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우기,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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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크게 계절이 건기, 우기 두 계절로 나뉘고 


다낭지역은 특히 우기 때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호이안은 


다낭 시내보다 배수 시설이 더 안 좋기 때문에 


배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우기 때는 물이 많이 들어찹니다. 


몇 몇 호이안 가게들은 


벽에 선을 그어 몇 월 며칠, 비가 여기까지 찼다 라고 


적어둔 곳들도 많죠. 


우기 때 호이안 방문은 그냥 홍수보러 가는 건가봐요. 


다낭의 본격적 우기는 10월부터 3월까지고, 


가장 심한 시기가 11월과 12월이라고 합니다. 


지금 10월 중순이니 일주일에 5일은 흐리고 비 오고


이틀 정도는 맑은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는게 비가 오는 것도 


한국처럼 오는게 아니라 


갑자기 스콜처럼 화악 하늘이 열린듯이 내리다가 


또 갑자기 잦아들고 하니 


정말 언제 얼마나 비가 올지 감히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대중교통 시설이 부족한 다낭에서는 


비오면 오토바이 타기가 힘들기 때문에 


장 한 번 보러 나가는 것도 하늘 눈치보고 나가야해서 


우기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다낭에는 건기에는 외국인들이 많다가 


우기 때는 많이들 빠져나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단순한 관광객들이 아니라 


장기비자 (3개월, 6개월 이상) 받고 머무는 사람들이요. 



흔히 디지털 노마드라고도 불리는 사람들이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저런 장기 비자를 받아와서 오래 머물곤 하지요. 


제가 다낭에서 만난 친구들도 대부분 그런 비자를 가지고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인데, 


비자가 거의 끝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러 이맘 때 비자가 끝나가게끔 발급받아서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요. 


굳이 매일 비오는 때에 여기 있어서 고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오늘도 우기를 피해 날씨 좋은 치앙마이로 떠나는 친구를 위해 작은 송별회를 했어요. 


쉐어 하우스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 부엌에서 


간단한 요리를 하고 음식을 사와서 같이 먹고 떠드는 흔한 친목모임이죠. 


일전에 저희 집에서 모였을 때는 제가 잡채와 김치부침개를 했었는데, 


부침개가 너무 망하기도 했고 김치 아닌 다른 재료를 쓰고 싶어서 


이번에는 오징어 볶음을 해 갔답니다.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되서 


제가 만든 거 제가 거의 먹었던거 같아요. ㅎㅎ 


사진 속에서 제 오징어 볶음은 없네요 ㅎㅎ 


망고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좀 신 과일, 그리고 노란 자몽을 에피타이져로 먹고, 


베트남답게 튀긴 스트링롤, 쌀밥, 김치, 오징어 볶음, 옆 가게에서 사온 치킨과 감자튀김~ 


얼마전에 마리 친구가 일본에서 방문해서 일본 과자도 잔뜩 있었어요. 


치킨은 배달시킬까 하다가 


친구네 집 근처에 치킨 집이 있다길래 나가서 직접 사왔는데 


치킨 날개랑 다리만 저만큼 사고 감자튀김도 왕창인데 만 3천원 정도 나온거 같아요. 


거너씨가 일 때문에 늦게 와서 오는 길에 맥주도 10캔정도 사왔구요. 


김치는 여기 머물고 있는 다른 한국분이 사 오셨어요 ㅎㅎ 한인마트에서. 


저는 주로 마트에서 파는 cj포기 김치를 사다먹는데 


맛들이 꽤 괜찮아서 애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기선 김치가 귀하니까 생으로는 잘 안 먹고, 


거의 요리 할 때 쓰지만 오늘은 생김치를 제 오징어 볶음과 함께 먹었답니다. 


오랜만에 생김치 먹으니 더 맛있더라구요. 


동네 치킨은 한국식 옛날 통닭처럼 튀긴건데 


엄청 바삭해서 씹을 때 마다 무슨 CF찍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바사사사사삭 소리가 잘 나게 튀겼더라구요. 


닭튀김 솜씨는 한국 못지 않네요. 


외국에 살면 친구 한 명 한 명이 귀한지라 


이렇게 가끔이라도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각자 언젠간 헤어져야 하는 걸 아니까 이별에서 살짝 초연해질 수 밖에 없구요. 


조만간 다낭에서의 제 절친이 하노이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 약간 마음이 씁쓸하네요. 


그래도 다들 좋게 생각하며 떠나는 친구가 있으면 그걸 빌미로 또 엄청 모여 놀아요 ㅋㅋㅋ 


이렇게 해외를 떠도는 사람들은 대부분 역마살이 낀 사람들이라 또 어디선가 만나게 되니, 


오히려 세계 곳곳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더 좋네요. 


사실 한편으로는 저도 다낭 우기가 달갑지 않아서 남들 따라 다른 곳 가서 좀 피해있고 싶은 생각 ㅎㅎ 


비가 너무 심하게 오면 한국으로 도망갈 생각을 늘 하고 있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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