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스콤 중에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시트콤은 역시 '프렌즈'일 겁니다. 이걸로 영어 공부하셨다는 분들도 많고, 종영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프렌즈 콜라보 상품이 계속 나올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지내보니 프렌즈에 못지않은 대표 미국 시스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바로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나오고, 그의 이름을 딴 '사인펠드'라는 시트콤입니다.
크레이머, 조지, 일레인, 제리 이렇게 네 사람이 주인공으로 뉴욕에 사는 싱글들입니다. 총 9시즌에 약 10년 가까이 이어진 시스콤으로 미국에서 9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시즌을 다 봤는데 개인적으로 프렌즈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습니다. 워낙 옛날 코미디라 현재 감성에 맞을까 싶었는데도 지금 봐도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네 사람의 관계성도 재미있는데, 제리는 극 중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고, 제리와 일레인은 과거 연인 사이, 현재는 친구 사이입니다. 크레이머와 제리는 이웃, 조지는 제리의 학교 동창입니다. 이렇게 네 사람의 관계도부터 특이한데 캐릭터성은 이 못지않아서 시트콤의 마지막 종영분은 맨해튼 시내의 대형 스크린에서 방영될 정도였고,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멈춰 이 시트콤을 봤을 정도입니다. 저도 뒤늦게 보고 엄청난 팬이 되었을 정도니까요. 사인펠드의 배경이 뉴욕 맨해튼인 만큼, 방송에 실제 뉴욕 거리에 있는 장소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그중 이 네 사람이 가장 많이 가는 레스토랑에 가봤습니다. 물론 실제 내부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다르지만, 레스토랑 외관은 맨해튼 시내에 실제로 있는 곳을 촬영했고 현재도 성황리에 운영되는 식당입니다.
본래 이름은 탐스 레스토랑이지만 시트콤 내에서는 몽크스의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맨하탄 웨스트사이드 브로드웨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역에서도 가깝고, 센트럴 파크도 가까워서 여기서 밥 먹고 공원 가서 산책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입니다. 시트콤을 좋아하는 만큼 이 식당을 방문하는 것도 무척 기대가 되었는데, 간판부터 옛날 그대로인 식당을 눈앞에서 보는 게 너무 신났고, 매번 시트콤에 나오던 식당 앞에서 사진까지 찍으니 진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여기는 아침 7시부터 문을 열고 아침, 점심, 저녁 다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아침을 먹기 위해 8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식당 내부는 시트콤과는 다릅니다. 물론 전형적인 미국 요리 식당이라 부스 테이블이 있고 스툴이 있는 바가 있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구조와 색, 인테리어 등이 다릅니다. 진짜 옛날 스타일 미국 식당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인펠드로 유명해진 만큼 식당 내부 곳곳의 사인펠드 배우들의 사진이나 포스터, 친필 사인등이 붙어 있습니다. 본래 미국 가정식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라 평도 좋지만, 시트콤을 보고 온 관광객들이 꾸준히 오는 곳이라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게 배려해주기도 합니다.
사인펠드 출연진 외에도 유명 인사들의 사진과 사인이 붙어 있습니다. 액자 때깔만으로도 이 식당이 얼마나 오래된 식당인지 느껴집니다. 때문에 화장실이나 식당 내부 시설은 꽤나 낡은 편입니다. 그래도 긴 시간 동안 음식맛 변함없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걸 보면 단순히 시트콤으로 유명해진 것 말고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가게 사람들의 노력도 있을 겁니다.
메뉴판도 굉장히 옛스럽습니다. 가기 전에 이곳에 '제리 샐러드'라는 메뉴를 팔고 있다고 들었는데 조식 메뉴판에는 없었습니다. 식당에 따라 시간대에 맞춰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은 편입니다. 이곳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곳만의 아주 특별한 메뉴는 없습니다. 팬케이크, 계란 요리, 베이컨, 오믈렛 등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좋은 점은 그래도 메뉴가 많은 편이라는 것과 디저트용으로 먹을 수 있는 케이크 종류도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또 가격도 맨해튼 치고 아주 비싼 편은 아닙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입니다. 잘 구운 크로와상과 햄구이, 소세지와 베이컨, 프렌치토스트 위 계란 두 개. 어떻게 보면 단출하고 어떻게 보면 배불러 보이는 미국식 아침 식단입니다. 맛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소박한 음식인데 짜지도 달지도 않고 간 딱 맞게 요리하셨고 커피도 계속 리필해 줬습니다. 같이 간 일행도 생각보다 음식이 맛있어서 만족했다고 좋아했습니다. 계산을 할 때는 직원에게 영수증을 요청하고 그걸 계산대로 가지고 가서 계산대에서 결제합니다.
테이크아웃이나 셀프로 하는 식당이 아니라면, 미국에서는 보통 직원이 테이블을 돌며 계산을 해주는 게 일반적인데, 여기서는 영수증은 직원이 갖다줘도 계산은 직접 계산대에서 해야 하는 시스템이 재미있었습니다. 한국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고요. 계산할 때도 그 옆에 각종 사인펠드 멤버들 사진과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그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뉴욕에 갈 때 이 근처에 묵는다면 음식 때문에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식당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버스를 좀 타고 가다보면 제리 사인펠드의 아파트로 나온 곳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내부는 스튜디오라 다르고, 아파트의 바깥 풍경이 필요할 때 이 아파트를 골라 촬영했다고 합니다. 극 중에서 그가 4층에 사는 걸로 나옵니다. 그래서 극 중 제리가 살았음직한 4층을 올려다보며 사진 찍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맨해튼에 사는 것 자체가 생활비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실제 가보니 이곳은 주택가 중심의 꽤나 좋은 지역이라 극 중 제리가 정말 잘 나가는 코미디언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식당과 제리 아파트만 가봤지만, 제대로 시트콤 투어를 하고 싶으시면 극 중 캐릭터 크레이머를 만드는 데 참고한 실제 '크레이머'가 진행하는 뉴욕 투어도 있습니다.
사인펠드 감독이 크레이머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그의 옆집에 살았던 실제 이상한 캐릭터인 '크레이머'를 참고했는데, 그 실제 주인공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하는 사인펠드 투어입니다. 이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엄청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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