁘죠? 이 식당에서 브런치 시그니쳐 메뉴로 내세우고 있는 텍사스 클래식 와플입니다.
별 거 없어보여도, 와플에 과일, 소스, 버터, 생크림 등을 신경 써서 올린 식사입니다. 와플이 잘 구워져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거는 제가 좋아하는 에그 베네딕트입니다. 브런치 식당에 가면 90%는 저는 이 메뉴를 시키는 편입니다. 그만큼 너무 애정하는 음식. 사이드로 고구마와 감자가를 튀겨 간을 해서 나왔는데, 소금이 좀 많이 뿌려져 있어서 저한테는 짰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에그 베네딕트가 훌륭했습니다. 이 두 메뉴에 커피 한 잔 추가해서 시켜먹었는데, 뭐든 18%씩 붙여 받는 바람에 40달러 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즐겼고, 자주 가는 거 아니니까 만족해하려 합니다.
여기는 SOTO라는 이름의 스시바입니다. 오스틴에서 간 곳 중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곳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갔는데도 예약하고 갔습니다. 예약 할 때도 바 자리는 한 타임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그거 겨우 잡고 갔습니다.
미국이라 좋은 일식집 찾기가 어려워, 이렇게 대도시에나 나와야 정말 '맛있게 제대로 한다'싶은 식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퀄리티가 높을 수록 가격도 올라가지만, 여길 가기 위해서 열심히 다른 걸 아꼈습니다.
바 자리에서 저희를 담당해 주신 분은 금발의 외국인이었어요. 보통 중식집, 일식집 가면 아시아계 사람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백인 셰프가 일식집에서 초밥을 만들고 있는 건 처음 봐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 쉐프 외에는 아시아계 셰프가 많았지만. 근데 생각해보면, 다른 곳에서는 아시아 요리를 하는 곳이니, 대충 외모가 아시아계인 사람을 데려다가 셰프를 시키는 곳도 많은데, 여기는 그런 거 상관없이 진짜 실력이 좋은 전문 일식 셰프기 때문에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문 일식 요리 학교를 나왔거나, 일본에서 유학을 한 사람이겠죠. 실제 실력도 훌륭합니다.
먹고 싶은 메뉴도 정말 많습니다. 리뷰를 보면 '오마카세'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그걸 시켜 먹고 싶었지만,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거라는 걱정과, 다 먹지 못했을 때 아까워서 요동칠 제 마음을 생각해 몇 가지 메뉴만 골랐습니다.
음료는 서버가 추천하는 위스키와 맥주를 시켰습니다. 일본 위스키를 갖고 있는 식당도 저희 동네에서는 많지 않기에, 이런 기회에 마셔야죠.
이거는 에피타이저입니다. Salmon over fire이라는 이름을 가진 메뉴입니다. 애피타이저를 안 시키려고 하는데, 셰프가 식전메뉴가 꼭 있으면 좋다고 어떻게 바로 메인 음식을 먹냐고 너무나 의아해하길래, 팔아먹으려고 하는 걸 알면서도 결국 시켰습니다. 연어를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이 비쥬얼이 너무 궁금하게 만들더라고요. 커피콩으로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사탕 수수로 틀은 만든 후, 각종 향신료로 양념한 생 연어를 올려, 즉석에서 레어로 구워 먹는 애피타이저입니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비쥬얼은 말할 것도 없고 맛도 뭐... 엄청납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생연어를 저렇게 해서 먹으니 맛이 없을 리가 있습니까. 아쉬운 건 단 두점이라는거! 저 두 점에 14달러정도합니다. 나는 한 20점 정도 먹어야 식전요리를 먹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텐데, 그냥 제 혀만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어요...
