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크니까 미국은 각 주마다 수도 개념의 도시가 있습니다. 텍사스의 주(州) 도는 오스틴입니다. 오스틴에 간김에 주지사가 일하고 있다는 주청사도 가보고 싶었습니다. 실내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상태였지만, 외관만 봐도 멋있어 보여서 일단 가보기로 합니다.
연식 좀 되어보기는 꽤나 이국적인 이 건물이 바로 텍사스의 주청사입니다. 이 건물 말고도 주변에 다른 건물도 더 있지만 이 건물이 메인 건물입니다. 우아하면서 웅장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텍사스 주를 지키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을 적은 메모리얼 파크 같은 공간도 주청사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텍사스도 여러 나라에 속했던 복잡한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싸움도 잦았습니다.
처음에는 실내에 들어가면 안 되는 줄 알고 망설였으나, 일단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하고 올라갔습니다. 그랬더니 누구나 문 앞에서 검색대만 통과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였습니다. 관광객을 위해서 주청사 건물 전체 소개 팜플렛이나 각 방마다 현재 누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지 나와있는 소개서도 있습니다. 주청사 경비원들은 하나같이 전부 친절해서 질문에 대답도 잘해주셨습니다. 위 사진속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원형의 큰 공간이 나오고 역대 주지사들의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공간이라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영상 클릭해 주세요.
사진으로 충분히 남길 수 있지만 옛날에는 사진이 발달하기 전이라 그림으로 얼굴을 남겨놔서 그런지, 지금도 똑같이 그림으로 얼굴을 그려놨습니다. 통일성 있어보이고, 사진이 아닌 그림이 가지고 있는 중후한 분위기 때문에 주청사 안이 미술관 같은 느낌을 냅니다. 위의 주지사는 역대 가장 긴 시간 텍사스 주지사를 맡은 분입니다. 보통 4년정도 주지사를 하는데, 이분은 총 15년을 하셨더라고요? 인기가 많은 분이었나 봅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텍사스 주지사 출신이기에 주청사에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아는 인물들이 많지 않아서 거의 유일하게 아는 얼굴이었습니다.
계단으로 4층~5층 정도 올라갈 수 있는데, 계단이 멋있어서 이 앞에서 폼 잡고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계단도 옛날식 계단이라 한 칸 한 칸 밟을 때마다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영상으로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원형이 둥글게 가운데 뻥 뚫려있어서, 그 주위를 역대 주지사 사진들이 채우고 있는 건데, 층을 올라가서도 아래를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3층 정도에서 내려다보고 바닥을 찍은 사진입니다. 스페인 영토였을 때, 프랑스 영토 였을 때, 멕시코 영토였을 때, 그리고 미국 영토가 되었을 때, 각각의 표식과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러 나라를 거쳐간 참 복잡한 지역이죠 텍사스는. 텍사스하면 카우보이 이미지 때문인지 굉장히 마초적이고 남성적이고 강한 이미지가 있는데, 가보니까 실제로도 그런 문화가 좀 있습니다. 텍사스 굿즈나 예전에 전투 때 사용한 문구들을 보면,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구보다는, '와서 가져가라!, 쟁취해라' 등등 강한 메시지를 주는 문구들이 많아서 재미있습니다.
주청사에 있는 사무실 문도 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옛날 스타일의 문틀을 그대로 사용하고, 유리문과 손잡이만 현대적으로 덧댄 것 같습니다. 문틀이 전부 저렇게 되어있으니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서양식 건축 양식에 아직 제가 익숙하지 않아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데, 최대한 옛날 디자인을 살려 활용하고 있는 게 좋아 보입니다.
방문했을 때, 마침 사람들이 의회에 모여 새로운 법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각 대표자들이 보고할 거 보고하고, 부동산 관련한 새로운 텍사스 법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전부 공개되어 있습니다.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1층은 출입이 어렵지만, 4층이나 5층에서는 누구나 출입이 가능해서 조용히 앉아 안건 처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위층에도 참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좌석이 빼곡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들어가긴 했는데, 우물쭈물하고 서 있자, 안내원이 와서 설명을 해줍니다. 오래 보고 싶으면 자리에 앉아서 보되, 사진 찍어도 되지만 플래시는 안 된다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었는데, 신기한 건 모두 제각각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마이크 대고 진행하는 사람, 본인 발표할 거 나와서 하는 사람, 기자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는 사람, 자기들끼리 할 얘기 하는 사람 등등. 딱 한 번 다 같이 집중하면서 박수를 칠 때가 있었는데, 그거 빼곤 각자 할 일 하는 모습이라, 저럴 거면 왜 한 공간에 모여있는 것이나 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텍사스 정치인들이 청사에 모여 직접 회의하고 법안을 논의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위에서 내려다봐서 크기까지 작아 보이니 정치 영화 보는 느낌이 들어, 괜한 흥분감을 느꼈습니다. 주청사 오길 잘 했다,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으니까요. 질커파크와 바톤 스프링스 다음으로 오스틴에서 가장 좋았던 곳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미국의 주요 주청사를 실제로 보고, 그들이 일하는 순간을 함께 하는 건 잊지 못할 관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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