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아시아 사람이 많이 살고 대도시에 속하는 뉴올리언스에도 좋은 아시아 음식점이 많지는 않습니다. 베트남인이 많이 살기에 베트남 식당, 태국 식당 등이 꽤 있는데, 그 외에 한국 식당도 적은 편이고 가격과 질면에서 만족스러운 아시아 식당이 손에 꼽힙니다. 오늘은 제가 뉴올리언스에서 먹어본 아시아 식당 중 맛, 가격, 서비스에서 대부분 만족스러웠던 홍콩 음식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식당을 가려고 저는 사실 꽤 오랫동안 벼르고 있었습니다. DIAN XIN이라는 식당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처음 갔을 때는 코로나 기간이라 백신 접종자가 아니면 들여보내주질 않았습니다. 한창 뉴올리언스 시내에서 코로나 정책으로 '식당'들은 전부 백신 접종증을 요구했습니다. 때문에 이미 예약도 했던 식당에서 결국 못 들어가고 밖에서 그냥 카페 음식으로 때우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백신을 안 맞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지금은 미국 어디에서도 백신 접종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때맞춰 드디어 이 식당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뉴올리언스 내에서 딤섬을 좀 맛있게 한다 싶은 곳이 몇 군데 되기는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기가 평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이며 딤섬 외에도 미국식 중국 음식이 아니라 최대한 원조 중국 음식에 가깝게 요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는 중국 식당이 정말 많은데, 제가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중국식 미국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자장면이나 짬뽕이 중국식 한국 요리인 것처럼, 여기도 중국식 미국 요리가 대부분이고, 맛은 있지만 너무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뿐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꽤 괜찮은 딤섬을 만들고, 그 외 메뉴들도 하나같이 흥미를 자극하며 맛이 좋은 음식들입니다.
식당 내부에는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소룡포 딤섬과 지안빙이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본래 지안빙이라는 음식은 먹어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 식당의 대표메뉴 중 하나라고 하고, 이걸 먹어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평이 너무 좋아서 주문 마지막까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벼르다가 온 곳이기도 했기에 조금 무리해서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이 식당은 출입구부터 약간 중국 스타일 문으로 좀 좁게 만들었습니다. 그게 이 식당의 분위기를 살려주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출입문이 좁고 약해서 문이 제대로 잘 닫히지 않습니다. 나무문인데 두툼한 나무문이 아닌 얇고 가벼운 나무문이라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문이 계속 열린 채로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겨울입니다. 제가 간 날도 유달리 온도가 내려간 너무 추운 날이었는데, 식당 내부에 히터도 안 틀었는데 출입문이 계속 열려 있으니 실내에 있어도 추위가 쉽게 가시질 않았습니다.
날이 추워서 기본 물 대신에 차를 주문했습니다. 미국의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스윗티' 혹은 '언스위티'를 판매하는데, 여기는 정말 중국식 찻잔에 따뜻한 티가 담겨 나오더군요. 그냥 녹차를 시켰는데 일반적인 녹차 맛이 아니었습니다. 말차 말고 직접 먹어본 티백 녹차 중에서 세 손가락에 들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일반 인스턴트 녹차가 아니라는 건데, 정확히 어떤 차를 쓰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차는 하나만 주문에서 둘이 나눠먹었고, 거의 제가 다 마신 것 같습니다. 뜨거운 물은 직원이 오며 가며 체크하다가 더 부어서 넣어줍니다.
