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아에게 신인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최선의 삶' 줄거리와 결말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스포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청소년 시기를 다루는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닌데, 저도 그랬듯이 보통 10대는 자존감이 가장 낮고, 본인에 대해서 잘 모르고, 불안정한 때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런 불안정함을 다루는 독립영화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때로는 시청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낄 떄가 있거든요.
물론 성인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나 책임감도 만만치 않지만, 청소년 시기에도 고민의 종류가 다를 뿐, 그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스트레스의 양은 성인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의 삶 포스터 역시 온전치 못 해 보이는 슬픈 얼굴의 여학생을 보여주는 사진이기에, 보기 전부터 어떤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을까 긴장됐어요.
최선의 삶은 임솔아 작가님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원작보다 덜 다뤄진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원작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더 심하다는.
이 책을 영화로 만든 사람은 이우정 감독으로, 다년간 여러 독립 영화를 만들었고 수상 경력도 6회 이상 되는 실력파 감독입니다.
최선의 삶에서 주연을 맡은 방민아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준 이우정 감독에게 굉장히 감사하다고 하는 걸 보면, 역에 맞는 배우 캐스팅 능력도 뛰어난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세 주인공은 강이, 소영, 아람입니다.
셋은 늘 함께 다니는 친구이며, 가끔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는 일탈은 즐겨도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입니다.
특히 얼굴도 예쁘고 성적도 좋은 소영이는 선생님들이 아끼는 학생이었고, 이 셋이 사고를 쳐도 소영이 때문에 학교 처벌도 줄어들곤 했습니다.
그러다 연기 학원에 다니는 걸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집을 나가겠다는 소영이를 따라 강이, 아람도 함께 무작정 서울로 갑니다.
당연한 거겠지만, 준비된 돈도 없고 그저 무작정 집을 나와 셋이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죠.
아람은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집이 싫었고, 강이는 집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돈 없이 가출한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많습니다.
책에 비해 축소되긴 했지만, 책을 읽어보면 술취한 아저씨들에게 구걸하거나, 먼저 다가오는 남자들과 같이 술을 마셔주며 돈을 얻습니다.
영화에서는 그정도까지 나오지는 않아도, 마땅히 갈 곳 없이 잠 잘 곳도 여의치 않는 삶에 지친 셋은, 결국 소영이가 몰래 가지고 나온 엄마 카드를 이용해 반지하 방을 구해 기거합니다.
방을 구하면서 아람이는 술집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이런 아람이를 걱정하는 강이와 달리 소영이는 대놓고 더럽다며 아람이를 향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합니다.
그러다 푹푹 찌는 너무 더운 여름 날,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자려고 누운 소영이와 강이는 서로를 바라보다 이상한 감정을 느꼈고, 키스를 하게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소영은 이상하게 아람과 강이에게 더 짜증이 늘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다가, 결국 가출 생활에 지쳐 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걸고, 그렇게 셋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셋의 부모님의 반응 또한 제각각인데요.
소영이의 부모님은 결국 소영이가 원하는 연기학원에 보내주고, 강이의 부모님은 그저 돌아와 다행이라며 강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줍니다.
폭력적인 부모를 둔 아람이는 아빠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습니다.
가출을 겪고 집으로 돌아온 후, 셋은 미묘하게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하는데요.
아람이와 강이는 소영이를 전과 다름 없이 대하지만, 소영이는 적이라도 만난 듯 잔뜩 짜증어린 말투와 시선으로 이 둘을 대합니다.
심지어 아람이에게는 서울에서 술 팔았다는 소문까지 내겠다며 협박까지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제일 힘들어 하는 건 강이입니다.
소영이는, 다시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강이에게 몸싸움을 걸고, 결국 이 둘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데, 왜 싸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그 후 소영은 더 철저히 강이를 외톨이로 만들고, 강이는 왕따가 됩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힘들고 지친 강이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생님은 피해자인 강이만을 비난합니다.
