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같은 모빌 리버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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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셔서 저희 집에 머무신 관계로, 시부모님도 여기 오신 부모님들 뵙기 위해 멀리서 내려오셨어요. 

 

할 게 많은 도시가 아니기에 뭘 할까 고민하시다가, 모빌이라는 도시가 항구 도시기 때문에 전통 패달 방식으로 운영하는 리버 크루즈가 있는데, 거기서 저녁을 먹는 코스를 예약하셨습니다. 

 

이 근처에 사는 저희도 그 리버 크루즈는 처음이었고, 예약하신 시부모님도, 당연히 한국서 오신 저희 부모님도 그건 처음이셨죠. 

 

대략 한강 유람선이랑 비슷하겠지 정도만 예상하셨어요. 

 

시부모님이 예약서를 보내주셨는데,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고 7시 15분까지 항구에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좀 일찍 나와서 그런지 7시쯤에 항구에 도착했어요 

리버 크루즈 외관

이 항구에서는 멕시코의 섬까지 왔다갔다하는 거대 크루즈도 많이 운항을 하는 곳인데, 아직 크루즈들은 코로나 지침이 강력한지라 가까운데 이용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강에서만 잠시 왔다갔다 하는 이런 리버 크루즈는 코로나 지침이 전혀 없어서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요. 

 

7시 반부터라길래 15분 전부터 입항하고 30분에 출발하는 줄 알았는데, 딱 30분에 문을 열고 입항을 시작하는 거였어요. 

리버 크루즈 선장

입항을 시작할 때쯤 배의 선장님이 직접 나와서 주의 사항을 몇 가지 말씀하셨는데, 뭐 대부분 사고가 생기면 구명조끼 입어라 그런 말이었죠. 

 

그래도 지금까지 본인이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은 없었으니 걱정 말라는 둥 ㅎㅎ 

 

배는 1층,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작은 배인데, 1층에 화장실과 주방, 부엌, 바, 몇 개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1층에는 보통 손님들이 잘 안 앉고, 2층에 예약 테이블이 있어서 그곳으로 배정돼요. 

테이블 세팅

테이블에는 대충 물과 당분이 들어간 차, 시저 샐러드와 샴페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샴페인은 별도로 예약시 주문 했기 때문에 마련해줬어요. 

 

차를 잘 마시지 않는 미국에서도 보통 식당에 가면 '스위트 티' 와 '언스위트 티'가 있는데, 남부쪽에서는 왠만하면 기본적으로 '스위트 티'를 주는 편이고, 별도로 말을 해야 '언스위트 티'를 가져다 줍니다. 

 

아예 언스위티는 구비도 안 해놓고 있는 곳들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남부쪽은 약간 건강한 음식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있어요. 

 

실제로도 그렇고 ㅋㅋ 

 

앉자마자 물부터 마셨고, 시저 샐러드가 언제 부터 놓여있는지 알 수 없었으며, 다음 식사도 언제부터 나올 지 알 수 없었기에, 샐러드가 더 눅눅해지기 전에 금방 해치웠습니다. 

비닐에 비친 야경

폭풍우가 잦은 지역이라 그런지 배에는 거의 유리창이 없었고, 대신 두꺼운 비닐 창문이 덧 씌워져 있었어요. 

 

때문에 배 안에서 바깥 풍경을 찍으니 비닐에 비춰서 불빛이 많이 번져 보입니다. 

 

바깥 바람을 쐬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강물 흘러가는 것도 보고, 패달 돌아가는 것도 보고, 바닷바람도 느꼈는데, 아직 저녁에는 쌀쌀함이 느껴져서 밖에는 그리 오래 있지 않았어요. 

연주자들

테이블과 연주자들이 있는 2층 인테리어를 보면 굉장히 촌스러워요 ㅋㅋ 

 

거너씨는 중학교에서 하는 댄스파티 연회장 장식같다면서 엄청 촌스럽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옛날 느낌을 일부러 낸 배라고 하니, 컨셉은 아주 제대로 낸 것 같습니다.

 

무엇을 봐도 약간 싸구려 느낌 ㅋㅋ 

 

연주자는 건반 2 개, 드럼, 보컬 네 분이 약간의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노래를 부르셨어요. 

춤추는 사람들

흥에 겨워서 앞으로 나와 춤을 추는 커플도 있었고요. 

 

남자분이 키가 커서 함께 춤을 추는 여자분은 보이지가 않네요 ㅎㅎ 

 

이 날 생일을 맞은 어떤 여자분과 그녀의 친구들이 단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엄청 흥겹기도 했지만 음악소리 만큼 시끄럽기도 했습니다 

 

미국 예능 티비 쇼에 나오는 이상하고 웃긴 중년의 백인 여자 같은 느낌이랄까요. 

촌스러운 실내 내부

2층 좌석들도 대략 공연장 옆에 이런식으로 놓여있습니다. 

 

철판 지붕 위에 캠핑 조명같은거 덕지 덕지 붙은거라 장식이 예쁘질 않아요. 

 

샐러드 먹고, 직원이 와서 샴페인 터뜨려 준 후에 못 먹는 거 있냐, 새우 알레르기 있냐 그런 걸 체크했어요. 

 

근데 음식이 진~짜 늦게 나왔어요. 

 

거의 1시간 후에나 나온 것 같은. 

 

리버 크루즈 시간이 저녁 7:30~ 10시까지였는데, 2시간 30분 동안 1시간 넘게 계속 공복인 상태로 있었어요. 

 

밥을 먹은 게 9시 쯤. 

