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제 생일이 있었어요.
기념일에는 역시 벨트 풀고 맛난 거 실컷 먹는 게 최고인지라, 어느 식당을 갈까 고르고 있는데, 거너씨가 괜찮은 스테이크 프랜차이즈가 여기에도 있다며 추천한 곳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고르지 않고 바로 구글로 예약을 하고 다녀온 식당이 Ruth's Chris steak house입니다.
이름 그대로 스테이크 전문점이고, 북미와 남미 전역에 100개가 넘는 체인이 있어요.
저는 처음 들어봤지만, 생긴지 좀 된 식당이라 거너씨는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근데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라, 아주 옛날에 한 번만 가봤다고 하네요.
절대 자주 갈 수 없는 금액대 ㅋㅋㅋ
약간 분위기도 내러 가는 곳이라 오랜만에 차려입고 갔어요.
1년에 한 번을 안 입던 원피스를 입고, 거너씨도 티쪼가리를 벗어던지고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갔지요.
실례가 될까봐 사진을 찍을 순 없었지만, 점원들도 전부 세미 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두 가지 유니폼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주로 입구 쪽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테이블을 직접 담당하는 서버들은 연구실에서 볼 법한 하얀 가운을 입고 있어서, 식당인지 대학교 연구실인지 햇갈릴 정도였어요 ㅎㅎ
특히 제 테이블 담당분은 콧수염까지 만화처럼 기르고, 말투도 너무 캐릭터 같아서 더 진귀했네요.
이런 식당들은 보통 들어가면 바로 혹시 무슨 특별한 날이라 온 건지 물어봐요.
많은 사람들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가는 식당이라서요.
생일이라고 하고 안내받은 자리는 테이블 4개 정도가 있는 오픈룸이었는데, 4개 테이블이 전부 생일을 기념해서 온 사람들이었어요 ㅋㅋㅋㅋㅋ
미국인들이 기념일에 스테이크 하우스를 많이 찾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스테이크 하우스들은 왜이리 대부분 조명이 어두운 걸까요.
같은 고기요리를 판다고 해도, 바베큐 전문점은 좀 밝고 캐쥬얼한 분위기인반면, 스테이크 하우스는 분위기 잡는 곳이라 그런가 너무나 채도가 어두워요 ㅎㅎ
사진을 절대 예쁘게 찍을 수 없는 조명들.
메뉴를 찍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편집으로 사진 밝기를 좀 높였는데도 어둡긴 하네요.
간만에 와인을 먹을까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모히토가 칵테일란에 있었어요.
그것도 블루베리 모히또로.
이걸 보는 순간 와인은 머릿속에서 싹 사라져서 그냥 이거랑 맥주를 시켰어요.
블루베리의 달콤함이랑 민트의 청량함 때문에 너무너무 맛있었지만, 생각보다 알콜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술 약한 분들은 취할 것 같은 칵테일이었어요.
처음에 나온 건 보자기에 둘러쌓인 둔기 ㅎㅎㅎ
그냥 빵인데 왜 보자기에 둘둘 말아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빵은 약간 아웃백 빵이랑 비슷했고, 함께 나온 버터가 너무 달고 맛있어서 1인 1빵 순삭했어요.
리필을 더 할 수 있는 거였는데, 다음 음식을 위해서 한 개 이상은 못 먹겠더라고요.
에피타이저도 시켰거든요.
요즘엔 식전 음식을 시킬 때, 깔라마리라는 일종의 오징어 튀김을 많이 시켜요.
오징어를 좋아하는데, 여기 마트에서는 도통 볼 수가 없는 식재료입니다.
그래서 깔라마리가 있을 때 마다 시키는 게 약간 습관처럼 됐는데, 여기는 이 참치 타다끼가 주 식전 요리인 것 같았어요.
사진상으로도 되게 맛있어 보였고요.
참치 상태도 좋았지만, 인상깊었던 건 참치가 아니라 이 작고 노란 보자기인데요.
이 안에 레몬이 들어있어요.