부모님만은 강이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었지만, 학교에서 의지할 친구, 선생님 한 명없이 혼자가 된 강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식칼을 들고 등교하기 시작합니다.
아람이는 강이 곁에 있지만, 오히려 아람은 그 모든 일이 없었던 것 처럼 강이를 대하기 때문에 속을 알 수 없습니다.
강이는 다시 한 번 아람이와 서울로 가출을 감행하고, 돈을 벌기 위해 술집 생활도 합니다.
그렇게 집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지내던 강이는, 아람이가 어딘가에서 가져온 수박을 자르기 위해 자신의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식칼을 꺼내 자르는 걸 보고 집에 돌아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어떤 상태였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다녔는지 아람이는 전부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하고 가출을 도왔다고 생각한 강이는 깊은 배신감과 외로움을 느꼈던 거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며칠 후 강이는 식칼을 다시 들고 하교길의 소영을 찾아갑니다.
" 너 나한테 왜 그랬어? "
소영은 잠깐 당황한 듯 하지만 다시 강이를 비웃어버립니다.
그리고 강이의 마지막 선택은 들고 있던 식칼로 소영의 배를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자신 옆에 아무도 없는 강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소영이를 찌르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며 많은 분들이 제일 의문을 가지는 게, 강이는 뭘 해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왜 가출했느냐 입니다.
어떤 가족을 갖고 있느냐, 특히 나를 보호해 줄 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치만 매일 학교를 다니는 중, 고등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시엔 그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친구입니다.
아무리 가족이 따뜻해도, 친구가 전부처럼 느껴지는 10대이기에, 교우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내 세상 전부가 무너진 듯한 착각이 드니까요.
또 강이는 위장전입으로 학교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언덕 위, 불편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습니다.
그걸 핑계로 비뚤어질 만큼 나쁜 성격도 아니거니와 그와 반대되는 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평범한 부분이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강이 안에서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소영, 아람이와 어울리는 시간이 강이에게는 유일한 해소 시간이었고, 그런 소영이와 아람이가 가출을 한다면 학교에 혼자 남게 될 게 두려웠을 겁니다.
집을 나가도 가장 좋아하는 두 친구와 함께 한다는 게 은근히 신나고 기대됐을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의문은 소영이의 태도입니다.
가출 후 다시 돌아온 소영이는 이해가 안 되고 너무할 정도로 강이에게 가혹합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하는 강이는 물론 보는 사람 마저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영하 초반부터 소영이는 강이를 은연중에 아래로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걸 알고 강이를 함부로 대하거나 하대하는 느낌이 있었고, 만만하기 때문에 가출기간 동안 그 모든 일을 함께 겪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내팽겨칠 수 있었겠죠.
학교 선생님을 포함 자신에게 모두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내가 강이에게 이렇게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자신감도 있었을 거고요.
게다가 가출기간 동안 알 수 없는 감정에 서로가 입을 맞췄다는 사실이, 소영이에게는 너무나 큰 혼란이 왔을 것 같습니다.
강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영이는 그동안 아래로 보고 있었던 강이와 순간적으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나눴다는 게 성적 혼란은 물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겠죠.
이런 혼란을 온전히 고민하고 풀어내는 방법을 배운 적 없는 소영은 그저 이 모든 걸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강이와 아람이를 무시해버리면서 자신의 혼란을 덮으려했는지도 모릅니다.
책의 원작을 읽고 이 책에 대한 평을 쓴 사람은, 작가가 실제 이 책의 내용을 겪은 사람일까봐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소설을 굉장히 생생하게 썼는데요.
이걸 장편 영화로 옮긴 이우정 감독도 그 생생함을 영화 속에 담기 위해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고 고민해 만든 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우리 모두 그 때 그 때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그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라도, 당시에는 최선이었겠죠.
영화 속, 소영, 아람, 강이 이 세 사람이 선택한 각자의 최선의 삶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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