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후기 / / 2020. 8. 27. 00:01

찬실이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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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희 감독의 2019년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 김초희 감독과 주연배우인 강말금 배우의 인터뷰를 먼저 접했습니다. 

 

강말금 배우가 영화 속 '찬실'역할을 했는데, 김초희 감독 본인 스스로를 투영시킨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두 감독과 배우가 너무나 닮아있었어요. 

 

김초희 감독도 영화 리뷰를 하며 영화 속 찬실이의 이러저러한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공감되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했고요. 

이 영화는 사실 나오는 배우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윤여정, 윤승아, 김영민, 배유람  배우가 등장해요. 

 

윤승아 배우가 아주 철딱서니 없는 배우역할로 나오고, 김영민 배우는 추운 겨울 날 난닝구 바람에 아주 열연을 하셨는데 영화 속 감칠맛을 톡톡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를 쓰고 제 감상을 적어볼게요. 

 

영화 프로듀서 일을 오랫동안 해온 찬실이. 늘 지감독과 함께 일했는데 새 영화 제작을 발표하고 뒷풀이를 하던 중, 감독님이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납니다. 

 

감독님이 돌아가시면서 일자리도 잃고 갈 곳도 없어진 찬실이는 이번생은 망했다며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작은 월세방을 얻습니다. 

집주인은 윤여정이죠. 

 

친하게 지내는 배우인 소피 (윤승아)네 집에 찾아가 하소연을 하던 중, 소피의 가사도우미가 일을 관둬 곤란하다는 말을 듣고, 그 즉시 소피의 가사도우미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피의 프랑스어 선생님인 김영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요. 

 

김영은 영화감독인데 프랑스에 산 경험이 있어 소피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써주는 곳은 없고, 나이 마흔에 연애도 안 하고 돈도 없고 뭐 하고 살았나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김영이 이상하게 눈에 밟히기도 하고요. 

 

그 때 하얀 난닝구에 반바지 차림의 한 남자가 찬실 앞에 나타납니다. 

 

집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 이름은 '장국영'이고 찬실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면서 말이죠. 

 

추워죽겠는데 왜 그런 차림으로 다니냐고 하니까 늘 참기만 했더니 홧병이 생겨 몸에 열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속이 있다며 밖으로 나가는데 동시에 집으로 들어오는 윤여정에게 물어보니 아무도 못 봤다고 하죠. 

 

장국영은 찬실이만 볼 수 있는 귀신인겁니다. 

 

그 후에도 장국영은 종종 나타나서 찬실의 고민을 들어줍니다. 

 

영화일을 다시 하고 싶은 건지 아님 그냥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고, 장국영은 그 때 마다 잘 될거라며 심심한 위로를 건네죠. 

 

찬실이는 김영과 술도 마시며 가까워지고, 하루는 도시락까지 싸들고 김영이 알바하는 학원까지 찾아갑니다. 

같이 커피도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찬실이는 본인도 모르게 뒤에서 김영을 안게 되는데, 김영은 찬실과 좋은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고 싶다고 하죠. 

 

민망함에 몸부림치다가 소피네 가사일도 안 나가고 자기 방에 나타난 장국영한테 심통만 부립니다. 

 

찬실이가 사는 집엔 윤여정이 못 들어가게 하는 방이 있었는데, 먼저 떠난 윤여정 딸의 방이라고 합니다. 

 

찬실이가 한글을 잘 못 읽는 윤여정을 도와주자, 그 방에 예전에 딸이 쓰던 영화 관련 자료들이 많은데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 써도 된다고 말하죠. 

 

영화 다신 안 한다며 본인 자료들까지 버리려던 찬실이는 그 방에서 오래전 녹음된 영화 감독의 인터뷰를 들으며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합니다. 

 

줄거리는 이게 다예요. 

 

뭔가 스펙타클하게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갑자기 나이 40에 실직해, 연인도 돈도 없는 찬실이, 이제부터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수하는 모습입니다. 

 

10대 20대에만 방황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40대에도 50대에도 늘 인생은 변수가 생기길 마련이고, 그 때 마다 다시 내가 해왔던 게 맞나,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내가 뭘 좋아하나 기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갑작스게 벌어진 착잡한 현실에 갈팡질팡 정하지 못 하고 방황하는 찬실이 모습이 너무나 우리네 모습 같았어요 

 

특별한 스토리는 없어도 각 캐릭터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찬실이 역을 맡은 강말금 배우의 사투리가 대사처리가 너무나 예쁘고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피부도 곱고 청초하십니다. 

 

외로움을 갈망하는 것도 진짜 웃기게 연기 잘 하셨어요. 

 

소피역을 맡은 윤승아씨도 진짜 푼수같은 배우를 잘 표현해줬고, 김영민씨가 참 압권이에요 ㅋㅋㅋ 

 

한 겨울에 런닝 하나 입고 연기해서 진짜 힘들었다고 했는데, 힘든 티가 하나도 안 나요. 

 

물론 그 장국영이라는 캐릭터는 찬실이의 '자아'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무슨 자아가 그런 캐릭터도 나오는지 진짜 웃겨요 ㅎㅎ 김초희 감독의 독특함이 잘 묻어난 영화라고 생각해요. 

 

너무 진짜 같고 평범해서 약간 다큐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드는 영화예요. 

 

김초희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더 힘을 얻고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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