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로 여행 갈 때 이곳을 빼고 가는 분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바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한 대만의 지우펀입니다. 이곳은 어떤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지 소개해보겠습니다.
지우펀 위치와 가는 법
지우펀은 대만 북동부의 산악 마을로, 타이베이에서 약 35km 떨어져 있습니다. 타이페이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차로 간다고 했을 때는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기차와 버스로 갈 수도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기차 타고 '루이팡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 '지우펀 올드 스트릿'에서 내려 걸어가면 됩니다. 타이베이에서 한 번에 가는 방법은 없기에 기차를 타건 버스를 타건 한 번 이상은 꼭 갈아타게 됩니다.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면 1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 걸립니다. 갈아타는 게 귀찮으신 분들은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다소 발생합니다. 한국보다는 저렴하다고 해도 4~5만 원 정도 나올 겁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게 타이베이 근교 여행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겁니다. 단체로 다녀서 가격 할인도 많이 되고 차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는 다양한 상점
사진을 보고 갔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지우펀에 가보니 생각보다도 가파른 언덕길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래도 계단과 계단 사이의 폭이 넓지 않고, 언덕길 양쪽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많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가게 구경하고, 잡화점 들어가고 하다 보니 언덕을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걷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가게랑 잡화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몇 몇 예술 작가들의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본 이곳은 나이 지긋하신 작가님이 손으로 직접 빚어 다양한 사람의 얼굴을 재미있게 표현해 낸 전시였습니다. 걔 중엔 사람이 아닌 듯한 생명체의 얼굴도 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은 여러 동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색감이 들어간, 혹은 혁신적인 디자인이 새겨진 옷이 아니라 그저 연필이나 목탄으로 단순한 동물 하나를 그려 넣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동화책에 나오는 동물처럼 귀엽게 표현되었지만 마치 연필로 쓱쓱 티셔츠 위에 데생한 것처럼 무심하게 그려 넣은 게 오히려 화려한 옷감 속에서 더 돋보입니다.
다른 티셔츠를 판매하는 가게도 가봤는데, 여기는 티만 파는 게 아니라 열쇠고리, 모자, 스티커 등등의 잡화를 판매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이분들이 판매하는 옷에 그려져 있는 그림입니다. 두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티에는 이 부부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표졍만 봐서는 뭔가 말싸움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중국어를 모르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딱 봐도 이걸 판매하는 주인장 부부의 얼굴이라는 걸 알 수 있어, 본인 캐리커쳐를 새겨 판매하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분이 남자 주인장입니다. 얼굴이 다 나오게 찍지 않았는데도 짧은 머리와 안경을 쓴 투박한 모습이 캐릭터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캐리커쳐를 보니, 그림 그리는 솜씨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지우펀의 먹거리
대만 자체가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여행하다가 배고파서 힘들 일은 없을 겁니다. 지우펀 거리도 각종 간식거리와 재미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한국 분들에게 유명한 음식은 땅콩 아이스크림이나 대만식 빙수, 꼬치, 망고 젤리, 파인애플 케익, 크래커 등이 있습니다. 먹거리가 워낙 많아서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제대로 먹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걸 먹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도 이것저것 사서 주전부리를 많이 했는데, 일단 꼬치부터 하나 손에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큼지막한 알이 만족스럽게 꽂혀 있는 이건 새우살, 오징어살이 들어간 완자꼬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간이 잘 되어 있어서 특별히 다른 소스를 뿌리거나 하지 않아도 짭쪼름하니 맛있습니다. 또 한 손에 들고 걸어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서, 지우펀 거리에서 아주 딱인 간식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버섯구이도 하나 먹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저렇게 통통한 버섯을 통째로 그릴 위에서 구워서 판다는 것도 신기했고, 걸으면서 먹는 버섯은 어떤 맛이 날지도 궁금했거든요. 물론 맛있었습니다. 버섯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통버섯을 걸으면서 먹는 게 이상하지도 않고 편하더라고요. 통이니까 이것도 그냥 한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어서 완전히 스트릿트 푸드였습니다. 물론 얘기하면 버섯 잘라서 컵에 담아 주기 때문에 통으로 먹는 게 불편하면 그렇게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한중일 전부 두부를 많이 먹고 두부 요리가 많이 발달되어 있죠. 저는 한국 두부요리와 일본 두부요리는 좋아하는 편인데, 아직 중국 두부요리는 한국식으로 순화된 것 외에는 그렇게 잘 먹지를 못 합니다. 그런데 지우펀에 간 김에 제대로 된 현지식 두부 요리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고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와,, 그런데 결론은 실패. 제가 중국식 두부 요리 냄새를 잘 못 견딥니다. 이 식당에 취두부가 있었는데, 도저히 저는 취두부 가까이에서 숨을 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두부요리를 먹으러 가긴 했지만 결국 입에 넣는 데까지는 실패했습니다. 취두부가 냄새는 고약해도 정말 맛있다던데 언젠가는 성공해보고 싶습니다.
