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후기 / / 2021. 10. 29. 05:29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리뷰 feat. 유교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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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의 주인공인 티모시 샬라메를 떠오르는 신예로 만든 작품,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감상 후기입니다. 

 

2017년 개봉작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공개 됐으며, 많은 평론가들의 극찬과 함께, 한 극장에서는 10분동안 기립 박수를 받았던 작품이라고 하죠. 

콜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트 

이 영화 각본에 참여한 제임스 아이보리는 오스카상 최고령 각색상 수상자가 되었고, 티모시 샬라메는 역대 3번째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개봉 당시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로, 저도 보기 전에 매우 기대감을 안고 봤던 작품입니다. 

 

1983년의 이탈리아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동명 원작 소설이 있으며, 한국에서는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 한국판 책

영화를 보고 난 후 제 감상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영상미가 매우 뛰어나며, 주연 배우들은 물론 작은 조연 배우들까지 너무 아름답습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매우 납득이 될 정도로 주인공 '엘리오'그 자체에 빙의되서 연기를 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개인적인 사상과 가치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네요;; 

 

줄거리 먼저 설명해드릴게요. 

1983년 이탈리아에, 지혜롭고 자상한 부모님 밑에서 풍족하고 자라고 있는 엘리오(17살)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교수인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올리버(24살) 청년이 연구 보조원으로 찾아 묵게 되면서 엘리오와 올리버의 특별한 사랑이 시작됩니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둘 다 남자로, 이 영화는 동성간의 사랑을 그린 퀴어영화입니다. 

엘리오와 올리버

영화 속에서는 대단한 사건들이 펼쳐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올리버와 엘리오가 어떻게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그리고 그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엘리오가 본인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 등이 주를 이룹니다.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 이탈리아 시골의 평범하고 아름다운 배경에, 나도 저 안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럽에 환상을 갖게하는 영화 배경입니다. 

 

제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엘리오가 극중에서 17살 미성년자로 나오는데, 미성년자가 이 영화에서 하는 행동과 그를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이, 제 사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엘리오와 엘리오 주변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흡연을 합니다. 

엘리오 흡연

타국에 비해 유럽은 흡연에 매우 관대한 걸로 알고 있고, 80년대 이탈리아라면 더욱 그랬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법적으로 성년도 아닌데, 엘리오가 집에서 담배를 피던 밖에서 피던 그 어떤 어른도 신경쓰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동성간의 연애 이야기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지만, 미성년자인 소년과 대학원생의 연애 이야기도 저에겐 불편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엘리오는 10대 청소년답게, 본인의 성적 취향과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잠깐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이 가고 끌린다고 해도, 24살 청년이 그런 17살 청년을 데리고 연애했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쇠고랑 찰 것 같은 상황 아닙니까 ㅎㅎㅎㅎ 

제가 너무 한국적으로 생각했나요. 

 

그냥 플라토닉 사랑도 아니고 보통의 연인들처럼 함께 잠도 잡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은 엘리오의 부모님이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는 거에요. 

 

심지어 부모님은 엘리오와 올리버 둘만 같이 여행을 보내기도 합니다. 

 

제 사상으로는 17살짜리 내 아들내미가 내 보조연구원이랑 연애를 한다고 하면, 그 연구원을 미성년 성폭행자로 신고하거나 당장 멱살잡고 내쫓을 것 같은데, 엘리오의 부모님은 너무나 담담하게 그 둘을 뒤에서 응원해줍니다. 

 

엘리오의 부모님 같은 부모님은 모든 자식들이, 특히 모든 성소수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부모겠죠.

엘리오의 부모님

영화에서는 엘리오의 감정선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인지 이런 이상적인 부모를 설정해놓고, 그들과는 콩알 만큼의 갈등 요소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80년대 초반은 에이즈 공포가 덮치기 전이고, 조금씩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던 시기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쳐도, 이런 판타지같은 부모의 태도는 정말 판타지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네요. 

 

성년의 자식이 성소수자라 본인이 좋아하는 성년의 연인을 만나는 건 상관없는데,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17살짜리가 대학원생이랑 연애하는 건 제 안의 유교걸이 거부를 합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내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다고들 평했는데, 그들은 도대체 어떤 첫사랑을 하셨던건지 궁금하네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내가 잘 몰랐던 첫사랑의 유형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제가 너무 올드하게 생각하는 건가 해서요. 

 

이번엔 엘리오가 좋아하는 마르치아라는 여자아이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게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마르치아

마르치아는 엘리오에게 상처받는 게 두렵다면서도 엘리오에게 다가서며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엘리오는 올리버에 대한 감정을 애써 부정하느라 그런건지 마르치아와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가지지만, 올리버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 후, 마르치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당연히 마르치아는 본인과 잠자리만 갖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엘리오에게 큰 상처를 받았겠죠. 

 

그러면 보통의 여자라면 엘리오를 욕하거나 때리거나 슬퍼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일텐데, 잠시 슬퍼하다가 나중엔 엘리오에게 와서 내가 미안했다고 계속 영원히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먼저 사과를 합니다. 

" 이 무슨??" 

 

엘리오의 부모님, 그의 친구들, 너무 지나치게 아름답고 착하기만 합니다. 

 

존재할 순 있겠지만, 너무 현실성이 뒤떨어지는 캐릭터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이 떨어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결국 본인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올리버와 엘리오는 기차역에서 헤어지게 됩니다. 

기차역에서 헤어지는 엘리오와 올리버 

시간이 지나 겨울이 되고, 올리버에게서 전화 한 통이 오는데, 본인은 약혼했고 내년 봄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엘리오의 부모님은 축하해주지만 한편으로 엘리오를 걱정하고, 엘리오도 올리버의 전화를 받고나서 잊고 있었던 그리움이 되살아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 해 겨울에 약혼을 할 정도면, 어느정도 사귄 기간이 있다는 건데, 본인 남친이 연구 하러 이탈리아 가서 다른 여자들과 데이트하고 미성년자 남자애랑 연애하다 온 걸 알면, 괜찮을런지..

 

올리버 약혼녀에게 막 알려주고 싶은 이런 욕구 ㅋㅋ 

 

제가 낭만이 없는 건지, 너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건지, 이 외에도 거의 반나체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모기에 아무도 안 물리는 게 이상하다', '저렇게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가 익고도 남을텐데 다들 하얗기만 하네.', '한 여름에 몸에 과일즙을 흘리고 잠들었는데, 개미 한 마리 안 달라붙는 게 이상하다'며, 벌 쓰잘때기 없는 걱정을 하며 영화를 봤어요. 

 

이탈리아는 벌레가 없나요? 

 

그 흔한 여름 모기 한 마리, 나방 한 마리 영화에 등장을 안 하더라고요 ㅋㅋㅋㅋ 

 

너무 아름답게만 표현된 영화라, 영화다워서 좋았지만, 너무 영화스러워서 힘들었던 ㅎㅎ 그런 영화가 바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후기 쓴거라, 불편하신 분들은 이해해주세요. 

 

저의 이런 감상으로도 괜찮으신 분들, 혹은 두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헤머의 미친 미모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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