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 / / 2019. 10. 3. 08:00

슈퍼스타 존버거맨

반응형

좀 더 체력이 좋을 때는 혼자 서울로 각종 미술관과 전시회를 가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젠 체력이 뒷받쳐주지 않으니 굳이 혼자 멀리까지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스케줄이 없으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갈 때도 많은데, 또 그건 그거 나름대로 괜찮게 느껴지고 ㅎㅎ 


밖에 나갈 땐 종일 나가있고, 집에 있을 땐 종일 집에만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제가 너무나 오랜만에 혼자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킨 아티스트 중에 한 명인 '존버거맨'이라는 사람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렸거든요.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M 컨템포러리에서 했는데, 이게 전시관만 있는 곳이 아니여서 처음엔 입구가 햇갈렸어요. 



제가 원래부터 이 존거버맨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지인의 남편분이 이 전시회의 굿즈 제작을 맡아 하셔서 우연히 티켓 한 장을 얻게 됐어요. 


근데 9월에 너무 바빠서 갈 기회를 못 잡고 있다가 너무나 다행이도 전시회 마지막에 갈 시간이 되서 다녀왔지요. 


또 제 추천으로 다녀온 지인분이 나이가 있으신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괜찮았다고 해주셔서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 전시가 너무 좋은 건 존버거맨은 결코 까다롭지 않다는 거에요. 


오디오가이드도 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고, 


전시회 안에서 사진, 영상 뭐든 다 허용됩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전시회와서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도 입구에서 오디오부터 다운 받아서 바로 들으면서 관람했어요. 



이번 서울 전시회 컨셉은 '펀팩토리'네요. 존버거맨은 어렵거나 딱딱한 예술을 싫어한다고 해요. 


다양한 실험을 하는 걸 좋아하고, 누구가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미술을 하는 걸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시관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이 아이들이었어요. 


실제로 아이들이 또 좋아할만한 색감과 그림들이 많아서 좋았구요 



처음에는 그의 재미난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사원증이 있었어요. 


저는 그 중 이 캐릭터 사원증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ㅋㅋ 


이름: WORK, 직업: SUCKS!!, Favorite snack: All snacks. 


매우 솔직하고 직관적인 캐릭터 좋아요 ㅋㅋ 



그리고 이렇게 락카로 뿌려서 그린 작품들도 많이 있었어요. 


락카 특유의 분사식 표현 방식이 장난스러우면서도 멋진 작품의 느낌을 표현해요. 


락카로 만든 그림은 제가 많이 보지 못해서 좀 신기하게 봤던 그림들이에요 



여기는 뉴욕의 길거리를 재현했다고 하는데, 


제가 뉴욕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이런 벽돌에 자유롭게 그려진 낙서, 


그리고 문에 지저분하면서도 느낌있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각종 스티커 낙서들이 


뉴욕 한 곳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고 하네요. 


이 작가가 영국 출신이지만 뉴욕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뉴욕의 자유로운 느낌을 서울에 재현해내고 싶었봐요 



이건 그가 너무나 사랑한다는 또한, 영감의 원천이라는 뉴욕피자를 


작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표현하는 데 빗대어 그 공정을 한 쪽 벽면에 나타냈어요. 


트레일러와 헝겁 피자와 그림으로 만화책의 한 페이지처럼 재미나게 그려낸 게 인상깊어요. 


영감의 원천은 각자 다르지만 뉴욕 피자가 영감을 준다는 사람은 처음 봤네요 ㅎㅎ 


그만큼 뉴욕 피자가 그렇게 맛있나.. 진짜 꼭 가보고 싶네요 저도 ㅎㅎ 



여러가지의 감정을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한 코너도 있었는데, 그 코너 마지막에 이런 글귀가 있었어요. 


근데 누구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없이 무언갈 한다면 거의 재미있지 않나요?


부담없이 그리면 편하다는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이게 일이되고 사람들이 내 작품에 기대를 하기 시작하면 부담을 갖지 않는 건 쉬운일이 아닐텐데 


실제 존버거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굉장히 부럽네요 



이 주렁주렁 플라스틱 사슬로 가려진 공간은 뭘까요 ㅎㅎ 



여기는 검은 바탕에 네온들로 캐릭터를 표현한 공간이에요. 


존버거가 또 네온을 굉장히 좋아한고 해요. 


그래서 이렇게 네온으로 벽면을 꾸민 것 뿐만 아니라 큰 비디오 영상실에는 


일렉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네온 캐릭터 영상도 준비했더라고요 



애들 방이 이렇게 꾸며져있으면 애들이 진짜 좋아할 듯요 ㅋㅋㅋㅋ 


근데 저 아이들을 방에 다 담아내려면 도대체 방이 얼마나 커야 하는건지 


아....이런 현실적인 고민만 하고 있는 저는 어른이네요 ㅠㅠ 



커다란 종이 집으로 꾸며진 이곳은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해 낸 공간이에요. 


안에 들어가면 실제 작품들과 작업 책상이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어요 



바로 이렇게요 ㅎㅎ 


애들은 별로 내켜하는 것 같지 않은데 부모님들이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찍게 하려는 듯한 ㅋㅋ 


책상도 의자도 전부 차곡히 정리된게 아니라 어지러져있고, 의자마저도 그림이 그려져있어요. 


작가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인지 알 것 같은 방 분위기. 


실제 이런 핑크핑크한 방에서 작업을 하는 지 궁금하네요~ 



여긴 전시회의 거의 막바지에 있는 곳인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에요. 


바닥에 자유롭게 팬으로 낙서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죠. 


그래도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바글바글. 


저는 감히 신발 벗을 생각조차 못 했어요 ㅎㅎ 


예전엔 낙서라 결코 그림이나 예술로 취급 받지 못했다고 하고,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낙서를 예술로 안 보는 시각이 훨씬 많지만 


몇 몇의 사람들이 낙서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고, 그렇게 하는 데 존버거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포스팅한 사진 외에도 존버거가 서울 전시만을 위해서 준비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어찌보면 대충 그린 낙서로 전시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의 전시를 보면 뭐 하나 대충 한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언제 또 한국에서 또 다른 그의 전시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게 된다면 다시 가고 싶네요. 


관람 후에 매우 유쾌한 기분이 남거든요 :)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