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인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최근 테네시 주가 코로나 확진자 발생률이 가장 높아지면서, 실제로 주변에 코로나 환자가 많이 생겨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가족들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필리핀 친구가 집에 초대해줬는데, 관광 갔을 때와는 또 다른 필리핀 가정식 음식을 먹어볼 수 있었어요.
이건 감자, 양파,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새우가 들어간 스프.
돼지고기가 들어간 필리핀식 춘권이에요.
필리핀 사람들은 음식을 달게만 먹는 줄 알았는데, 가정식 음식에는 식초를 많이 써서 좀 시큼하게 먹는 것도 있더라고요.
덕분에 대접도 잘 받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래도 서로 오가지 못 할 거리는 아니니까, 제가 있는 곳에서 또 만나기를 바라면서.
저는 미처 준비하지 못 했는데 이 친구는 비누 만들기 키트를 성탄절 선물로 줬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만들기 중에선 하나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ㅋㅋㅋ
분명 사진과는 다른 비누가 나오겠지만, 나중에 시도해보고 그것도 포스팅 해볼게요.
이사는 3일에 걸쳐 진행됐는데,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에서 평일 11시 이후에만 이사를 할 수 있다는 이상한 규칙이 있기도 했고, 이사 트럭도 일요일에는 휴무라는 정책이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토요일에 트럭 빌려서 이삿짐 나르고, 일요일에 이사갈 동네로 출발, 호텔에서 하루 잔 후 월요일에 이삿짐 나르기.
이런 식으로 3일에 걸쳐 이사를 했어요.
아직 이삿짐이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니지만 그냥 쉬엄쉬엄 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만 이사가 허락됐기에 저나 남편 둘 다 일은 쉬어야 했어요.
이 아파트 단지 들어오려면 무조건 평일에 쉬어야 하는 ;;
제가 토요일에 늦잠을 좀 잤는데, 그 사이에 남편이 시아빠랑 가서 이삿짐 트럭을 빌려왔어요.
'유할'이라는 트럭 회사고, 미국 내에서는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트럭 렌트가 회사예요.
다양한 사이즈가 있는데, 저희 가구 사이즈를 대략 측정한 후 거기에 맞는 걸 빌려왔어요.
다행히 이 트럭 빌리는 곳도, 또 반납하는 곳도 다 집 근처에 있었습니다.
이사 전 TV, 거실 테이블, 침대를 팔았어요.
그래서 무거운 가구는 소파, 세탁기, 건조기, 큰 서랍장 정도가 다 였어요.
냉장고는 다행히 새 집에 빌트인 되어 있고요.
많지 않은 가구지만 그래도 옮기기에는 굉장히 무거운 가구들이죠.
도움이 필요하단 걸 알고, 거너씨의 쌍둥이 친구들이 와서 도와줬어요.
아무리 쌍둥이라지만 너무나 똑같은 두 형제.
한 명은 제 필리핀 친구의 남편이기에 자주 봤는데, 그의 쌍둥이 형제는 처음 봤어요.
그래서 각 자 차에서 똑같은 사람이 두 명 내렸을 때 1초 당황했어요 ㅋㅋㅋ
몸매는 마른 친구들인데 주말 농장에서 다진 근육인지, 힘이 세서 무거운 가구들 옮기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데리고 와서 이삿짐 내리는 것도 도와달라고 할 뻔 ㅎㅎ
저나 거너씨나 둘 다 인테리어에 큰 관심이 없고, 아직 어딘가에 정착할 생각이 없어 일부러 짐을 안 늘리려고 하는 편인데도, 짐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특히 주방....
그릇이나 접시가 많은 것도 아닌데 주방에서만 큰 박스로 5개가 나왔어요.
셀프 이사하다 죽을 뻔 ㅎㅎ
대충 트럭에 다 짐을 넣어놓고, 그 날은 남편의 부모님댁에서 잤습니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바로 전에 이사를 하게 되서, 성탄절은 같이 못 보낼 걸 알기에 미리 크리스마스를 하기로 했어요.
저도 요리를 하고 싶었지만 짐을 다 싸버린 바람에 할 수 없었고, 시엄마가 음식을 준비해주셨어요.
