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중 일본 음식에 좀 물린다면, 일식과 프랑스식의 퓨전 요리를 파는 식당을 하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번화가에 있어 찾기 쉽고, 아담한 사이즈라 조용히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음식이 정갈하고 고급스러워서 매우 만족했던 교토 프렌치 식당 포스팅하겠습니다.
식당 이름은 Severance라는 곳입니다. 미리 예약하고 가시면 좋고 구글 지도에서 검색 가능합니다. 저녁에 가면 보통 코스 요리를 드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정하게 제공되는 메뉴가 있지만 그때 그때 들여온 메뉴에 따라 코스 메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장님은 따로 계시는데 사장님이 한국계 일본분이십니다. 요리는 주로 이 두 분이서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계신 분이 메인 쉐프고 왼쪽에 계신 분이 보조셰프입니다.
첫 번째 요리로는 옥수수 반죽으로 직접 구운 토르티아 위에 새우 튀김과 양념 소스를 얹은 요리가 나왔습니다. 일식과 프랑스식이 섞인 조합이라 이렇게 재미있는 요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새우 튀김 위에 생선 알이 올라간 게 보이실 겁니다. 토마토 베이스 소스와 생선알, 그리고 새싹이 올라가 있습니다. 맛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맛있습니다. 두 개 먹고 싶었는데 다음에 나올 요리를 위해 참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뚝배기 같은 그릇에 일본식 계란찜이라고 할 수 있는 차완무시가 나왔습니다. 보통 토핑 없이 말끔하게 만들어진 계란찜이나 새우와 은행 등을 넣은 걸 내주는 게 일본식인데, 여기에서는 차완무시 위에 보드라운 예쁜 폼이 올라가 있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연어알이 올라간 완자 튀김이 나왔습니다. 빨간색 음식이지만 전혀 매운맛은 아닙니다. 안에 구체적으로 뭐가 들어갔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고기와 생선등을 섞은 걸 튀겼고, 그 위에 연어알을 올리고 아래에 되직한 소스를 얹었습니다. 소스는 녹차 베이스로 만든 크림소스입니다. 튀긴 음식이라 약간 느끼할 수도 있는데 녹차 맛이 나는 크림소스와 연어알과 함께 먹으니 느끼한 맛은 사라진 채 담백한 맛만 남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오일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해산물 오일 파스타는 다른 이탈리안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는 흔한 메뉴기는 하지만 들어가 있는 해산물 토핑의 질과 크기가 남다릅니다. 파스타지만 면보다 해산물이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홍합, 조개관자, 문어 다리, 새우, 게살까지 통으로 들어가 있고, 채소로는 토마토, 오크라, 피망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파스타는 생면이라 너무 쫄깃하고 맛있었고요. 여기까지 먹으니 이미 배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지만 아직 음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메뉴는 푸아그라가 들어간 햄버거입니다. 고기 패티 위에 야채대신 푸아그라를 구워 올린 햄버거입니다. 소스는 살짝 매콤달콤한 소스였습니다. 햄버거에 다른 야채가 없고 기름기 많은 푸아그라와 고기만 올려져 있어서 자칫하면 많이 못 먹을 수 있는데, 매콤한 소스가 같이 뿌려져 있어서 끝까지 입으로 맛있게 들어갔습니다.
푸아그라 햄버거를 먹고 난 다음으로는 고기 요리가 나왔습니다. 와규 스테이크로,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와 함께 그 위에 케이퍼와 핑크 솔트가 뿌려져 있습니다. 가니쉬로 버섯 구이와 모짜렐라 튀김이 나왔습니다. 햄버거 먹고 배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 싶었는데, 새로운 고기 요리가 나오니 이 또한 들어갑니다. 음식 종류가 바뀌면 계속 위가 열리면서 들어가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디저트는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이 날 제 생일이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제가 생일이라고 말했나봅니다. 한글도 모르는 셰프님이 한글로 제 이름을 적은 접시를 내어주셔서 디저트 그 이상의 깜짝 선물이 되었습니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과 푸딩이었는데, 고급스러운 맛이라 입에 넣자마자 음미하 새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달달한 걸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런 디저트면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는 배가 너무 불러서 입고 간 원피스의 지퍼가 안 잠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등에 지퍼가 있는 옷이었는데 힘들게 힘들게 잠그고 나와서 소화시키려 일부러 많이 걸어 다녔습니다. 교토가 일본 전통 지역으로 유명해서 전통 찻집이나 식당이 많기는 하지만, 이렇게 일식과 조화시킨 맛있는 퓨전 요릿집도 있으니 한 번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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