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 / / 2019. 10. 4. 07:00

한국에서 국제결혼 후기 (식장 및 뒷풀이, 혼인서약서, 성혼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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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와 거너씨가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뤘습니다 :) 


힘들 줄은 알았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그치만 너무나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식이었습니다. 


본래 결혼식에 큰 로망이 없어서 그냥 친구들만 불러서 술이나 마시고 싶었는데 ㅋㅋㅋ 


부모님이 미쳤냐고 뿌린돈이 얼만데 왜 식을 안 하냐고 노발대발 하셔서 ㅋㅋ 자식된 도리로 하게 됐어요. 


거너씨네 가족은 부모와 형제들 합쳐 5명이 한국에 왔는데, 아시아 자체가 처음이었고, 복잡한 서울 시내가 


미국의 조용한 시골마을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괜찮을까 걱정을 했지요.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결혼한다고 무조건 신혼여행 일주일 휴가를 주지 않더라고요. 


결혼은 개인적인 일인데 왜 그걸 가지고 회사에서 휴가를 줘야 하나며 ㅎㅎㅎ 


뭐 맞는 말이긴 한데 약간 섭섭한 느낌? ㅎㅎ 


그래서 거너씨는 쓸 수 있는 휴가가 부족해서 결혼식이 있는 그 주 월요일에 가족들과 왔다가 


식 끝나고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아직 비자가 없어서 계속 한국에 있는 상태예요.  


거너씨 가족들은 에어비앤비로 장충동쪽에 묵었고, 


여러 관광지를 데리고 다녔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던건 덕수궁의 퍼레이드를 볼 때. 


또 한국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것도 다행이었고,


 거너씨 가족들과 저희 가족들의 만남도 별 탈 없이 잘 이루어졌구요. 


좀 문제가 생겼던 건 '옷'에 관련된 건데 거너씨가 미국에서 너무 살이 쪄와서 


맞는 예복이 없어서 그거 고르는게 힘들었어요. 


사이즈 때문에 강남구청에 있는 예복들 본사까지가서 입어봐야 했고, 


거너씨는 마음에 안 든다고 입이 대빨 나왔었지만 


식 당일에는 다행히 옷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어머니 한복도 제가 한복 맞춘 곳에서 했는데, 


바로 다음 날이 결혼식인데 맞춤 한복이 너무 작게 나와서 


그 날 밤에 다시 만들어서 한복집 실장님이 숙소로 직접 배달 해 오시기도 했구요. 


그 한복집은 제 한복 만들 때도 실수 하더니 또 이렇게 실수를 할 줄이야... 


사이즈를 안 맞게 만들거면 뭐하러 저희가 맞춤을 하겠어요;; 


옷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거 빼곤 괜찮았어요. 



저는 도곡동의 M엠플러스라는 곳에서 식을 했구요. 


하객이 많지 않을 줄 알고 4층 나린홀의 가장 작은 홀에서 했어요. 


약 180석 정도의 작은 홀이었습니다. 


제 결혼식에서 조금 특별했던 건, 버진 로드 양 옆으로 6개의 예약석을 마련했다는 건데요. 


얼마 안 되는 제 하객들 중 3분의 1 이상이 외국에서 오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는데, 


한국 결혼식이 처음인 친구도 많았고, 심지어 한국에 처음 오는 친구들도 있어서 


그들과 혼자 온 한국 친구들을 위해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6개의 테이블만 제 친구들을 위해 예약석으로 쓰기로 했지요. 


테이블 한 개당 6명씩 앉을 수 있었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얘기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친구들끼리 명단 묶었고, 


친구 중 한 명에게 부탁해서 예약석 만큼은 꼭 이름 확인해서 명단에 적힌 사람만 앉게 해달라고 했구요. 


또, 신부대기실에는 저랑 거너씨 둘이 계속 앉아서 사진 찍었는데, 


거너씨가 리허설 때문에 나갔을 때 빼고는 같이 대기실에서 친구들과 사진 찍었어요. 



거너씨가 입구에서 손님 맞아봤자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한국어도 서투른데, 너무 힘들거라 생각했고, 


대기실에 저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도 싫었구요. 