이거는 쉐프가 그날 신선한 회로 알아서 5점 골라 초밥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뭐라 뭐라 설명해줬지만 알아듣질 못했습니다. 흰 살 초밥 두 점과 참치초밥, 연어 초밥 두 점 이렇게 나왔습니다. 초밥 치고 밥양이 너무 조금이랑 깜짝 놀랐습니다. 밥 양 적은 초밥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러면 양이 안 차는데;; 저 초밥들도 하나하나 새로운 식재료가 뿌려져 있고 올라가 있습니다. 그냥 밥에 회 올린 게 아니라 초밥 한 점 전부 맛이 다 다르고, 그렇게 초밥을 많이 먹어봤는데도 처음 맛보는 맛도 있었습니다. 역시 초밥이란 건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는 게 아주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초밥 맛 보고 동공이 풀려 좋아하는 초밥으로다가 한 점씩 더 시켰습니다. 플레이팅도 예쁘고 초밥 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일본에서 먹는 초밥이랑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퀄리티 높은 초밥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게알 파스타도 시켜 먹었습니다. 성게알을 넣은 소스로 면을 버무리고, 그 위에 수란과 트러플을 올린 음식입니다. 내게 포크가 아니라 숟가락을 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싹 긁어먹었습니다. 이런 리뷰에 호불호가 있었는데, 왜 불호가 있는지 이해 못 하겠습니다. 너무 맛있는데. 아쉬운 점은 면을 라면면을 써서 그게 좀 아쉬웠습니다. 일반 파스타면이었으면 식감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양은 적어서 여기서 식사를 마쳤을 때는, 배가 아주 부른 건 아니고 그냥 배가 찬 정도였습니다. 좋은 음식은 왜 이리 양이 콩알만한지.. 여기서 밥 먹고 나면 어디 가서 떡볶이라도 먹어야 위가 풍족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도넛가게입니다. 미국 내 지점이 몇 개 없고, 독특한 모양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도넛가게입니다.
이름은 부두 도넛. 부두교에서 만든건가;; 왜 부두 도넛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만에 해외지점을 하나 내긴 했는데, 그게 없어져서 이제는 미국에만 지점이 있고 전체 11개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처럼 넓은 곳에서 딱 11개 지점 있다는 건 굉장히 적은 숫자죠. 전에 플로리다 유니버셜 시티워크에 갔을 때, 거기서도 이 가게를 봤었는데 너무 줄이 길어서 들어갈 엄두를 못 냈습니다. 다행히 오스틴에 있는 곳을 갔을 땐, 줄이 길지 않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도넛 종류가 참 많습니다. 포스터를 보고 뭘 먹을지 골라서 들어갔는데도, 실내에서 메뉴를 보면 막상 다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드는 도넛들입니다.
매장이 넓지만 테이블은 몇 개 없습니다. 보통 도넛을 싸 가지고 가니까 실내에 테이블을 많이 둘 이유가 없어서겠죠.
여기는 나무에서 도넛이 열립니다. 부두 도넛은 부두교의 힘으로 나무에서 도넛을 생산하나 봅니다.
부두교스럽게 진열장에서는 요상한 잡동사니들을 많이 모아놨습니다. 부두교가 많이 있는 뉴올리언즈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 매장 분위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 따라는 했네요.
미리 만들어진 도넛들이 원형 진열장 안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먹어보고 싶은 게 한 두개가 아니라..
결국 제가 고른건 포도가 들어간 도넛입니다. 포도스럽게 보라보라하죠? 맛도 포도맛이 나요. 포도 크림으로 드레싱을 했기 때문에. 와.. 유명세는 다 모양때문인가봐요. 맛은 너무나 답니다. 던킨도넛보다도 더 단 것 같습니다. 너무 달아서 끝까지 다 못 먹었습니다. 미국인들에 입에는 달아서 맛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거 다 먹으면 고지혈증 걸려서 쓰러질 것 같은 단 맛이었습니다. 유명하다니까 그냥 먹어보는 겁니다. 이렇게 오스틴에서 맛 본 브런치와 초밥, 그리고 부두도넛까지 소개해드렸습니다. 볼거리. 할거리, 먹을거리 넘치는 도시임에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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