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을 통해 본 베트남 여성의 삶

제목이 무슨 논문 제목 마냥 좀 재미없게 달아놨지만 

제가 베트남에서 두 번의 여성의 날을 보고 

베트남 여성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해요. 

베트남에서는 여성의 힘이 쎄다라고 알려져있어요. 

여성의 힘이 쎄다기보다는 남자 여자, 상사 부하 관계에서 

차별없이 동등하다는 의미예요. 

때때로는 실생활에서 베트남 여자분들의 권위가 더 높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베트남 말 중에서 "베트남 여자는 결혼하면 호랑이가 된다" 라는 말이 있구요. 

그건 워낙 베트남 여성들이 생활력이 강하다 보니 

연애때 보다 좀 더 터프한 모습들이 많이 보여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챙겨본 적도 없는 여성의 날을 베트남에서 두 번 겪었어요.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인데, 베트남 고유의 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날 여러 이벤트를 정말 많이 해요. 

저도 여자기 때문에 그냥 여자라는 이유로 식당이나 바에서 할인 좀 받고, 

종업원들이 여자들에게만 꽃을 나눠주기도 하죠. 

그래서 좀 놀랐는데, 국제 여성의 날 말고도 10월 20일이 베트남 고유의 여성의 날이라는 말을 듣고 

1년에 여성의 날이 2번이나 있구나. 이 나라 여자들은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베트남 여성의 날에는 뭐 하냐고 하니, 보통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분들은 그들에게 꽃을 선물 받는대요. 

아니면 남자인 친구나 남자인 회사 동료들이 챙겨주구요. 

여성의 날이 가까워져 왔을 때 부터 여기저기 길거리에 꽃 좌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너씨 회사에서도 남직원들이 여직원들을 위해 소정의 돈을 모아서 파티를 열어 줬어요. 

저는 제가 알바하는 곳에서 여자분들이 다같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자면서 

과일을 사와서 나눠 먹고, 저한테는 꽃도 선물해줬어요. 

휴양지라 안 그래도 공연과 이벤트가 많은 도시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큰 무대 행사도 열렸죠. 

그런데 베트남 여자들과 대화해보면 그렇게 많이 행복한 거 같진 않아요. 

어떻게 보면 한국과 닮아보이기도 해요. 대부분 결혼 전에는 여자로서의 삶이 괜찮은데, 결혼 후에는 여자로서의 삶이 힘들다고 말하거든요. 

베트남에서 데이트할 때는 남자분들이 여자친구를 좀 떠받드는식의 데이트를 많이 합니다. 

데이트 비용도 남자분들이 낼 때가 더 많구요. 

한국과 좀 닮은 부분 같아요. 

그런데 베트남 여자들은 결혼을 굉장히 일찍 하는 편이고 일찍 하도록 강요받아요. 

베트남 어른들은 여자가 25살 넘어가면 노처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있는데 아직 부모 세대들은 딸을 20대 초반에 결혼시키고 싶어하죠. 

20 중반을 넘어가면 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져 남자를 못 만나고 평생 혼자 살 거라는 불안감이 있어요. 

그 불안감을 자식들에게 표출합니다. 

부모님들에게 결혼의 압박을 받는 베트남 여자분들과 얘기해보면, 

현재 본인이 25살이라 주변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그들을 통해 결혼생활을

간접적으로 보고 있는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서른 넘어서 결혼하고 싶다고들 해요. 

베트남의 평균 임금이 월 40만원 좀 넘어요. 물론 직종에 따라 다릅니다. 평균만 얘기할게요. 

평균 집세가 월 20만원 정도 되구요. 

" 그래서 무조건 베트남에서는 늘 돈 여유가 없고, 아이가 생기면 더 하죠. 무조건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어요.

조부모들은 자식들이 맞벌이 하러 나간 동안 손주들을 돌보구요. 

생활비가 달마다 빠듯하기 때문에 저금하기는 힘들죠. 

부부싸움도 잦고, 남편은 더 이상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지 않죠. 낭만도 없고." 

위의 말은 제가 인터뷰한 25살 베트남 여자분이 한 말이에요.  

한국과 닮았죠 ㅎㅎㅎ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베트남에서 여자의 위상이 높다고 해서 집안일이나 육아를 남자가 같이 하는 것도 아니에요. 

베트남에서도 가정에서 여자분들의 하는 일이 더 많고 역할이 더 큽니다. 

그래서 어린 베트남 여자분들이 모두 하나 같이 베트남 문화는 여자가 결혼하면 더 힘들어진다고 얘기하는거에요. 

실상을 보면 베트남도 말만 여자의 권위가 높다고 치켜세워줄 뿐, 그러니 여자가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며 책임감을 더 줄 뿐이죠. 

물론 제가 베트남에서 아주 오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베트남인들의 말만으로 모든 게 다 그렇다 라고 판단할 수는 없죠. 

그치만 겉으로 보기엔 부러워보이는 베트남 여자들의 삶이 안으로 들어가 자세히 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는 걸 살아보고 겪어볼 수록 느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