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베트남을 떠나온 지도 2년이 다 되가요.
시간 흐르는 거 보면 정말 엄청나죠.
2년이나 지났는데도 어제 일처럼 베트남 생활은 저에게 너무 생생하고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처음 베트남에서 돌아왔을 때는 베트남 음식에 질려 6개월 이상은 베트남 음식을 안 먹었어요 ㅋㅋ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저 베트남 살 때 워낙 많이 먹었었고, 싼 값에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다가 한국 와서 비싼 돈 내고 맛이 좀 다른 베트남 음식을 별로 먹고 싶지 않았거든요.
6개월 이상 지나니까 조금씩 베트남 음식도 다시 먹고 싶어지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뭐 없어서 못 먹죠.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미국에는 베트남 이민자들이 정말 많이 살아요.
남미와 중국 이민자들 다음으로 많지 않을까 싶어요.
신기하죠.
그 옛날 베트남과 미국은 치열하게 전쟁을 하던 나라였는데.
무튼 많은 베트남 이민자들로 인해, 아시아 사람이 적은 저희 동네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고, 베트남 마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한국분이 하는 마트를 가려면 1시간 정도 가야 하는데, 베트남 마트는 20~30분이면 갈 수 있지요.
먹고 싶은 베트남 음식이 많긴 하지만, 직접 맛있게 만들어 볼 자신이 없어 베트남 마트는 멀지 않아도 가질 않았는데, 이번엔 너무나 간절히 먹고 싶은 게 생겼어요.
날이 더워지니까 코코넛 커피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커피를 잘 못 먹는 사람이라 평소에는 물이나 차를 마시는데, 코코넛 커피, 특히 슬러시 형태로 만들어진 거는 정말 맛있어서 좋아했어요.
콩카페에서 아무 기대없이 코코넛 커피를 입에 넣었을 때 놀라움이 아직도 생생해요.
콩카페 외에도 왠만한 베트남 카페에서는 코코넛 커피를 팔기 때문에 가게 마다 다른 스타일의 코코넛 커피를 맛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콩카페랑 코코넛 커피가 한국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연남동에도 체인점이 생겼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음료가 실망스러웠어요.
인테리어랑 메뉴까지 그대로 들여온 체인점이라 좀 다르겠거니 했는데, 음료맛은 영 달랐습니다 ㅠ
딱 한 번 간 뒤로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마저 볼 수 없는 미국에서는 가짜 코코넛 커피라도 없어서 못 마셔요.
결국 유튜브로 코코넛 커피 레시피를 보고 베트남 마트에 갔어요.
왜 이렇게 아시아 마트들은 문과 창문에 철장이 붙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범죄 대상이 되기 싶다는 뜻일까요.. 흠..
베트남 음식뿐만 아니라 간단한 한국 식료품도 있었어요.
간장이나 두부, 라면 같은거요.
미국 마트에서 볼 수 없던 부추도 있어서, 한 단 사왔습니다.
코코넛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필요한 건 코코넛 우유, 우유, 연유, 베트남 커피 이게 다예요.
알고보면 재료는 정말 간단하죠.
저는 코코넛 우유를 살짝 얼린 슬러시 형태를 좋아해서, 얼음틀도 함께 샀어요.
크기가 좀 작은 얼음틀을 샀더니 양이 많이 안 들어가네요.
1인분 커피 만드는데 저는 이 코코넛 우유를 다 썼어요.
코코넛 커피인만큼 코코넛 우유가 많이 들어간 걸 좋아해서요.
실리콘 얼음틀의 장점은 얼음 빼내기가 쉽다는 거에요.
얼린 코코넛 우유와 그냥 우유, 연유를 믹서기에 넣었어요.
집에 우유가 아몬드 우유밖에 없어서 이걸 썼는데, 우유는 어떤 우유를 써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미국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연유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단 맛을 좋아해서 그런지 커피에 그냥 연유만 타서 먹는 커피도 잘 먹어요.
우유는 80g정도, 연유는 40g정도로 해서 얼린 코코넛 우유를 넣고 갈아줬어요.
얼음 자체가 그러게 딱딱한 건 아니라서 오래 갈 필요도 없고, 5~10초 정도 갈아주면 되는 것 같아요.
집에 다른 커피도 있었지만, 좀 더 베트남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서 베트남 커피도 따로 사왔어요.
컵에 갈아진 코코넛 우유+우유+연유를 넣고, 그 위에 베트남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도구를 올려놨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도구는 아래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서, 커피 가루 넣고 뜨거운 물 넣으면 쉽게 커피를 뽑아낼 수 있는 도구예요.
베트남에 있을 때 싸게 사서 썼는데 지금은 어디다 뒀는지 잃어버려서 다시 구매했어요.
구매한 베트남 커피통에는 이렇게 갈린 커피가 들어있습니다.
이걸 한 웅큼 저 커피 내리는 도구에 넣은 뒤에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본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건 제 실수였어요 ㅎㅎ
커피를 다른 컵에 따로 내린 후에 그걸 코코넛 얼음 있는 컵에 알맞게 옮겨 부어야 하는데, 제가 이 도구를 써서 커피를 내려본 게 처음이라 이렇게 순식간에 커피가 많이 나올 줄 몰랐어요.
그래서 커피 양이 생각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커피를 넣고, 그 위에 간 코코넛 우유를 다시 한 번 더 올려줬어요.
그랬더니 나름 어디서 본 듯한 비쥬얼의 코코넛 커피가 탄생했습니다.
집에서 막 만든거라 컵도 깔끔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지만 처음으로 제가 만든 커피라 저도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맛도 그럴 듯 해요.
커피 양이 좀 많이 들어가긴 했는데, 실제 코코넛 맛이 나면서 그리웠던 그 맛이 80%는 채워진 느낌이에요.
이렇게 만드는 게 쉬운 줄 알았으면 진작 해 먹는건데, 제가 그간 너무 게을렀네요
코코넛 우유랑 베트남 커피는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요.
인터넷으로 구매해도 되고, 아니면 한국에도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이 많아져서 베트남 마트에 갈 수도 있고요.
저는 얼음틀을 조금 더 사서 한꺼번에 코코넛 우유를 많이 얼려둘까 생각중이에요.
덕분에 안 마시던 커피 마시게 생겼네요.
그래도 기분 좋은 변화예요.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하나 더 늘어서 행복합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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