 

저희 부모님은 무슨 과자 부스러기라도 줘야지 샐러드 하나만 주고 어쩜 이리 쫄쫄 굶기냐고 힘들어하셨어요 ㅋㅋ 

 

게다가 노래하는 공연자들의 소리가 너무 커서,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도 얼굴을 아주 가까이 대고 얘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6명이 다같이 대화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요. 

 

그저 멀뚱멀뚱 음식도 없는 테이블에, 좋지만 시끄러운 노래 소리를 들으며 언제 밥이 나오나, 언제 시간이 가나를 기다려야 하는 배였습니다. 

 

병동 배

모빌이 또 야경이 막 엄청 예쁜 도시가 아니에요. 

 

미국 내에 있는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서 볼 게 현저히 적은 도시고, 높은 빌딩도 적기 때문에, 야경이 결코 예쁜 곳이 아니거든요. 

 

왜 야경 별로 볼 것도 없는 곳에 리버 크루즈를 만들어 운영하는지 그 사업 기획 자체가 이해가 안 돼요. 

 

처음에 상징적으로 큰 빌딩 몇 개 보이다가 나중엔 병원 전용 배를 만들고 있는 길을 지나갔어요. 

 

배 전체가 병동처럼 쓰이는 배인데, 미국 내에 2개 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크루즈 감염도 꽤 발생했는데, 당시 병동배가 많이 없어서 곤란했다는 얘기도. 

 

이건 새로 짓고 있는 건지 수리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음식

이게 밥이라고 나온거에요. 

 

닭구기와, 콩요리, 그리고 빵과 버터, 남부식 새우 볶음밥. 

 

닭고기는 퍽퍽하고 다른 요리도 그냥 그랬어요. 

 

거너씨는 기내식이 떠오른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더라고요. 

 

기내식 메뉴랑 다를 바가 없고, 맛도 기내식 같았고요. 

 

저희 아빠는 닭고기를 못 드셔서 얘기를 했는데, 그럼 닭고기 대신 다른 걸로 대체 될 줄 알았더니 그냥 똑같은 메뉴에 닭고기만 빼고 나왔어요. 

 

다행히 나머지 음식들이 입에 맞아서 다 드시긴 했지만. 

 

술종류, 칵테일, 맥주는 정말 많은데 전부 마실 때 마다 그 때 그때 계산을 해야해서 조금 불편. 

후식

레드벨벳 케익 조각이 후식으로 나왔어요. 

 

후식 포크는 따로 주는 것도 아니라서, 저녁 먹은 접시 가져갈 때 포크는 빼달라고 하더군요 직원이. 

 

그래서 밥 먹던 포크로 케익도 같이 먹었습니다. 

 

케익도 그냥 특별하지 않은, 월마트에서 파는 것 같은 보통 케익. 

 

다른 것보다도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 서로 대화도 못 머고 멀뚱 멀뚱 있어야 하는 게 제일 웃겼고, 결국 후식까지 먹은 후에는 1층으로 내려와서 배가 멈출 때까지 조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성인 6명 + 샴페인 큰 거 한 병해서 거의 100만원 가까이 낸 리버 크루즈예요. 

 

저 식사가 한 명당 10만원, 샴페인 한 병이 3만원, 창가 자리라서 5만원 더 추가. 

 

사실 창가 자리나 중간 자리나 의미가 없을 정도로 공간이 작았는데... 

 

사기꾼들.. 

 

서비스 차지가 14만원 정도. 

 

여기에 수수료가 4만원 정도 붙고, 세금이랑 다른 게 13만원 정도 붙어서 결국 6명이서 100만원 가까이 든 거에요. 

 

아무리 배에서 음악 듣고 밥 먹고 하는 게 조금 특별한 경험이라지만, 기내식과 다르지 않은 퀄리티의 음식을 주면서 너무 비싸게 받아처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이브 공연도 멋지긴한데,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상태였고요. 

 

만일 이걸 제 돈 주고 기념일에 갔다면 너무 실망이 컸을 거에요. 

 

시엄마 아이디어였는데, 시엄마도 크게 실망하셨고요

 

이상하게 시엄마가 뭔가 고른 것들이 의도치 않게 서비스가 안 좋은 것들이 많아서 늘 선택운이 없으세요. 

 

10시가 되자 배가 다시 항구에 멈췄고, 저희는 내렸지만, 그때까지도 2층은 음악이 멈추질 않았고, 먹을 거 다 먹은 생일 파티 참가자들이 단체로 일어나 춤을 추고 있었어요. 

 

촌스러운 인테리어 배에서 소리지르며 춤추는 그녀들을 보니, 과거 한국의 관광버스가 떠올랐어요. 

 

미국에선 '후후걸'이라는 말이 있는데, 흥겨울 때 내는 소리 '후~~~ 후~~~'를 많이 내며 주변 아랑곳 안 하고 시끄럽게 노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래요. 

 

방해가 됐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긴 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퀄리티는 당연히 한강 유람선이 훨씬 낫다고 하는데, 그냥 여기선 여러가지 어이없는 것들이 많아서 그게 웃겼다고 하시더군요. 

 

결과적으로 많이 웃긴 했으니 그걸로 된 거지만, 진짜 모르면 몰랐지 어떤 지 알고 난 후부터는 절대적으로 모빌 지역의 리버 크루즈는 안 타고 싶어요 ㅎㅎ 

 

그냥 사기꾼 집단 같다는 ㅋㅋ 

 

가격이라도 저렴하면 말을 안 할텐데 ㅎㅎ 

 

영어로 One and Done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한 번 이면 족하다라는 의미로 쓰는 것 같아요. 

 

정말 One and Done인 리버 크루즈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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