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를 간 궁극적인 목적은 재즈를 듣기 위함이었지만, 방문 기간이 할로윈과 겹쳤기에 간단한 코스튬을 준비했어요.
올 해도 미국에서는 '스프릿 오브 할로윈'이라는, 할로윈 코스튬 팝업 매장이 문을 열었고, 거기 방문 했을 때 미리 사뒀습니다.
코스튬을 하고 무슨 파티를 가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재즈 클럽이 있는 버번 스트릿은 온갖 술집과 음악클럽들이 즐비한 곳이라, 분명 저녁에는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많이 다닐 것 같았어요.
그 사람들 속에서 너무 일반복을 하고 있으면, 그게 오히려 눈에 띌 것 같더라고요 ㅎㅎ
거너씨랑 같이 갈거라 이왕이면 커플 코스튬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미키. 미니 마우스 코스튬으로 결정.
입기도 쉽고, 메이크업이나 헤어 별로 신경 안 써도 되고요.
코스튬 매장에서 헤어밴드, 미니 마우스 드레스, 스타킹을 세트로 파는 걸 샀어요.
뜯어보면 이렇게 되어 있어요.
미니 마우스 헤어밴드에는 커다란 리본이 달려있고, 스타킹도 딱 무릎까지 오는 좋은 길이에, 역시나 미니 마우스의 리본이 달려있습니다.
미니 마우스 드레스는 스웨이드로 만들어져 있어서 따뜻했어요.
물론 좋은 퀄리티의 옷이 아니라 당연히 허접한 부분도 있었지만, 매일 입을 옷이 아니니 크게 상관없죠.
10월 말이라 약간 쌀쌀한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스웨이드 제질이라 이것만 입어도 그리 춥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이었어요.
장갑도 따로 구매를 했어요.
미니 마우스 장갑이라고 두 종류가 있었는데, 완전히 손을 덮는 벙어리식이랑, 이렇게 손가락은 나올 수 있는 반장갑.
장갑을 끼고도 계속 편하게 핸드폰 하거나 물건을 집고 싶어서 이걸로 골랐습니다.
이건 거너씨가 미키마우스 코스튬을 하기 위해 구매한 거예요.
검은 티와 빨간 반바지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따로 산 후에, 바지에 이 커다란 노란 단추를 달아주고, 미키마우스 헤어밴드를 하면 대충 미키 마우스가 될 것 같았어요 ㅎㅎㅎ
요것은 화룡점정으루 산 미키마우스의 손가락 네 개짜리 장갑 :)
물론 끼고 있는 동안은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게 좀 불편하지만, 끼고 있으면 너무나 귀여운 미키 장갑이에요 ㅎㅎ
이정도만 준비해도 대략 뭘 코스튬 했는지 알아볼 수가 있는 복장이니, 쉬운 코스튬이죠
다 착용하면 이런 미니마우스 복장이 되요.
신발은 미니마우스처럼 노란 신발을 신었다면 좋았겠지만, 노락색이 없어서 그냥 갖고 있던 검은 구두를 신었어요.
얼굴은 비밀이 아닌데 그냥 못 나와서 가렸습니다 ㅋㅋ
코스튬하고 사람 많은 거리를 거닐면 재미있는 게, 몇 몇 좋은 사람들이 코스튬 귀엽다고 칭찬해주기도 하고, 다른 코스튬 사이에 섞여서 나도 뭔가 이벤트의 일부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코스튬하고 제일 먼저 간 곳은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재즈클럽이에요.
Preservation hall이라는 오래되고 인기있는 재즈클럽인데, 워낙 사람이 몰려서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를 하고 가야 합니다.
저는 이 재즈클럽이 온라인으로 미리 티켓을 파는 줄 몰랐어요.
잘 알아보지 않은 자의 최후 ㅠㅠ
스탠딩 석도 있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줄을 서서 기다리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이 날은 모든 티켓이 다 팔려서 기다려도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ㅠㅠㅠ
엄청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이래서 미리 미리 알아보는 준비성이 중요한가봐요.
뭐 어쩌겠어요.
제일 사람이 몰리는 날에,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 아무 준비없이 간 제 탓 ㅎㅎ
그래도 괜찮은 게 이외에도 뉴올리언스에는 좋은 재즈클럽이 많아요.
다음에 올 때는 꼭 예약을 하고 여길 가보기로 하고, d.b.a라고 하는 클럽에 갔어요.
실내 공연장도 있고, 실외 공연장도 있는 곳입니다
입장료는 한 사람 당 10달러씩 지불하고 실외 공연장으로 들어갔어요.
6시가 채 안 된 조금 이른 시간이라 공연장 안에 사람이 많이 있진 않았지만, 밴드 음악은 너무 좋았어요.
