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있는 앨라바마 남쪽 마을은 벌써 완연한 여름입니다.
반팔 반바지만 입고 있고, 에어컨 없이 집에 있기 어려울 정도로 온도가 올라갔어요.
그래서 간만에 바닷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갈 수 있는 바닷가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나름 휴양지로 유명한 Gulf shore라는 곳에 갔어요.
이번에는 해수욕만 즐긴게 아니라 새로운 취미 생활도 하러 갔는데요.
바로 금속 탐지기로 모래사장 뒤지기입니다.
한국에서는 금속 탐지기를 실제 본 적도 없고, 어디서 파는지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르는, 그냥 가끔 티비에서 전문가들이 쓰는 기계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 기계를 제가 직접 사서 쓰게 될 줄이야.
미국에서는 이런 금속탐지기를 엄청 쉽게 아무나 살 수 있더라고요.
미국에 Harbor Freight Tools라는 체인점이 있는데요.
본점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구 및 장비 소매업체입니다.
뭔가 고치고 자르고 만드는 공구 용품은 전부 다 있는 가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여기에서 금속 탐지기도 판매를 하고 있었어요.
금속 탐지기도 물론 여러 종류가 있고, 그 기계에 따라 기능이 다른데, 저는 뭐 전문용으로 쓸 것도 아니고 그냥 취미로 모래사장이나 뒤지고 다닐 용이라, 그리 좋은 걸 사진 않았어요.
요즘 할인 기간이라 하나에 50달러 조금 넘게 주고 샀습니다.
거너씨가 제꺼랑 본인 거 두 개를 사 왔어요.
언박싱을 해볼까요.
그런데 언박싱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가구처럼 막 조립하고 붙이고 할 거 없이 그냥 기계가 두 개로만 분리되어 들어있는 게 다 거든요.
생각보다 기계 크기가 좀 크긴 했어요
사용설명서에는 이어폰이 동봉되어 있고, 아래에 탐지하는 부분, 그리고 조정하는 윗부분이 있습니다.
두 개를 연결하는 방법은 그저 봉을 서로 맞대고 끼워서 돌리면 됩니다.
이건 AA 배터리 6개로 작동하는 방식이에요.
생각보다 배터리가 많이 필요해서 놀랐는데, 따지고보면 여러 물질 중 금속을 찾아내는 기계인지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게 이해가 가긴 해요.
가는 길에 배터디로 구매해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아직 본격 휴양철은 아니라서 사람이 북적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벌써 꽤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해양 스포츠를 즐기거나 해수욕을 하면서 놀고 있었어요.
다음 주부터 이곳에서 유명한 음악 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때를 기점으로 교통체증도 심해지고 사람도 엄청 많아질 것 같습니다.
물론 날씨도 더 더워지겠죠.
해수욕을 위해서 수영복 차림으로 갔는데 가만히 있으면 더웠어요.
한국의 7월 초 날씨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바람이라도 좀 살랑살랑 불어서 다행이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너무 더워서 바다 오기도 힘들 것 같아요
분리되어 있던 두 기계를 위 아래로 연결하고 배터리를 끼우니 바로 작동을 시작합니다.
높낮이를 좀 조절할 수 있고, 팔을 끼우는 곳도 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무게가 좀 나가서 꽤 팔이 아파요.
오른쪽 왼쪽 번갈아 들면서 돌아다녀야 했어요.
보통 해변가 금속 탐자기를 쓰는 분들은 이른 아침에 와서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간 낮 시간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원하는 장소를 전부 다 둘러볼 수 없는데, 아침에는 사람도 적고, 전날 인파가 제일 붐볐을 것 같은 곳에 마음놓고 기계를 돌리면서 동전이나 금속품을 찾아낼 수 있죠.
이 지역에 살면서 금속 탐지 취미 생활을 엄청 열심히 한 부부가 있는데, 제일 많이 찾을 때는 하루에 금반지만 40개를 찾았고, 지금까지 찾은 것 중 제일 비쌌던 건 무려 600만원짜리도 있었대요.
기간을 얼마를 두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금속 탐지기로 찾은 것들을 모아 팔아 RV 캠핑카를 사서, 캠핑 하면서 다른 해변가도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취미 생활이에요.
운도 운이겠지만 많이 하면서 노하우도 쌓인 것 같아요
제 꺼는 계기판이랑 소리 볼륨, 그리고 민감도 같은 걸 조절할 수 있는 기계였어요.
민감도를 너무 높게 하면 별 쓸 때 없는 것들까지 다 찾아서 삑삑거리니까 안 되고, 그냥 중간 정도로만 해놓고 돌아다녀봤는데, 알루미늄이나 철이 많은 돌 같은 거에도 소리를 많이 내더군요.
금속 탐지기를 많이 사용해 보신 분들은 탐지기 소리만 듣고도 이게 그냥 알루미늄인지, 철인지, 금인지 쇠인지 알게된대요.
더 세밀한 금속 탐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작은 펜처럼 생긴 탐지기를 쓰기도 하는데, 금속을 더 빠르게 찾는데 용이한 도구죠.
바닷가에서 3시간 반 정도 머물렀는데, 수영하다 탐지하다 수영하다 탐지하다 해서 총 얼마나 모래사장을 뒤진건 진 모르겠네요.
덥기도해서 다 합치면 1시간 좀 넘으려나 모르겠네요.
바다가 너무 깨끗하고 시원해서 해수욕을 좀 열심히 즐겼어요 ㅎㅎ
중간에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시원하고 좋았네요.
해수욕에 좀 더 집중을 하다보니 탐지기 성과는 별로 안 나왔는데, 가치있는 걸 찾은 건 동전 2센트 찾은 게 전부 ㅋㅋ
그래도 금반지 하나 정도는 얻어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쉬운 게 없네요 ㅎㅎ
그렇게 쉬운 거였으면 너도 나도 금속 탐지기 들고 해변가로 향했겠죠.
너무 아무것도 안 나왔다면 금속 탐지기에 흥미를 금방 잃었을 것 같은데, 2센트라도 나와서 다행이에요 ㅋ
이게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금방 흐르는 게 단점.
지금은 써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약간 재미가 붙어서 다음 주엔 다른 해변가에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아마 올 여름엔 금속 탐지기로 해변을 휘젓고 다니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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