참치에 레몬즙 뿌려먹으라고 같이 나온건데, 보통 레몬만 덩그라니 나오는데 비해, 여기서는 이름에 즙만 통과시켜 버리는 거즈에 레몬을 감싸 놨어요.
레몬을 잘못 뭉개면 여기저기 레몬즙이 찍찍 튈 때도 있는데, 그거 방지해주고 레몬씨가 떨어지는 것도 막아주고요.
별 거 아니지만 이런 세밀함이 저는 좋았어요.
이건 사이드로 시킨 메뉴입니다.
머리카락 쥐어뜯은 것 처럼 보이는 건 감자튀김이에요 ㅋㅋㅋ
감자튀김이 보통의 통통한 감자튀김이랑 얇게 썰어서 튀긴 감자튀김이랑 두 종류가 있었어요.
이렇게 가늘게 썰어 튀긴 감자튀김을 shoestring potatoes라고 해요.
사각사각하니 식감은 좋은데, 케찹 찍어먹으려면 포크보다 젓가락이 편리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옆에 매쉬드 포테이드처럼 보이는 건, 감자가 아니라 마늘이에요.
으꺤 마늘이랑 버터랑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스테이크에 올려먹으면 진짜 최고예요.
마늘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고기 먹을 때 최고의 사이드 메뉴랄까요.
그냥 먹어도 맵지 않고 맛있지만, 고기와 가장 완벽한 조합이 아닐까 싶어요.
이건 제가 시킨 소 허리 부분 필레 스테이크예요.
요것은 립아이입니다.
대체로, 립아이가 필레보다 더 부드럽다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립아이보다 필레가 더 부드러워 놀랐어요.
필레는 거의 살코기만으로 이루어진 건데도, 세상 부드러워서 놀랐어요.
이 식당의 필살기는 아무래도 필레 스테이크인것 같아요.
작아보여도 양이 많아서 목구멍 찰 때 까지 밀어넣었어요.
미국 농무성 USDA 최고 등급을 받은 고기들만 쓴다고 해요.
그런 퀄리티의 고기는 찾기 어려운 건 아닌데, 그 고기에 얼마나 알맞게 시즈닝을 하고 부드럽게 잘 구워내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그릴에 굽는 건지 알았는데, 요즘엔 접시째 기계에 넣어서 굽는다고 해요.
그래서 스테이크가 갓 나왔을 때는 접시가 너무 뜨거워서 화상입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고기를 어느정도 다 먹고 있으면 디저트 추천을 해주는데, 디저트를 안 먹을까 하다가 이 알콜 밀크쉐이크를 강력 추천해서 주문하게 됐어요.
알콜이 들어간 이 밀크쉐이크는 미국 내 100여개 체인점 중에서 제가 간 지점이 개발한 디저트라고 해요.
그리고 생일이라 이걸 먹어줘야 한다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생일자한테는 치즈 케익 디저트를 서비스로 주더라고요
이렇게 불꽃까지 꽂아서 화려하게 ㅋㅋㅋㅋㅋ
물론 저만 받은 건 아니고 생일에 온 사람들은 다 이 서비스를 받았어요.
이 치즈케익과 알콜 밀크쉐이크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점원이 추천한거였어요.
실제로 그러했고, 식사를 다 마쳤을 때는 너무 배불러서 걷기도 힘든 상태였어요 ㅋㅋ
저희가 시킨거 전부 하면 세금까지 합쳐서 약 24~5만원 정도 나오고, 여기에 20% 팁까지 했더니 거의 30만원 돈이 나왔네요.
이놈의 팁 문화 너무 싫어요.
주문을 많이 하면 할인을 해줘야지 오히려 돈을 더 내야 하다니.
한 번의 식사에 큰 돈을 써서 최대한 몸 속에 오래 품고 있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다음 날 화장실을 여러 번 가야했습니다 ㅎㅎ 너무 TMI네요. 죄송
그래도 생일인만큼 열심히 마시고 열심히 먹어서 좋았어요.
공식적으로 실컷 먹을 수 있는 날이라는 게 좋은 날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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