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류 열풍 꺽으려는 일.중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베트남에 있는 아시아계 외국인 중 80%는 한국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낭은 90%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베트남 사람들도 현지인과 분위기가 다른 아시아인을 보면 

무조건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한국사람이 많으니까요. 

호치민에도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구역이 따로 있고,

하노이에 한국 국제학교는 늘어나는 한국 교민 수를 감당 못해 

올 해 1학년 신입생을 다 수용하지 못 했다고 하네요. 

어딜 가든 왠만한 마트에 한국 과자나 고추장, 라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고 

관광지에서는 영어나 베트남어로 물어도 한국어로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죠. 

다낭은 하노이나 호치민보다 작은 도시지만 여기만 해도 한국 영화관이 세 개나 있습니다. 

한식당도 엄청 많이 생겨서 "베트남에서 이런 한식도 먹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베트남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 

올 초 문대통령과 베트남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2020년까지 한. 베 교역 규모를 천 억 달리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는데, 

이게 실제 달성되면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은 미국과 베트남의 교역을 넘어섭니다. 

이미 지금도 하노이 인근에 삼성전자 공장은 베남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한국 기업의 힘이 커지니 점점 베트남으로 몰려오는 한국기업들이 많아졌죠. 

제 주변엔 베트남 20대 학생들, 사회인들이 많은데 다들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싶어하거나 

이미 공부하고 있거나 아예 유학 자체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한국 학교와 베트남 학교와의 교환학생 교류도 많아져서 저한테 어떤 학교로 교환학생들 가는게 좋겠냐고 

물어보는 베트남 학생들도 많습니다. 

전에는 바나힐 가는 케이블 카에 우연히 같이 탔던 베트남 분이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 어떻게 공부했냐고 하니까 

3개월밖에 안 했다는데도 왠만한 기초회화는 할 만큼 하더라구요. 

그렇게들 한국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이유가 한국 음악과 드라마 열풍도 있지만 한국 못지 않게 경쟁률이 높은 

베트남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잘 하면 베트남 내 한국기업 취직하기도 쉽고, 

통역사나 번역가로도 일하기 쉽게 때문이죠. 

제가 한창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가 좋을 시기에 와서 나름 혜택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인들에 관한 인식이 좋아서 왠만하면 친절하게 대해주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 베트남 친구에게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본인은 한국어 말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곧 베트남에서 한국보다 일본의 영향이 더 커질거라면서요. 

뭘 근거로 이렇게 자신감있게 말하나 궁금해서 알아봤는데, 일본이 베트남에 투자하는 금액이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투자 누적은 한국이 1위지만 2018년 올해 상반기만 보면 일본이 1위고, 

일전에 일본과 베트남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베트남에 5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일본이 베트남에 쏟아붓는 개발원조비는 다른 나라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액수가 큽니다. 

지금이야 한국의 대규모 민간기업을 통해 베트남 경제가 한국판이라지만 

계속해서 일본의 대규모 원조를 누르고 한국판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베트남을 엿보고 있죠. 

역사적 배경 때문에 아직도 베트남에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지만, 

베트남과 연계해 동아시아에서 큰 판을 짜보려는 중국의 욕심은 계속해서 베트남을 찔러대고 있죠. 

아무리 지금 베트남에 한국의 영향력이 막대하다지만 계속서 밀려 오는 중국와 일본의 정책에 

한국은 손만 놓고 보고 있다면,베트남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지 모릅니다. 

단순히 한국 문화 콘텐츠와 기업의 역량에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베트남과 한국의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