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멘이 유명한 만큼 일본 내에 라멘 박물관이 몇 군데 있습니다. 중국요리가 일본에 전해진 후, 일본식으로 발달시킨 게 라멘이라고 하는데, 돼지 등뼈, 간장, 소금 등 다양한 육수 베이스의 라멘이 많아서 저는 한국 라면만큼 좋아합니다. 그래서 라멘 박물관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라멘 역사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제가 이번에 간 박물관은 엄선된 특이한 라멘도 먹어볼 수 있고, 나만의 라멘도 만들어 볼 수 있어서 대만족 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코하마역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입장권은 여기 매표소에서 바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 같이간 친구가 연회원 카드도 있고 쿠폰도 있다고 해서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인기는 많지만 처음부터 줄 서서 들어갈 만큼 아주 붐비지는 않으니 주말만 피해서 가시면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에 들어가면 눈에 띄는 게 바로 이 라멘 지도입니다. 일본 전국에 각기 유명한 라멘이 다릅니다. 또 발달된 라멘 스타일도 달라서 그런지 각 지역에 유명한 라멘들이 실사진으로 찍혀서 붙어 있는 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한눈에 어느 지역의 어느 라멘이 유명하고 어떤 모양으로 판매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라멘과 관련된 혹은 라멘 모양의 각종 기념품과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라멘 박물관 온 기념으로 쇼핑도 즐길 수 있으니 가면 꼭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상점을 둘러보던 중 인상깊었던 라멘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인스턴트 라멘인데 '좀라멘'이라고 쓰여 있는 게 웃깁니다. 귀여운 곰인형 캐릭터들이 좀비 모양으로 하고 있는 라멘입니다. 사진을 보면 면 색깔이 어디서 본 적 없는 이상한 형광색입니다. 맛있어 보이는 색과는 거리가 먼 이런 특이점 때문에 '좀라멘'이라는 이름을 붙인 듯합니다. 한국도 인스턴트 라면 종류가 어마어마한데, 일본도 그에 못지않게 본 적 없는 특이한 라멘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캐리어 무게 때문에 라멘 쇼핑을 많이 못 했지만, 여유가 있었다면 종류별로 이것저것 사봤을 것 같습니다.
이상한 라멘들을 구경하고 난 후, 바로 이동한 곳은 나만의 라멘 만들기 장소입니다. 물론 컵라면입니다. 신청을 해두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가서 라멘 만들기 신청부터 한 후 다른 곳들을 둘러보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딱 맞습니다.
컵라면 뚜껑 표지를 내가 원하는 사진으로 넣을 수 있고, 라멘 면과 육수를 다 내가 고를 수 있습니다. 물론 정해져 있는 종류 안에서 골라야 한다는 건 있지만, 내 마음대로 골라서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짜 컵라면 DIY입니다.
라멘에 넣을 수 있는 토핑 종류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물론 원하는 만큼 다 넣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본 가격에 토핑 한 두 개가 포함되어 있고, 그 이상 넣고 싶다면 하나 추가할 때마다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저는 선물용으로 라멘을 만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돼지 등 뼈 육수에 얇은 면을 선택했고, 어묵이나 옥수수 등 좋아하는 토핑 네 개 정도를 넣었습니다. 컵라면 뚜껑으로는 선물 받을 사람 사진을 넣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선물 받는 사람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컵라면이니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라멘 만들 때는 주문서에 원하는 것들을 표시해 가지고 가서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됩니다. 이거 신청해 두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라멘 박물관 지하로 내려가면 아주 옛날 라멘 거리를 본 따 만든 장소가 나옵니다. 그냥 그럴 듯하게 모형으로 만든 게 아니라 실제로 라멘을 팔고 있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여기 들어오는 라멘 가게들이 바뀐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5군데 이상 있는 것 같습니다. 가면 현재 입점되어 있는 라멘가게들을 소개하는 브로셔를 받습니다. 그걸로 어디서 어떤 라멘을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라멘 하나만 먹으면 아깝겠죠. 그래서 여기 있는 라멘 가게들은 보통 2분의 1인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총 세 군데의 라멘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라멘 먹는 건 가게 옆에 있는 자판기 앞에 줄 서서 식권을 사서 제출하면 라멘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게 안에 테이블이 다 마련되어 있으니 거기서 드시면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입점 라멘 가게들이 선정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건 이곳에 가게들을 입점시킬 때 절대 겹치지 않는 라멘으로 입점시킨다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스타일의 라멘들인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라멘을 많이 먹어본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라멘보다는 그 면이나 육수, 토핑들이 조금씩 특이한 곳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맛본 세 개의 라멘 중 그 어느 하나도 일반적인 라멘이 없었습니다.
특히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생선 육수 베이스의 라멘입니다. 위의 사진이 그 라멘인데, 생선을 기본 베이스로 해서 만든 육수라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고, 그 위에 올려진 빨간색 양념장도 정말 특이했습니다. 일반 라멘에는 김이 토핑으로 많이 올라가는데 여기는 김대신 감태같은 다른 해조류 말린 걸 부셔서 올렸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니라서 전부 다 먹었지만, 뭔가 해산물 베이스의 라멘 자체가 낯설어서 맛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특이한 라멘을 먹고 싶다면 라멘 박물관 지하 라멘들도 괜찮을 듯합니다.
라멘 가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옛날 느낌의 거리를 재현해 둔 곳이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옛날식 일본 공중 목욕탕이나 책방, 게임방 등이 있고, 또 지금은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옛날 스타일의 디저트 가게들도 있습니다. 그곳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고 또 실제로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박물관 지하에 이렇게 과거로 회귀한 세계가 있다는 걸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요. 단순히 라멘에 대해 알려주는 것 이상으로 여기를 체험 공간으로 만든 게 방문객으로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컨셉에 맞게 이런 가게들은 LP 음악을 틀고 음악도 옛날 일본 가수 음악을 틀어줍니다. 어떤 직원들은 옷과 화장도 옛날 스타일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디저트도 시켜보았습니다. 메론 소다 위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디저트입니다. 요즘에는 생각보다 일본 내에서 이런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고 합니다. 멜론 소다도 재미있는데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으니 더 먹는 재미가 올라갑니다. 잔 모양도 그렇고 그 밑에 깔려 있는 잔 깔개도 진짜 옛날 스타일입니다. 달달하니 정말 옛날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데서 하기 힘든 특이한 라멘 쇼핑도 할 수 있고, 나만의 컵라면도 만든 데다가 독특한 라멘과 디저트도 먹어볼 수 있는 곳. 저는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 번 더 갈 의향 있습니다. 왜 친구가 여기를 굳이 연회원을 끊고 다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볼 만한 가치 정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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