에피타이저로 소세지볼, 치즈와 크래커, 마늘.허브 크림을 먹으면서 기다렸는데, 마늘 허브 크림이 정말 맛있어요.
마늘 들어가면 음식 감칠맛이 확 올라가지요 ㅎㅎ 한국인의 입맛.
치즈도 느끼하지 않고 직접 구운 소세지볼도 입맛에 맞아서 이걸로만 배 채울 뻔했어요.
시엄마가 요리를 잘 하셔서 베이킹도 하셨어요.
치즈랑 뭐랑 넣어서 구운 스콘 같은 빵이에요.
먹기 바빠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진 않았어요 ㅎㅎ
그냥 감탄하고 우걱우걱.
셀프 샐러드바를 준비해주셨고, 파스타 면도 취향껏 먹으라고 페투치니와 스파게티면 두 개를 삶으셨어요.
사진에선 찍지 않았지만, 파스타 소스도 알프레도 소스랑 토마토 소스 두 개를 끓이셨고요.
저 같으면 힘들어서 그냥 하나만 정해서 만들텐데, 힘들 게 두 개씩 만드셨네요.
대단..
또 수제 미트볼이랑 소세지도 구우셨어요.
제 시누이는 '비건'이라서 비건 소세지를 따로 준비했고요.
스프도 비건 야채 수프였어요.
이렇게 여러 사람의 식성에 맞춘 저녁이 준비됐고, 피곤했던 만큼 열심히 먹었습니다.
밥 먹고 복권을 긁었어요 ㅋㅋㅋ
이유가 있는데, 제가 이사한 알리바마 주는 복권이 없어요.
미국 내에서 복권이 허용되지 않는 주가 몇 개 있는데 알리바마가 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사가기 전 테네시에서 열심히 복권 긁고 가라고 시엄마가 준비해주셨어요.
하나는 2달러, 하나는 10달러, 총 12달러에 당첨됐는데 깜빡하고 현금으로 못 바꾼 채 알리바마에 와 버렸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선물도 교환했어요.
부모님께 뭘 사드려야 할 지 몰라 좋아하시는 브랜드로 와인 두 병을 준비했어요.
하나는 레드, 하나는 블랙베리 와인이었는데, 블랙베리 와인을 처음 드신다며 좋아하셨어요.
거너씨 누나에게는 대형 오뚜기 카레 가루와 농심에서 나온 채식 라면을 선물로 줬어요 ㅎㅎ
전에 제가 카레 만들어줬을 때 엄청 맛있게 먹길래.
저희는 마사지기와 커피세트, 그리고 베란다에 놓을 수 있는 탁자. 의자 세트를 선물 받았어요.
오늘 조립해서 이렇게 만들어 놓았답니다.
식탁을 팔아버려서 없는 관계로, 이사 후 첫 끼는 여기에 국과 밥을 깔아두고 먹었지요 ㅋㅋ
빨리 새 식탁을 사야 할텐데;;
그런데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선물은 이거예요.
짜잔~
바로 시엄마가 오래 전 결혼할 때 시아빠한테 받으신 결혼반지.
그걸 저한테 이번에 물려주셨어요.
제가 듣기로 미국에서는 웨딩드레스나 반지, 보석 등등 값어치를 떠나서 물려주는 일이 흔하다고 해요.
4대, 5대를 걸쳐서 웨딩드레스를 물려 입는 경우도 봤구요.
아무리 오래된 거여도, 본인이 그 옛날 물건을 물려받아 쓸 수 있다는 거에 기뻐하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 오래된 반지를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남편한테 못 받은 청혼 받은 느낌 ㅎㅎ
비싼 반지는 아니에요. 그 옛날 두 분이 굉장히 가난하게 신혼 생활을 시작하셨기 때문에 시아빠는 비싼 반지를 선물할 수 없었고, 이 반지로 결혼을 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하셨죠.
두 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한테 잘해주셨지만, 반지를 받고 진짜 가족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이래저래 저에게는 행복하고 의미있는 성탄절 선물이지요.
먼 훗날 저도 제 결혼반지를 누군가한테 물려줄 날이 올 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것 또한 큰 기쁨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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