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의 크리스마스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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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없어 올 것 같지 않던 크리스마스가 다낭에도 왔습니다.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라고 할 순 없지만, 거너씨에게는 큰 명절과도 같은 날이죠.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기에 거너씨는 회사에 나가야했지만, 


큰 맘 먹고 연휴를 썼습니다 ㅎㅎ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무조건 쉬어야 하는 날이거든요. 


곧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집에 먹을 게 많지 않아, 


이브날 저녁은 그냥 닭가슴살에 양상추만 넣어서 샐러드로 먹었어요. 


거너씨가 평소보다 늦게 퇴근했는데 알고보니 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오느라 늦은거 있죠 ㅋㅋ 



제가 전부터 차퍼를 갖고 싶어했는데 그걸 용케 알고 사왔어요. 


집에 믹서기 종류가 없어서 갈아야 하는 요리는 아예 못 하고 있었거든요. 


이거 선물하면 제가 이것저것 더 만들어줄 거 같아서 사준건진 모르겠지만 


무튼 원하는 걸 선물로 받아서 엄청 기분 좋았어요 ㅎㅎ 



저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ㅎㅎ 


거너씨에게 뭐 받고 싶냐고 물어보니, 미국식 아침을 먹고 싶대요. 


그래서 다낭에서 괜찮은 서양식 아침을 팔고 있는 곳을 찾아보다가 


리뷰도 좋고 메뉴도 괜찮아 보이는 '제레미 키친'이라는 곳을 골랐습니다. 



넓고 깔끔한 실내에, 방음이 잘 되서 보통은 일상적으로 들리는 오토바이소리도 안 들리더라구요. 


조용히 캐롤이 울려퍼지고, 따뜻한 도넛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곳에 있으니 


잠시 베트남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ㅎㅎ 



저 멀리 검은 옷을 입고 뒤돌아 있는 사람이 식당의 주인인 '제레미'예요. 


이름도 외모도 옷 스타일도 아주 전형적인 미국인입니다 ㅎㅎ 


2015년도에 처음으로 다낭에 왔고, 취미로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맛있다고 사가서 조금씩 조금씩 이곳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가 주로 만드는 건 도넛을 비롯한 빵 종류지만 


뒤 편에 있는 부엌에서는 아주 갖은 종류의 미국스타일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도넛이 주요 상품 아니랄까봐 큰 도넛 튜브도 인테리어로 갖다놨네요 ㅎㅎ



앞에 카운터에서 음식을 선주문하고 계산해야 합니다. 



메뉴가 꽤 많아서 다 찍진 못하고 몇 개만 찍어왔어요. 



맛도 있고 가격도 아주 비싸지 않아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메뉴 특성 때문인지 다낭에 머무는 서양인들이 많이 찾아오더라구요. 



아침 7시 반에 보통 문을 열어요 여긴. 


저희는 8시 좀 넘어 도착해서 파인애플 주스와 모카를 마시면서 음식을 기다렸어요. 


음식이 나올 때 까지는 생각보다 오래걸려요. 


흠... 30분? 정도 기다렸나. 


더 기다린 것 같기도. 


한국 사람이 느끼기에 꽤 기다려야 음식 서빙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게 저희가 여기서 아침으로 먹은 음식이에요. 


사진을 먹음직스럽게 찍지 않기도 했지만 실제로 딱 봤을 때도 화려한 플레이팅을 해서 주진 않아요. 


양도 적어보여서 배 안차는거 아닌가 걱정하면서 식사를 시작하긴 했어요. 


그런데 그건 완전 기우. 


거너씨가 시킨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의 메뉴는 소시지, 베이컨, 계란, 해쉬포테이토, 프렌치 토스트 


이렇게 들어간 접시를 주는데요. 


소세지는 수입산이었는지 베트남것과 다르게 맛있었고 프렌치 토스트는 정말 너무 촉촉해서 좋았어요. 


저는 치즈 그릴 토스트를 시켰는데, 거너씨 빵과 다르게 아주 겉부터 속까지 바삭바삭해서 


먹는 재미가 있었구요. 


같은 빵이라도 어느 메뉴에 쓰이는지에 따라 확실히 다르게 조리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매우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감자 튀김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싹싹 먹고 왔어요. 


 또 주메뉴인 도넛을 안 먹고 오는 건 죄인 것 같아 도넛 하나 포장해서 냉장고에 킵해뒀습니다 ㅎㅎ 


소박하게 시작했다는 주인장의 말과는 달리 결코 소박하지 않은 음식점이었습니다. 



제레미 키친: 190 Nguyễn Công Trứ, An Hải Bắc, Sơn Trà, Đà Nẵ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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