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 사바나는 사실 음식으로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 음식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맛이나 종류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런 미국 내에서도 음식이 유명한 곳은 아니니 사바나 여행 시 미식은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가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저 역시 애초에 음식으로는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딱 한 가지 굉장히 맛있게 먹은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암컷 게로 만든 수프 She-crab입니다.
사바나 내에 있는 식당 중 '쉬크랩'이라 불리는 게살 스프를 판매하는 곳은 여러 곳 있습니다. 아주 저렴한 요리는 아니라서 주로 분위기 있는 고급 식당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저는 그중 belford's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다운타운에서 상점들이 양 갈래로 쫙 뻗어있는 유명한 거리 끝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곳은 본래 해산물과 스테이크 요리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곳입니다. 점심, 저녁 전부 판매하고 있고, 사바나 내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 혹시 몰라 예약하고 갔지만 점심 식사 예정이라면 굳이 예약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12시 정도에 방문했고,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으며 자리가 아주 여유 있게 있었습니다. 한국 분들도 꽤 계셨는데 관광객이라기보다는 주재원으로 거주하는 분들 같았습니다.
내부도 아주 환하고 직원들도 엄청 정중한 편입니다. 일반 아르바이트생 직원이 아니라 잘 교육받은 직원들인 게 티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게살 스프만 먹으려고 왔다가 수프만 시키기에는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아쉬워서 다른 애피타이저 메뉴도 함께 시켰습니다. 그런데 게살 수프만 먹어도 사실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괜히 많이 시킬 필요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게살 스프와 함께 시킨 음식은 녹색 토마토, 즉 빨간색으로 익기 전의 생 토마토를 튀김 반죽에 묻혀 튀겨낸 음식입니다. 미국 남부 음식은 건강식과는 반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설탕이 가득 들어간 단 음식과 뭐든지 튀겨내는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정통 남부식으로만 먹었다가는 고도 비만에 온갖 성인병을 앓기 쉬운데, 때문에 남부 지방 사람들이 거대한 몸집으로 유명하기는 합니다. 저도 그래서 알아서 조절해서 먹으려는 편입니다만, 같이 간 친구가 남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며 튀긴 토마토 요리를 추천했습니다. 여기서는 토마토까지 튀겨먹는구나 싶어 여러 의미로 감탄이 나왔고, 튀긴 토마토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해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맛은 있었습니다. 튀긴 음식은 신발이라도 맛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튀겼는 데 당연히 맛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튀김옷이 약간 신 맛이 나는 그린 토마토의 맛을 잡아 주었고, 그 위에 달달한 소스를 뿌려주면서 토마토 식감은 살리되 단 맛과 기름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잘 먹기는 했지만 굳이 토마토까지 튀겨 먹어야 하나 싶습니다.
드디어 사바나 도시의, 또 이 식당의 시그니처인 she crab 게살 스프입니다. 빨간 가루가 보이지만 훈제 파프리카 가루인 듯 매운맛은 하나도 없습니다. 암컷 게의 살을 잘 발라내 갈아 그림과 각종 향신료로 만든 수프입니다. 한국에서도 알 때문에 수컷 게보다는 암컷 게가 식재료로 인기가 많듯이, 여기서도 요리 재료로는 암컷 게가 더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게살을 너무 곱게 갈아서 게의 식감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수프 맛에서는 게 맛이 확실히 느껴졌고, 너무 짜지도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게 간을 잘 맞춰서 한 그릇을 싹 비우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맛이었고, 수프로 배가 찰까 싶었지만 먹고 나니 배도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다른 수프 종류랑 비교했을 때 아주 뛰어난 수프다, 최고의 스프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내세울 게 없는 사바나 음식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려준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사바나에 갔다면 이 'she crab'게살 수프는 먹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세차게 끄덕여지는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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