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 사바나 다운타운에는 한 번 가면 나도 모르게 몇 시간씩 쓰게 만드는 신기한 벌꿀 가게가 있습니다. '비 컴퍼니'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로 사바나 다운타운에 두 곳이 위치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벌꿀을 파는 곳인데, 단순한 벌꿀이 아니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신기한 종류의 꿀과 벌꿀술을 팔아서 구경 갔다가 두세 시간을 쓰게 된 재미있는 곳입니다. 특히 꿀을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벌꿀가게지만 그 내부가 굉장히 넓습니다. 단체 관광객이 오기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수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게 넉넉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을 각종 신기한 벌꿀 상품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려고 들어갔다가 상품들을 보다보면 안 사고 못 배기는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주 상품은 당연히 벌꿀입니다. 그런데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일단 마치 샴페인처럼 예쁜 병들에 들어있습니다. 이보다 작은 후추통 사이즈도 있고, 빨대에 들어 있어서 쪽쪽 빨아먹는 형태 등 상품 형태 자체도 여러가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꿀 맛도 다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아카시아 꿀도 있고, 매운맛이 들어간 매운 꿀도 있습니다. 상큼한 레몬꿀과 오렌지꽃이 들어간 꿀, 미국 투펄로 나무향 꿀, 블랙 세이지꿀도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벌꿀 가게인지라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외국인인 제 눈에도 그렇고 이곳에 사는 현지인 사람들에게도 이 벌꿀들은 꽤나 특이하고 특별한 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바로 먹을 수 있게 벌꿀만 예쁘게 정제된 것들도 있지만, 밀랍이 그대로 들어있는 벌꿀 상품들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벌꿀을 사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냥 통쨰로 먹을 수 있어서 씹는 맛도 있고, 아이스크림이나 요구르트에 잘라 꽂으면 예쁜 디저트도 돼서 활용도가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꼭 먹는 게 아니더라도 벌꿀을 활용한 방향제나 입술 보습제 등 음식 외의 상품들도 팔고 있습니다.
액상 형태의 꿀들도 있지만 버터처럼 발라 먹는 형태의 스프레드 벌꿀 상품도 많습니다. 향도 형태도 다양해서 뭘 사야 할지 고민된다면 카운터에서 자유롭게 시식을 해보고 결정해도 됩니다. 스프레드 벌꿀과 일반 액상 꿀들이 향과 종류별로 놓여 있습니다. 마음대로 먹어볼 수는 없고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요청하면 원하는 종류의 것을 다 맛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꿀을 말하면 이렇게 일회용 종이 수저에 약간의 꿀을 묻혀서 줍니다. 양이 적어보이지만 맛을 보기에는 오히려 많게 느껴지는 양입니다. 꿀이 달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것도 향과 맛을 판별하기에 어려움을 줘서 저 정도면 꽤 충분한 시식이 됩니다. 저는 궁금했던 두세 가지의 꿀을 시식해 보고 스프레드용 꿀 세트를 샀습니다. 크래커와 빵에 발라먹으니 풍미가 엄청납니다. 단맛도 단맛이지만 그 이상의 향이 나서 꿀 이상의 것을 발라먹는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스프레드용 꿀을 사는 걸 추천드립니다.
벌꿀 쇼핑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제가 여기서 두 세시간을 보낸 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바로 벌꿀술인 '미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각종 음식으로 술을 담그는 걸 봐 왔지만 꿀로도 술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마치 와인과 비슷한 느낌인데 향이 더 달콤합니다. 이곳에서는 이 지역 로컬 벌꿀술과 로컬 '사이다'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이다라고 하면 콜라와 함께 먹는 탄산음료의 뜻인데, 이곳에서 사이다는 알코올이 약하게 들어간 칵테일 같은 술을 얘기합니다. 저는 친구와 각자 사이다와 미드 테이스트 무제한을 결제한 다음에 같이 먹어보면서 전부 맛을 봤습니다.
항상 똑같은 메뉴가 아니라 그 시즌과 그 날에 준비된 로컬 술들, 또 프로모션 하고 있는 술들 위주로 그날의 시음술 메뉴가 만들어집니다. 직원이 맨 위에 있는 술부터 순서대로 천천히 가지고 나옵니다. 잔과 술을 병째로 가지고 나와서 눈앞에서 그 술을 따라주면서 지금 시음하는 술이 어떤 술이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단순히 그냥 맛보고 쓱 지나가는 게 아니라 직원과 충분히 교류하고 대화하면서 즐기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시음을 원한다면 충분히 시간을 쓴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하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옆에 있는 카운터에서 어떤 시음을 원하는 지, 사이다인지 벌꿀술인지 고르고 계산을 합니다. 그리고 나를 담당해 줄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리가 날 때까지 잠시 기다립니다. 제가 갔을 때 벌꿀술 시음이 인기가 많았고 단체 손님이 있어서 잠깐 기다렸습니다. 그렇다고 줄을 설 정도로 오래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기다리는 동안 그 날 맛볼 사이다와 벌꿀술이 병째로 예쁘게 전시되어 있는 걸 구경하면서 술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는 메뉴를 읽어봤습니다. 뒤에는 시음 후에 이 술들이 마음에 들면 바로 살 수 있도록 포장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술에 따라 컵은 계속 바뀌고, 작은 비스킷을 안주로 줍니다. 안주로 나온 비스킷 모양도 벌꿀집 모양과 닮아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설명도 하고 재미있게 해주는 직원을 위해 현금으로 팁을 좀 남겨주고 오면 좋습니다. 미국의 팁 문화는 언제나 적응도 안 되고 내키지도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팁을 남기는 게 그리 아깝지는 않습니다.
이 날 시음에서 마셨던 사이다와 벌꿀술 전부 흥미롭고 맛있어서 구매한 것들도 있습니다. 정말 즐거웠고, 담당 직원이 딱 붙어서 시음이 끝날 때까지 잘 챙겨주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날 마셨던 술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사진 속 초록색 술입니다. 본래 없는 벌꿀술인데 이때 세인트 페트릭스 데이용 술이라며 서비스로 따로 한 잔 내주셨습니다. 미국에서도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가 되면 초록색 옷을 입고 여기저기서 행사를 열고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있는데, 그 기간에 쓸 용으로 일부러 초록색을 넣어 만든 벌꿀술이라고 합니다. 초록색 술은 처음 봐서 좀 이상하긴 했지만 맛은 끝내줬습니다. 물론 서비스로 받은 거라 이건 구매하고 싶어도 못 하는 술이라는 게 아쉬움을 더 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시음도 가능하고 예쁘고 질 좋은 꿀 상품을 살 수 있으니 단순히 쇼핑을 넘어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곳입니다. 사바나 다운타운에서 기꺼이 들를 가치가 있습니다.
'여행, 해외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 그래미 박물관 투어 (1) | 2024.07.08 |
---|---|
사바나 유명 식당 핑크 하우스 후기 (1) | 2024.07.06 |
사바나(서배너)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벨포드 쉬크랩) (1) | 2024.07.02 |
사바나 (서배너) 올드타운 트롤리 투어 (2) | 2024.06.30 |
조지아주 서배너 웜슬로 스테이트 히스토릭 사이트 (2)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