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칠면조 고기는 전동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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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어제는 미국의 중요한 명절 중에 하나인 추수감사절이었어요. 

 

한국의 추석이랑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커다란 칠면조 통구이를 먹는 게 이 나라 전통이죠. 

 

한국에서는 동물원에서만 칠면조를 봤는데, 미국에는 마트에 칠면조가 많더군요. 

 

특히 가공식품이 많아서 칠면조 베이컨, 칠면조 햄, 칠면조 소세지도 자주 사 먹고 있어요. 

 

가격도 돼지나 소랑 비교했을 때 저렴할 때가 많아요. 

 

칠면조 통구이는 2인 가구인 저희한테 양이 많기도 하고, 요리하기도 부담스러워서 집에서는 안 하고 있어요. 

 

가족 인원수가 적은 가구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여러 가족이 다 같이 모이는 이런 명절에 큰 칠면조 구이를 해 먹는 전통이 생긴 걸지도. 

 

칠면조 통구이를 먹고 싶어서 10월 말부터 추수감사절을 기대했어요. 

 

시가에 가면 시어머니가 칠면조를 비롯해 여러 맛있는 음식을 해 두시는데, 맛있어서 걷기 힘들 정도로 먹게 됩니다. 

 

왠지 가서 먹기만 하는게 미안해서 작년에는 김치전을 만들어갔고, 올 해는 두부 강정이랑 소고기 굴소스 볶음을 만들어가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놨었어요. 

 

그런데 갈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지, 딱 추수감사절이 되자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진거에요. 

 

시가에 도착했을 때 거너씨가 "근데 한국요리 뭐 해 온다고 하지 않았나?" 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생각이 났어요 ㅠㅠ 

 

아... 이런 미친 기억력..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가가 가까워서 다시 집에 돌아가서 요리를 해 올 수도 있었지만, 다들 괜찮다고 됐다고 하길래 그냥 조용히 앉아있었습니다. 

 

두부강정이랑 소고기 볶음이 맛있어서 가족들한테 한국 음식을 먹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아마 조만간 추수감사절 음식을 거의 소비해갈 때 쯤 따로 해서 나눠야 할 것 같아요. 

다이닝룸인데 조금씩 추수감사절 음식을 세팅해 두고 있을 때 찍었어요. 

 

여러 종류의 음식을 하기 때문에 테이블 안에 전부 음식을 담지는 않고, 몇 개는 주방에, 또 몇 개는 디저트 테이블에 두고, 각자 접시에 퍼 먹는 식으로 먹어요. 

 

시누이는 비건 (채식주의자)라 직접 재료를 가지고 와서 본인이 먹을 건 요리해서 먹었어요. 

 

콩볶음, 오크라튀김, 단호박요리, 구운 빵, 맥앤치즈, 치킨&덤블링 (닭죽이랑 비슷), 으깬 감자 등등을 요리하고, 베이킹을 잘 하시는 시엄마가 호박케익, 피컨파이, 하와이안 샐러드도 직접 만드셨어요. 

 

이렇게 잔치상이 차려지고 먹을 게 많으니 정말 행복한 날이에요. 

 

가족들이 좋아하는 와인도 두 병 개봉했지요. 

 

바이러스로 여기저기 제한되는 이 시기에 시가가 멀었으면 오기 힘들었을텐데, 가까워서 바이러스 걱정 없이 모일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에요. 

 

 

미국은 각 명절마다 식탁에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추수감사절이 적힌 접시와 냅킨이 놓여있었어요. 

 

명절과 관련된 요리는 많아도 인테리어는 딱히 없는 한국에서 살아 그런지, 이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은 지금도 신기해요. 

 

미국 사람들을 이런 걸 진짜 사서 잘 쓰는 구나 싶어서 ㅎㅎ 

 

대망의 칠면조 구이는 오븐에 구은 후에 시엄마가 칼로 잘랐는데,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칼을 쓰셨어요. 

 

콘센트에 꼽아 쓰는 전동칼. 

 

힘들게 톱질을 안 해도 알아서 진동을 주면서 고기를 썰어주는 칼이라, 칠면조 커팅하기에 너무나 편리해요. 

한국에서는 흔히 있는 제품이 아니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동영상 찍어왔는데 감상해보시길. 

 

KakaoTalk_20201127_065530026.mp4
3.96MB

드르르르륵 하는 작은 진동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칠면조 살코기가 쓱쓱 잘려 나가는 걸 보면, 이미 입 속에 넣은 것처럼 행복합니다 ㅋㅋㅋ 

 

별 거 아닌 영상인데, 찍고 나서 몇 번을 보게 되더라고요. 

 

1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풍경이라 그런가봐요. 

 

한국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아니라서,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닭과 돼지고기의 중간같은 느낌이 들어요. 

 

새 종류라서 닭고기와 비슷할 것 같지만, 돼지고기 질감과 비슷한 느낌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칠면조 베이컨처럼 여러 가공육 만드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해요. 

 

추수감사 음식을 어제 점심에 먹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4시간이 지난 다음 날 점심 때예요. 

 

그런데 얼마나 먹었는지 아직도 배가 안 고파서, 칼로리 바 하나 먹고 그냥 있어요. 

 

언제까지 배가 안 고플건지도 궁금 ㅋㅋ 

 

거너씨는 등산 다녀와서 이미 남은 음식을 조금 먹었어요. 

당연히 그 많은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고, 시엄마가 이렇게 나눠서 싸 주셨죠. 

 

추석 때 남은 음식 싸들고 가는거는 우리랑 똑같은 문화예요 ㅎㅎ 

 

며칠은 남은 추수감사 음식으로 연명할 거에요 

 

요리 안 해서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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