리허설은 신랑 신부 같이 하는 줄 알았더니, 제 드레스 때문인지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드레스 꽉 껴서 숨쉬기 힘들어 죽는 줄 ㅋㅋㅋㅋ 


저희도 식장에서 무료로 사진으로 영상 만들어줬는데, 


저희는 스튜디오를 안 찍어서 연애 사진으로만 꾸미려니 사진이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축가팀에게 부탁해 식 전에 축가 2곡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식 시작. 



어머님들 화촉점화했는데, 거너씨 어머니한테는 그 전부터 미리 동영상 보여드리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었고, 


입장은 신랑 신부 동시 입장으로 진행했습니다. 


입장곡은 밝은 팝송으로 골랐고요. 


즐거운 결혼식 컨셉이었고, 실제 저는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소리지르면서 입장했어요 ㅋㅋㅋㅋㅋ 




너무 긴장 안 한 저를 보고 친구들은 이거 재혼이냐며 ㅎㅎㅎ 


신랑 신부 입장 후에 거너씨부터 각자 쓴 혼인서약서를 읽었어요. 




저희는 통역을 하나 뒀기 때문에, 제 친구가 사회를 보고 뒤를 이어서 통역분이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 


거너씨 하고, 그 다음에 저 읽고. 


성혼선언문은 거너씨 아버님께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덕담을 해주셨구요. 


축가는 두 팀. 제 친구가 한 곡, 성악을 전공한 아버지 지인 분들이 한곡씩.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식순은 빼고, 저와 거너씨가 각자 감사의 스피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진 후 끝 :) 



사진도 가족사진만 찍고 친구들 사진은 안 찍었어요. 부케 던지는 것도 안 했고. 


제가 그 파트를 별로 안 좋아해서 ㅎㅎ 


폐백은 안 했지만 저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거너씨랑 같이 피로연장에 인사를 드리러 다녔고, 




그리고 바로 2차 뒷풀이 장소로 갔지요. 



뒷풀이는 식장에서 멀지 않은 양재에 '이상한 나라의 미스윤'이라는 곳에서 했어요. 


한 번 가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예약했고, 본래는 옥상 루프탑을 예약했는데 


루프탑 운영을 더이상 못 하게 됐다고 해서 1층으로 변경됐어요. 


근데 날씨가 흐려서 오히려 1층에서 한 게 더 잘 한 것 같더라고요.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음식도 진짜 맛있었고 다들 만족해했어요. 



저는 총 30명이 조금 넘는 친구들이 와줬고, 4명당 2접시 먹을 수 있게 음식 미리 주문해놨었어요.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과 레드와인 각 7병씩 주문했는데, 


여기가 단점이 술값이 비싸서 그 후에 맥주나 칵테일 주문 아니면 그나마 저렴한 와인 주문으로 부탁했어요. 


대략 뒷풀이 값만 120좀 넘게 쓴 듯. 


그래도 또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예요. 


이렇게 바쁘고 즐겁게 웃으면서 식 마무리를 할 수 있었어요. 


또 식장으로 이용했던 M플러스 웨딩홀도 전반적으로 만족했던 게, 초반에 요청했던 거 다 잘 해주셨고, 


뭘 물어보든 뭘 요청하든 다 친절하게 해주신 게 좋았어요. 


음식도 너무 맛있어서 하객들 다 좋아했구요. 


추천하는 식장입니다. 


마지막으로 거너씨가 쓴 혼인서약서와 거너씨 아버님이 쓰신 


성혼선언문이 너무 좋아서 같이 공유하려고 합니다. 


원본 버전으로 해석본이 없는 건 양해 부탁드려요. 



< Gunner’s wedding vows >

 

From opposite sides of the world, fate has brought us together.

By chance, I’ve found my best friend and soulmate.

I’ve chosen to spend my life with you, and the best thing to happen is that 

you’ve chosen to do the same.

From today until forever, I  take you as my wife.

I vow to be with you through thick or thin, feast or famine, fair weather or storm.

As we begin our lives together, I promise to never give you up or to let you down.

I’ll never run away and desert you. I offer you this from this day until my last.



- 신랑 아버님의 성혼선언문 -

 

Gunner and Eunji have come before us and before God and 

expressed their desire to be husband and wife. 

They have shown their love and affection by joining hands, have made promises of faith and devotion, each to the other, and have sealed these promises by giving and receiving of rings.

I, therefore pronounce that you are husband and wife.

 May God bless you and keep you and give you his peace. Amen

What God has joined together, let no man separate.

You may kiss your b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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