실력이 수준급인 밴드 공연은 늘 귀를 행복하게 하지요.
제가 인상깊었던 건, 밴드 구성 악기 중에 바이올린 연주자가 있다는 것과 매우 나이 지극해 보이는 기타리스트가 있다는 거였어요.
락밴드 음악과 바이올린 연주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대부분 젊은 연주자들인데, 거기에 딱 보기에도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고 계셨어요.
한국에서는 때로는 나이대에 따라, 가는 장소는 달라질만큼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나이 상관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일이 보다 많은 것 같아요.
밴드 구성원마저도 이렇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함께 합을 맞추면서 대단한 연주를 선보이는게 매우 보기 좋고요.
할아버지 기타리스트의 연주가 정~말 대단했어요.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숙련된 연주로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고, 다들 신나서 음악에 맞춰 춤추고 난리나더라고요 ㅋㅋ
일전에 락밴드 KISS 콘서트에 갔을 때도, 3세대가 모여 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걸 봤고, 70대의 멤버들이 10대 못지 않은 체력과 실력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걸 보고 놀랐는데, 여기서도 그와 비슷한 걸 느꼈어요.
여기서 1시간 정도 연주를 보다가, 본 목적인 재즈를 듣기 위해 다시 움직였어요.
Preservation Hall 입성에 실패한 후로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들어가고 싶은 공연장에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재즈 클럽에 정착을 했어요.
처음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고, 매우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 이 클럽이 이상하게 좋아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 앉았는데 그 뒤로 2시간을 앉아있었어요 ㅎㅎㅎ
52년 됐다는 유럽피안 재즈펍이에요.
52라는 숫자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게, 건물 안에 들어가보면 정말 낡았어요 ㅋㅋㅋ
아주 오래된 재즈 연주자들의 사진, 가족사진부터 언제 들여놨는지 모를 테이블과 의자들, 벗겨져서 전선이 훤히 보여서 벌레나 쥐가 지나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오래된 장소예요.
그런데도 신기하게 쥐나 벌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의문이자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한국에서도 재즈 클럽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홍대에도 작은 재즈 클럽이 있어서 공연보러 몇 번 가봤고, 강남쪽에 있는 고급 재즈 클럽 ( 술값부터 너무 부담), 광화문쪽에서 문화공연 기획 일환으로 했던 공연 등등.
솔직히 말씀드리면 재즈를 좋아해서 다녔던 건 아니고, 그땐 그냥 이것저것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어서 다녔던 게 전부예요.
그리고 당시 공연들을 볼 때면, '좋다, 대단하다, 멋지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너무 즐겁다, 재즈 매력있다'라는 생각까지는 못 했어요.
이번에 이 프레츨 재즈펍에서 본 공연은, 제가 그때보다 나이가 좀 더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분위기에 취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재즈라는 음악이 이렇게 다채롭고 즐겁고 재미있는 음악인지 처음 느끼게 해줬어요.
벤조, 트럼펫, 피아노, 드럼, 베이스 등 여러 악기를 춤추듯이 연주하더군요.
영화 속 로맨틱한 음악부터,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빠른 음악, 웅장한 음악 등.. 체력만 허락했으면 가게 문 닫을 때 까지 계속 있었을거에요.
공연 모습을 짧게 찍은 비디오도 공유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재즈 음악에 대한 환상을 충분히 채워진 곳이에요.
알고보니 유명 재즈 연주자들도 있었고요.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에요.
아, 보통 9시가 메인 재즈 밴드 공연이라 8시 30~40분부터 입장료를 5달러 받습니다.
그 전에 미리 들어가 앉아있으면 입장료 안 내도 되요 ㅋㅋ
물론 그 전에 연주하는 밴드들도 매우매우 훌륭합니다.
할로윈의 버번 스트릿 모습도 아래 영상에서 살짝 보여드릴게요.
정말 미친거리가 따로 없어요.
코로나 전에 금, 토요일 밤 홍대거리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아요.
싸움이나 사건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코스튬을 하고 춤추는 사람들, 반나체로 다니는 사람들, 쓰레기통을 드럼처럼 연주하는 사람들, 동물원에 있어야 할 길이 2미터가 넘는 뱀들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 등 ㅋㅋㅋㅋ
여러 인간군이 한 거리에 다 모여있습니다.
혼돈의 거리 그 자체가 볼거리가 너무 많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미국 지역에서는 밖에서 술을 못 마시는데, 뉴올리언스는 밖에서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지역이라 더 한 것 같아요.
무튼 확실히 매력있는 도시임에는 분명합니다 ㅎㅎ
내년에는 어떤 할로윈을 보내게 될지 너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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