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의 자살다리

다낭에는 총 7개의 다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높은 다리가 저희 집 앞에 있어요. 

거실에서도 보이지만 3층방과 옥상에서 보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다리 덕분에 약간 뷰가 좋아진 점은 있어요. 

밤에는 다리들이 형형색색 불빛을 내기 때문에 밤에 봐야 특히 더 예쁘죠. 

다낭 다리 중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는 '한다리'와 '용다리'고, 

저희 집 앞 다리는 교통량이 크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길도 한적한 편이라 제대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이 다리를 이용하면 좋아요. 

유명한 관광지인 영흥사가 있기도 하고 바다가 보이는 산 속 길이 엄청 예쁘거든요. 

저희 집 옥상에서 찍은 다리예요. 

번쩍 번쩍하니 예쁘죠. 

그런데 사실 이 다리의 별명은 외관과 반대로 섬뜩합니다. 

바로 '자살다리'예요. 

일단 생각치도 못한 다리 별명에 1차로 놀라고, 평화로워보이는 다낭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는 거에 2차로 놀랐어요. 

외국인들은 모르지만 베트남인들은 이 다리 별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더라구요. 

다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이 다리로 갑니다. 

이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는 다낭 내 다른 다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을 떄 성공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흔한 '한다리'같은 경우 높이가 높지 않아서 거기서 뛰어내려도 살아나는 일이 많아  

확실한 성공을 위해 안 좋은 생각을 품은 분들이 전부 이 다리를 찾는거에요. 

약간 한국의 한강다리 같은 거죠. 

한강에도 여러 다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뛰어내리는 분들이 많은 다리가 있을텐데 

다낭에서는 이 다리가 그 다리네요. 

이 다리의 본래 이름은 '투언푸옥'다리라고 해요. 

물론 본래 이름은 별로 알려져있지 않지만요;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대도시에서 그런 자살 다리가 있다면 도시 삶이 빡빡하니

그런 일이 생기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휴양지로 널리 얄려진, 누군가에겐 꿈같은 여행지에서 자살률이 많다는 건 생각치 못했습니다. 

특히 축구경기가 있던 날에 사람들이 이 다리로 많이 몰려가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다리가 아주 분주하다라고도 말하는데요. 

베트남에서 축구는 본래 인기 있는 국민 스포츠 종목이었고

거기에 한국 박감독님이 오신 후로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으니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축구경기를 봅니다. 

그런데 그냥 경기만 보는게 아니라 거기에 '도박'이 더해지는데 한국의 '스포츠 토토'같은 거죠. 

스포츠 토토를 할 수는 있지만 베트남인들이 한 번 할 때 엄청난 액수를 거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여유돗이 있어서라기보다 전재산을 걸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스포츠란게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는건데 여기서 져버리면 전재산을 투자했던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거죠. 

하루 아침에 고생고생 해서 번 돈을 잃고 죄다 이 다리로 몰려가는 겁니다. 

이정도로 베트남에서 스포츠가 사행성이 심한 도박인 줄 몰랐어요. 

그래서 더 사람들이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 미친듯이 열중해서 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서 보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요. 

무언가 사업이 실패해서, 생활고 때문이 아니라 사행성 도박때문에 자살다리가 생길정도라니.. 

정부 차원에서 이런 사행성 도박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은 오히려 더 권유하는 느낌이랄까. 

한국도 사행성 오락거리들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베트남도 만만치 않은 느낌이에요. 

그 오락거리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역시 뭐든지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