제가 주문한 애피타이저입니다. 치킨 요리는 미국 남부에서 엄청나게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요리이며, 그럼에도 저는 한국 치킨이 훨씬 맛있기에 치킨을 주문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바질 치킨이라기에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해서 주문을 넣어봤습니다. 잠깐 손 씻으러 간 사이에 나올 정도로 굉장히 빨리 서빙이 됐습니다. 잘게 자른 치킨에 바질 가루를 묻혀 튀기고, 그 위에 바질 잎을 통으로 튀겨서 치킨 사이사이에 넣어준 음식입니다. 일단 맛부터 평하자면 정말 맛있습니다. 큼직하게 튀기는 일반 미국 남부식 치킨과 달리,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잘려 있는 게 좋았고, 튀김답게 전체가 바삭함을 유지한 것도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바질 치킨이라고 하기에는 바질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튀길 때 바질 가루를 넣어 튀긴 건 맛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나 봅니다. 그래도 통째로 튀긴 바질 튀김과 치킨을 함께 먹을 때는 깻잎 튀김을 먹는 것 같기도 해서 식감도 좋고 맛있었습니다. 치킨용 바질 페스토도 따로 만들어서 함께 서빙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딤섬인 소룡포입니다. 오목한 수저에 올려놓고, 만두피를 살짝 찢어 새어나온 국물을 맛보다가, 간장이나 간장에 절인 생강 등을 올려서 먹는 걸 좋아합니다. 딤섬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기도 쉽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딤섬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딤섬 가게에 갈 때 꼭 소룡포를 포함해서 시키고, 딤섬 가게를 판단할 때 소룡포가 있나 없나부터 먼저 봅니다. 이 식당의 소룡포는 맛은 매우 훌륭했지만 만두피가 좀 지나치게 얇은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들어 수저에 올리기 전에 이미 만두피가 찢어져 국물에 세어 나오는 안타까운 일이 몇 번 벌어졌습니다. 그 부분만 해결되면 갓 찐 소룡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산라탕도 시켜봤습니다. 큰 사이즈에 면을 넣어서 주문할 수도 있고, 작은 사이즈에 그냥 탕만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적은 작은 그릇에 탕만 주문했습니다. 사실 저는 산라탕을 먹어본 게 처음입니다. 산라탕 또한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중국 음식인데, 제가 신 맛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동안 도전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tv를 보다가, 전 골프선수 박세리 님이 이 음식을 너무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여기 갔을 때 이게 떠올랐습니다. 궁금해서 주문해 봤는데, 맛은 있었지만 역시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시고 매콤한 맛이 빠지기에는 제가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육면입니다. 칼국수의 비주얼을 하고 있는데, 추운 겨울에 먹으니 정말 힐링 음식으로 완벽했습니다. 산라탕보다 이게 훨씬 맛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좀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던 참이었는데, 들어간 면부터 고기까지 두툼하니 씹는 식감이 좋아 맛있었고, 국물은 온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한 온도였습니다. 달큼한 고기 맛이 섞여서 더 맛있는 국물이라 거의 안 남기고 먹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육면을 이렇게 잘 먹지 않았는데, 타국에 있어서 그런 건지 후루룩 들어갑니다.
지안빙도 넣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우육면에는 소고기가 들어가 있기에, 지안빙에는 돼지고기인 챠슈를 토핑으로 넣어 주문했습니다. 양이 꽤 많아서 이거 하나만 먹어도 1인분이 충분히 됩니다. 맛있었지만 아쉬운 건 제가 생각했던 맛이랑 조금 달랐습니다. 일단 토핑으로 들어가 있는 차슈가 따뜻하지 않았고, 그 차슈에 배어있는 맛에서 팔각향이 강하게 났습니다. 팔각은 중국에서 쓰는 대표 향신료라, 중국 음식을 먹으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팔각향이 너무 강한 음식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 외로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은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에 야채도
듬뿍 들어있고, 미국의 엄청난 물가 상승에도 이 정도양에 만원 조금 넘는 가격대면 가성비가 괜찮은 음식입니다. 음식을 좀 많이 시켜서 결국 남긴 후 집에 싸들고 와 다음 달 2차 식사를 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으면 정말 자주 갈 것 같은 곳입니다. 기대했던 만큼 기대가 채워지는 곳이었고, 뉴올리언스에서 서양 음식이 질릴 때쯤 꼭 한 번 가볼 만한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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