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달 있었던 일인데 힘들었어서 그간 쓰고 있지 않다가 오늘 포스팅을 하네요.
제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졌던 차는 굉장히 오래된 렉서스 중고차예요.
면허만 있고 실제로 운전을 안 해 본 저를 위해, 제가 미국 오기 전 거너씨가 튼튼해 보이는 중고차로 미리 구매를 해놨었는데, 2007년형 차여서 깜짝 놀랐었어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차를 오래타는 경우를 많이 못 봐서 10년이 훌쩍 넘은 중고차가 시장에 있다는 것과, 또 걱정 없이 그걸 사는 거너씨가 신기했거든요.
나중에서야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한 차를 10년, 20년 타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오래된 중고차였어도 굉장히 잘 굴러갔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전자동 시스템이 많아서 잘 이용했었어요.
이미 마일 수가 많은 차 였는데, 2019년 11월에 구매해서 지난 달까지 먼 거리를 그 차로 여행도 꽤 다녔었거든요.
물론 오래되서 부품 같은 건 손이 좀 갈 때가 있었는데, 그래도 너무나 멀쩡했는데 갑자기 그 차가 운전도중 멈춰버렸어요.
주말 아침에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마트를 바로 갈까 집에 들렀다 갈까 하다가 집에 들렀다 가기로 했어요.
아파트 단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 거너씨가 갑자기 "어? 어!" 하더라고요.
차가 멈추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고도 갑자기 딱 멈추는 게 아니라, 단지 안에서 저희 집 앞까지도 매우 천천히 움직여서 가긴 갔어요.
그리고 나서 차가 완전히 멈춰서 뭐가 문제인가 보니, 트렌스 미션이 완전히 나간 것 같더라고요.
차를 좀 안다하는 거너씨도 그건 본인이 고칠 수 없고, 수리비도 꽤 많이 나올거라고 했어요.
차가 전혀 움직이질 않으니, 카센터에 보낼 때도 견인차를 불러서 보내야 했고요.
그렇게 결국 일주일 정도 차가 없이 보냈는데, 예상은 했지만 미국에서 차 없는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일단 먹을 게 다 떨어져가서 마트에 가려했던 거였는데, 가기 전에 멈춰버렸으니 집에 음식도 없는 상태였고요.
차 없이 마트도 가기 어려운 미국 특성상, 최대한 집에 있는 것들을 뒤져 먹을 수 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집 근처에 '타켓'이라는 대형마트가 있긴한데, 거긴 식료품 전문점이 아니에요.
그래서 냉동식품이나 과자류, 간식거리만 팔아요.
거기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거기라도 가서 냉동식품을 사 오긴 했어요.
일처리 느린 미국 특성상 주말에는 견인차 부르기 어려웠고, 월요일에 견인차로 카센터에 차를 보내도, 견적 하나 나오는데 수요일에 나오더군요.
전 월요일 아침에 차를 보냈으니 적어도 그 날 저녁에는 전화와서 견적금액을 얘기해 줄줄 알았어요.
수리비는 200만원이 넘게 나왔고, 고민 끝에 결국 수리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오래된 차라, 수리해서 다시 쓴다 하더라도 다시 또 언제 뭐가 고장날 지 불안해하면서 타야했거든요.
그간 잘 타기도 했고,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멈춘게 아니라 그래도 집 앞까지 와서 멈춰준 차에 감사하며, 이제 보내줄 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다시 견인차를 불러 차를 가져오고, 트랜스 미션이 없는 차라도 사고 싶은 사람을 위해 인터넷에 올려서 팔았어요.
저희 지역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필요한 건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 다행히 '우버'를 이용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버 운전자가 많지 않아서 한 번 신청하면 거의 1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게 단점.
은행일을 볼 일이 있어서 한 번 우버 이용했다가, 집에 돌아갈 때는 우버 잡기도 힘들어, 큰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집으로 걸어갔어요.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차가 없으니까 갈 수 있는 곳,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사람이 좀 우울해졌어요.
뭔가 계획을 할 수가 없잖아요.
'이따가 떡볶이 해 먹을까? 공원 갈까? 주말에 뭐 할까?' 하는 생각을 할 수가 없으니, 순식간에 생활이 재미없어지고 기분 좋은 일이 없었어요.
미국에서 차 없는 생활은 정말 두 발을 잃은 생활이에요.
대중교통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사는 건, 이게 참 힘든 것 같아요.
음식은 오바 조금 해서 굶어죽기 직전에 '퍼블릭'이라는 마트의 배송 서비스를 찾아 그걸로 해결했는데, 여전히 차 없이 아무것도 하기 힘든 건 사실이었고, 결국 차를 렌트했어요.
다행인건 렌트카 회사가 걸어서 2~30분 거리에 있다는 거.
그걸 타고 바로 중고차 매장에 가서 구경만 좀 하려다가 차 없는 생활이 답답해서 바로 구매해버렸네요.
당연히 할부로 했고, 매 달 2~30만원씩 내고 있습니다.
거너씨는 한국이나 일본차가 튼튼하고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고 해서, 현대 코나로 구매했어요.
19년형 중고차지만 사용한 마일이 많지 않아서 제 눈엔 거의 새 차처럼 느껴져요.
전에 타던 렉서스와 달리 전자동 시스템은 없어서 그게 처음엔 불편했는데, 금방 익숙해지기도 하고요.
근데 생각보다 차가 엄청 작아요.
제가 체구가 작은 편이라 운전석은 제 사이즈에 딱 맞는데, 트렁크나 뒷자석이 워낙 작아서 누굴 뒤에 불편하지 않게 태울 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될 정도?
아마 전에 조금 큰 차를 탔어서 거기에 익숙해서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갑자기 차가 멈추는 걱정을 하지 않고 탈 수 있겠죠.
갑자기 매 달 값아 나가야 하는 돈이 또 늘어서 그건 힘들지만, 미국에서 차 없이 생활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며 살겠다는 거랑 거의 다를 게 없어서 ㅎㅎ
그런데 여기서 또 미국의 거지같은 일처리를 느꼈는데, 코나를 구매할 때 뒷 창문 와이퍼가 부러져있었어요.
며칠 뒤에 그거 수리해줄테니 오라고 해서 갔는데, 갑자기 와이퍼가 없다며 수리를 못 해주겠다는 거예요.
아니 그러면 왜 준비됐다고 오라고 전화한거지?
그 다음에 다시 와이퍼 수리하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또 없다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깨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와이퍼 주문한 사람이랑 수리하는 사람이랑 소통이 안 되는건지, 왜 사람 오라가라 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지.
다시 한 번 5월에 수리 날짜가 잡혔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그러면 그냥 주변에 있는 중고차에서 와이퍼 떼와서 붙이라고 할라고요 ㅋㅋ
서비스 센터 수준이 어쩔때는 동남아시아 서비스 수준이랑 다를바가 없는 것 같아요.
미국 생활의 불만과 단점을 자주 얘기하게 되는데, 그래도 뭐 생각보다 아직까진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
이번 코나도 사고 없이, 고장 없이 오래도록 잘 타고 다녔으면 해요.
코나신이 함께 하기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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