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들을 부르는 미국 회사 컨퍼런스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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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에서 컨퍼런스가 3일 동안 진행되고, 무사히 마무리된 저녁 시간, 거너씨가 일하는 회사에서 고생한 직원들과 참가자들을 위해 뒤풀이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풀이 행사 과정이 저에게는 꽤나 생소하고 신기했는데요.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컨퍼런스가 이루어졌기에,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한 것인지, 회식 장소까지 이동할 때 악단과 댄서들을 부르고 그들이 에스코트하는 이벤트를 준비해 줬습니다. 

일회용 호텔 컵
일회용 호텔 컵

컨퍼런스가 있던 인터콘티넬탈 호텔 1층에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뒤풀이 장소에 가기 전까지는 회사 직원이나 컨퍼런스 참가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기에, 방에서 일을 하다가 1층으로 내려가보니 호텔 로고가 박힌 일회용 컵에 알콜이 살짝 들어간 음료를 한 잔씩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뒤풀이가 이미 여기서부터 시작이 된 셈입니다. 

재즈 악단과 댄서 등장
재즈 악단과 댄서 등장

그리고 브라질의 축제 카니발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한 댄서들이 세 명정도 나타났습니다. 눈에 띄게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이 분이 팔에 걸고 있는 건 플라스틱 목걸이, 비즈입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2월에 '마디그라'라는 축제가 있는데, 미국 남부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마디그라라는 축제가 뉴올리언스에서 처음 시작한 건 아니지만, 뉴올리언스가 남부 쪽에서는 꽤 큰 도시라, 이곳의 축제 규모가 대단하다는 게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디그라를 보러 뉴올리언스를 찾습니다. 마디그라 축제를 할 때는 대형 탈 것을 만들고 화려한 옷을 입고 행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행진하면서 이 비즈를 관객들에게 던져줍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비즈를 받아 들고 축제에 참여했다는 즐거움과 공짜로 무언가를 받았다는 행복감에 젖습니다. 그런 마디그라 축제에 등장하는 옷을 입은 댄서들이 나타나자 당황스러웠습니다. 뒤풀이도 컨퍼런스의 일환인데, 회사 컨퍼런스에서 댄서와 악단들을 부를 거라는 건 전혀 상상을 못 한 일이었거든요. 

 

비즈 나눠주는 댄서
비즈 나눠주는 댄서

팔에 비즈를 잔뜩 걸고, 행사 참여자들에게 다가가 이분들이 직접 비즈를 걸어줍니다. 의상도 화려한데 외모까지 예쁜 분이 목에 비즈를 걸어주니 같은 여자여도 설렜습니다. 달콤한 음료와 비즈를 받아들고, 악단들이 연주하는 흥겨운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립니다. 뭘 기다리냐면 다 같이 뒤풀이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걸 기다립니다. 악단 측에서 어느 정도 참가자들이 모였고, 그들이 음료와 목걸이를 다 받아 들었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회식 장소로 사람들을 이끕니다. 물론 이끌기 전까지도 계속 호텔 로비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길거리 행진
길거리 행진

때가 되면 악단과 댄서들이 앞장서,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이끕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모두 줄을 서서 그들을 따라갑니다. 모두 모였던 호텔에서 회식 장소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회사 측에서 미리 그들에게 장소를 알려주고, 악단과 댄서들을 사람들을 데리고 전부 그쪽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이동할 때도 음악은 계속됩니다. 음악을 크게 연주하면서 걷기 때문에 주변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던 사람들은 축제 기간도 아닌데 저 소규모 집단은 뭔지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물론 걸어가는 길에 차가 다니는 일반 도로도 있고 횡단보도도 있습니다. 어떻게 백여 명 가까이 되는 이 사람들을 무사히 회식장소까지 이동시키는 싶었을 때 경차리 나타났습니다. 이들을 제지하려고 나타난 게 아니라, 경찰이 오히려 차를 막아주고 길을 열어줍니다. 회사 측에서 미리 얘기를 한 건지, 교통정리를 위해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앞, 뒤로 한 명씩 붙어서 이 악단 그룹의 길을 터줍니다. 지역 커뮤니티도 아니고, 그저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과 회식 장소를 빌린 사기업일 뿐인데, 이런 행사를 신청하니 경찰까지 나서서 이들을 위해 교통정리를 해 주는 걸 보고 너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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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MB

호텔에서 행진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짧게 찍어 올려봤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보세요. 

거리 댄스
거리 댄스

본래 이 회사 컨퍼런스는 새로 나온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개최된 것이었습니다. 뒤풀이는 그것과 전혀 상관없이 참가자들이 실컷 즐길 수 있게 연출한 걸 보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도 이 무리에 속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받는 걸 재미있어합니다. 특별한 건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십 여분을 걸어 예약한 회식 장소에 도착을 하면 악단과 댄서들이 멈추고 마무리를 하기 위한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춤춥니다. 사람들은 악단 앞에 모여서 너도 나도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흔드는 데, 저는 춤추지 않았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 너무 흥겹고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회사 뒤풀이라는 게 이리 재미있는 거였던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한 동안 음악이 계속되다가 '빠밤'하면서 마무리가 되고, 악단이 떠나면 전부 예약한 회식 장소로 이동합니다. 

미국에는 생일파티나 이런 단체 행사를 위해, 음식. 음료. 당구.볼링. 게임 등 놀 수 있는 시설이 전부 갖춰져 있는 그런 장소가 많은데, 뒤풀이 장소도 그런 곳이었습니다. 행사 참가자들이 많으니 이번에는 회사에서 한 곳을 통쨰로 빌렸고, 음식도 저녁거리가 될 수 있도록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회사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에 컨퍼런스 뒤풀이가 다 이런 식이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에는 뉴올리언스에서 했다는 특징도 있고, 그래서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거리를 회사 측에서 많이 고민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컨퍼런스 뒤풀이라도 악단과 댄서를 불러서 길거리 에스코트를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걸 볼 때 제가 진짜 외국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스레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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