두부집을 나와 한참 걷다가 다리도 좀 아프고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빙수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만식 빙수를 파는 가게로 커다란 종이컵 안에 달콤한 떡이랑 젤리 같은 것, 그리고 얼음을 한가득 넣어줍니다. 말그대로 빙수인데 날 더운 대만에서 걸어 다니다가 쉬면서 먹기에 딱입니다. 달달하니 밥 먹고 디저트로도 아주 좋습니다.
저는 이 빙수를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한 그릇 더 먹을 뻔했습니다. 차가운 것만 먹다가 배탈날까봐 참았지만요. 빙수의 형태가 한국 빙수보다는 베트남의 '쩨'라는 디저트 요리가 있는데, 그 요리를 생각나게 하는 모양과 맛이었습니다. 물론 대만이 망고 빙수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대만 감긴에 이런 대만식 빙수도 한 그릇 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풍경
지우펀에 있는 가게들만 둘러봐도 재미있는데, 걸으면서 마주하는 풍경이 참 분위기 있습니다.
화려한 상점들 이면에 이렇게 동네 골목길 같은 곳도 있고, 좀 한적한 곳에서는 이렇게 동네 고양이들이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익숙한 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신경도 안 씁니다. 잠든 고양이 얼굴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고양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고양이 캐릭터도 거리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가게 창문 밖에 걸려 있는 작은 잡화들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면 괜히 기분도 좋아지면 마음도 편안해져서 바쁘게 걸어다니다가 잠시 여유를 갖게 해 줍니다.
구경하며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가면 이렇게 무언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벽이 나오는 걸 발견하실 겁니다. 찰흙 같은 걸로 만들어 붙인 작은 정사각형의 작품으로 꽃도 있고 집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아이들이 만든 걸 걸어둔 것 같기도 하고, 지나가다 본 전시관 사람들이 걸어둔 것 같기도 한데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높은 곳에서 바람 쐬면서 쉬어가는 의미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이렇게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가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덤입니다. 밑에서 볼 때는 가게들에 둘러 쌓여 있는 부분만 보여서 지우펀거리가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지 체감할 수 없었는데, 막상 올라와서 보니 작은 동산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느낌입니다. 이 날은 아주 날씨가 좋아서 멀리 있는 작은 섬까지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면 지우펀 거리 곳곳에 등불이 밝아지면서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낮이랑 또 다른 느낌이라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우펀의 저녁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기 때문에 계단 곳곳이 정체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저녁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니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진 찍는 것도 도와주고, 인생 사진 남기는 풍경이 좋아 보입니다.
저는 지우펀에서 해질녁의 노을을 보고 싶어 이렇게 뷰 좋은 가게에 들어가 음료를 마셨습니다. 여기서 마실 거 다 마시고 멋진 해안가의 노을까지 다 감상하고 내려와도 충분히 달라진 밤의 지우펀 거리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두워졌다고 빨리 사진 찍자고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즐기고 내려오셔도 됩니다. 계단에서 사진 찍고 다시 지우펀 입. 출구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버스 정류장 쪽에서 어두워진 지우펀 거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타이베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탈 때는 정류장이 많이 붐빕니다. 그 시간대에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버스 배차 시간도 약간 있는 편이니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런 면에서도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습니다. 타이베이의 판타지를 담당하고 있는 지우펀, 꼭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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