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캠핑의 어려움

반응형

텍사스 가는 첫 날, 해변 캠핑을 하려다 비가 너무 오는 바람에 그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잤었어요.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날씨가 좋아서 같은 장소에서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텐트를 치고 잤는데, 준비성 부족과 해변의 특성으로 꽤나 힘든 캠핑을 하고 왔어요. 

텍사스 크리스탈 비치 

텍사스의 크리스탈 비치라는 곳에서 캠핑을 했고, 여기는 캠핑을 하는 게 무료는 아닙니다. 

 

그냥 백사장에 텐트를 치고 하는거라 뭘 제공받거나 하는 건 없지만, 여기에 캠핑을 하려면 돈을 내고 허가 스티커를 받아야 돼요. 

 

허가 스티커는 근처 마트에서 살 수 있고, 1년에 10달러입니다. 

 

엄청 싸죠 ㅎㅎ 

 

1년 동안 10달러만 내면 아무때나 와서 캠핑할 수 있는 거에요. 

 

그래서 무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짜 돈을 벌려고 입장 허가료를 받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아무때나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자주 가서 캠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워낙 먼거리라 또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녁 7시가 다 되서 도착했는지라 밝은 해변 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날씨 좋은 낮에 보면 굉장히 예쁠 것 같아요. 

차 뒤에 텐트치기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제일 먼저 한 건 역시 텐트치는 일. 

 

그런데 바보인지 왜 해변캠핑을 준비할 때, 바닷바람이랑 모래를 생각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바닷바람이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며칠간 비가 온 뒤여서 그렇기도 하고, 저녁 때가 다 되가니 그런 것 같지만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눈을 한참 뜨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차 바로 뒤에 텐트를 쳤는데도, 바람을 피할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 

 

호숫가에서 캠핑했던 것과 달리, 개구리나 벌레소리 때문에 시끄럽지는 않지만, 바람 소리가 엄청 매서웠고요. 

 

제 잔머리가 휘날려서, 화장실에서 세수할 때 머리에 쓰는 머리띠를 하고 움직였어요. 

라이터없이 불 피우기

이번 캠핑을 위해 야심차게 새로 준비한 게 바로 이 그릴이에요. 

 

전에는 그냥 작은 가스통 사서 비상식량에 물 넣고 끓여서 식사를 해결했는데, 그릴이 있으면 조금 더 나은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사봤어요. 

 

숯도 근처 마트에서 준비했고요. 

 

문제는 숯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라이터도 안 갖고 오고, 바닷바람때문에 도무지 불이 붙지 않는 거에요. 

바람때문에 안 붙는 불

라이터는 없지만 캠핑용 버너로 불을 붙이려 해봤어요. 

 

너무 안 붙어서 숯이 들어있는 종이백을 찢어서도 해보고요. 

 

숯에 불 붙이는 것 자체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30분이 넘게 고군분투한 후에 불을 붙일 수가 있었습니다. 

숯에 불 붙이기 성공

숯이라는 게 또 불이 붙었다고 바로 음식을 올려 구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숯이 회색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워 먹어야 하는데, 그거 기다리느라 결국 총 1시간 이상을 쓴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바닷가에 저녁에 도착해서 할 게 많지 않았는데, 그릴에 불 붙이는 거에 온통 집중해서 사진이 이런 거 밖에 없어요 ㅋㅋㅋ 

 

이번에 그릴과 함께 캠핑용 의자도 샀는데, 바람에 자꾸 넘어가고, 모래 들어오고 하니까 의자 사서 좋은 것도 못 느끼겠더라고요. 

완성된 숯불

숯 한 봉지를 전부 다 썼어요. 

 

남겨도 그걸 다시 쓸 것 같지 않아서요. 

 

드디어 숯이 예쁘게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뭘 구워 먹은지 아세요? 

 

처음 그릴을 살 때는 삼겹살 같은 고기 한 덩이와 야채 몇 개 올려서 알차게 해 먹는 걸 상상하면서 샀는데, 결국 여기에 올려 먹은 건... 

소세지 구워 먹기

핫도그용 소세지 몇 개 입니다;; 

 

거너씨가 마트가서 핫도그 빵이랑 소세지, 머스타드를 사왔어요. 

 

생고기 구워서 먹는 거 아니냐고 하니 그럼 일이 많아지고, 고기 구울 집개나 접시 같은 것도 안 가져왔다고 캠핑 핫도그를 해 먹자고 했어요. 

 

고군분투해서 힘겹게 얻은 멋진 숯불이었지만,,, 좋은 음식을 구워 먹기에 저희가 준비가 너무 미흡했어요. 

 

소금이나 그런 소스도 하나도 안 갖고 왔고.... 해변 고기 구이는 꿈도 못 꿀 상태였네요 ㅋㅋ 

캠핑 핫도그 

그래서 결국 이렇게 핫도그나 만들어 먹었습니다. 

 

물론 숯불에 갓 구운 소세지를 껴 먹으니 맛은 있었죠. 

 

숯불에 구우면 뭔들 맛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역시나 미국 음식.. 질이 그닥 좋은 소세지가 아니다보니 너무 짰어요 ㅠ 

 

왜이리 미국은 소금에 열광하는가... 

 

나트륨에 다들 말라 비틀어진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건지, 여기저기 소금을 못 들이부어 안달난 것 같아요. 

 

배고픈데 어쩌겠어요. 

 

이렇게 불평불만하면서도 핫도그 세개를 해치웠어요. 

 

또 웃긴게, 깜빡하게 식수를 안 산 거 있죠..... 

 

목이 말라 죽겠는데 마실 물이 없었어요 ㅠㅠㅠ 

 

차를 끌고 다시 마트에 가자니, 시간도 늦었고, 차를 이동시켜 버리면 그마저 틀을 유지하던 텐트가 바람에 다 날라가버릴 것 같았어요. 

 

결국 마른 목을 부여잡고 잘 수밖에 없었고, 화장실도 없으니 양치조차 하지 못 해 다음 달 큰 주유소 화장실에 들러 양치하고 세수했어요. 

 

거의 노숙자처럼 보여서 주유소에서 쫓겨날까봐 걱정이었지요. 

 

그렇게 불편하게 어영부영 해변 캠핑이란 걸 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캠핑 의자 사이에 죽은 게가 딸려왔더라고요?

 

거미라고 오해할 정도로 작은 사이즈인데, 해변에 사는 게였어요. 

 

아침에 텐트에도 매달려있더니, 언제 의자에 들어간건지 거기 들어갔다가 그 상태로 죽은 것 같았어요;; 

 

이번 경험으로 왜 사람들이 캠핑을 바다가 아니라 산으로 가는 지 여실히 깨달았어요. 

 

바다로 가면 바닷바람, 모래, 바다생물과 싸워야 합니다 ㅋㅋㅋ 

 

한동안 해변 캠핑은 안 가고 싶은데, 만일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이번과 같은 고생은 피하고 싶네요.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