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처럼 1월 1일만 쉬는 날이에요.
그래서 그 전날까지도 일 하고 연속으로 금.토.일을 남편과 함께 연휴를 보냈습니다.
특별한 걸 하기보다는 2020년 마지막 날, 평소보다 조금 더 맛난 요리를 해 먹고, 12시가 넘기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찍 잠들었어요.
둘 다 '갬성'이라는 게 없는건지 사실 새해, 마지막 날 이런 것도 무신경한 두 사람 입니다 -0-
날짜만 바뀌었지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축제 같은 것도 취소되서 볼 게 없다고 10시쯤 잔 것 같아요 ㅎㅎ
새 해 첫날에는 뭘 할까 하다가 집 근처에 정말 특별한 곳이 있어서 다녀왔어요.
차로 20여분 정도 달리면 있는 곳인데 USS Alabama라는 장소예요.
이곳이 어떤 곳이냐면, 실제로 쓰이던 미국의 각종 항공기와 잠수함, 함선 등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입니다.
왜 특별하냐면, 여기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미군이 참전했던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것들이거든요.
그 중에 세계 2차 대전에 쓰이던 물건들도 있고요.
USS Alabama는 총 네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야외에 전시장. 실내 전시장. 전함. 잠수함입니다.
야외 전시장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해요.
모형이 아니라 실제 미군들이 전쟁 참전 당시 썼던 헬기와 비행기입니다.
옛날에 쓰던 건데도 크기와 디테일이 엄청나요.
야외 전시장에서 당연히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이 부분인데요.
앨리바마 한국 전쟁 기념관입니다.
미군에 늘 좋은 감정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였는데, 여기에 오면 한국을 위해 목숨바쳐 싸운 미군들의 희생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지고 또 알 수 없는 슬픔이 차오릅니다.
물론 미국도 그 당시 전쟁에 참여한 명확한 이유가 있었고, 오로지 한국을 돕겠다는 순수한 목적만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타국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운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당시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죠.
한국 전쟁에 참여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벽돌길을 보면, 그 가족들이 얼마나 영광스러워 할까, 또 얼마나 가슴아파할까가 느껴집니다.
석상에 써 있는 영어 문구는, 제가 영어가 짧아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없었지만, 대략,
'어떤 사람들은 자유를 위해 약간의 희생을, 어떤 사람들은 많은 희생을 하지만, 특히 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항상 그들의 모든 걸 (목숨)을 희생한다' 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굉장히 와닿는 문구였어요.
이 탱크도 당시 한국 전쟁에서 실제 사용했던 탱크라고 하고요.
한국 지도가 그려진 석상이 있었는데, 태풍과 허리케인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한국 지도 석상이 넘어져 깨져있어서 안타까웠어요.
다시 붙이기는 어려웠는지 일단은 깨진 조각만 맞춰서 그대로 뒀더라고요.
여기에는 간략한 한국 전쟁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공식적으로 집계된 한국인 희생자. 한국 군인 희생자. 미군 희생자. 북한과 중국군의 희생자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실제로 희생당한 수는 더 엄청나겠지요.
베트남 참전 공간에는 베트남 지도가 바닥에 박혀있습니다.
거너씨 입장에서는 USS Alabama 야외 공간에 유일하게 따로 마련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과 베트남인데, 본인이 과거 4년동안 살았던 나라들이라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어요.
9.11 사건의 영웅들을 추모하는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부대 항공기와 헬리콥터들이 야외전시장에 있었는데, 워낙 보존 상태가 좋아서, 성능만 지금보다 뒤떨어질 뿐, 다시 작동 시키면 작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같으면 조금 더 썼을 그런 기기들도 보였는데, 국방에 워낙 큰 예산을 써서 '천조국'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인 만큼 제 눈에 멀쩡해보이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바로 박물관으로 보내버리나 봅니다.
전시되어 있는 항공기 중에 위의 사진처럼 초록색 별이 박혀 있는 게 보였는데, '저 별의 숫자가 실제 이 항공기로 미사일을 쏜 숫자다' 라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걸로는 전쟁 당시 두 발을 쐈다는 의미 같습니다.
저도 들어서 말씀드리는거라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 있습니다;; ㅎㅎ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견학차원으로 역사 박물관, 전쟁 박물관 등에 참 많이 갔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그렇게 큰 흥미가 없었어요.
그 영향인지 지금도 사실 박물관을 그렇게 즐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미술도, 음악도, 옛 물건도, 조금이라도 공부 하고 봐야 왜 중요한지, 뭐가 포인트인지 알 수 있어 흥미를 느낄텐데, 어릴 땐 그런 거 없이 그냥 다니기만 해서 그랬나봐요.
이번에는 약간의 정보를 갖고, 그리고 우리 나라의 잊을 수 없는 큰 역사적 사건의 한 기록을 타국에서 본다는 게 굉장히 의미있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USS Alabama에서 찍어온 사진이 많아요.
포스팅 하나에 다 담지 못 해서 나눠서 적으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야외 전시장에 대한 내용이었고, 다음 포스팅에서 실내 전시장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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