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 중 '신들의 섬'이라고 불리는 미야지마라는 곳이 있습니다. 약 2천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고, '나라'지역처럼 사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으며 바다에서 솟은 듯한 '도리이'와 신사가 유명합니다. 아주 크 섬이 아니고 히로시마 본토를 오가는 배도 자주 있어서 하루 일정을 잡고 방문해도 괜찮고, 이곳의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숙박을 해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히로시마에서 미야지마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합니다. 지하철로 이동할 경우, '미야지마구치'역으로 가서 5분 정도 걸으면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저는 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동했습니다. 미야지마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히로시마에서 페리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이동 방법이 없기 때문에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내국인. 외국인 관광객 가리지 않고 꽤 붐비는 곳입니다.
히로시마에서 미야지마섬은 바로 코 앞에 보일 정도로 가깝습니다. 그래서 페리타고 약 10분이면 섬이 도착합니다. 큰 배로 이동하기도 하고, 워낙 이동거리가 짧아서 뱃멀미 같은 건 걱정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미야지마 섬의 상점 거리는 보통 11시 정도에 다들 문을 엽니다. 너무 일찍 가면 심심할 수 있으니 10시 반에서 11시 반 사이에 도착하면 상점 거리 구경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미야지마섬에는 야생 사슴이 많습니다. '나라'에도 사슴 공원이 유명하죠? 여기는 사슴 공원까지는 없는데, 그냥 섬 자체가 사슴 공원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저기 사슴들이 자유롭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공생하며 사는 관계라, 사람이 옆에 오든 말든 만지든 말든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성격이 그리 난폭한 동물도 아니라서, 아이들이 거칠게 대하는 게 아니라면 부드럽게 만지는 것 정도는 안전합니다.
미야지마가 유명한 건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굴'입니다. 한국은 통영굴이 유명하죠. 일본에서는 미야지마에서 실한 굴이 많이 잡힌다고 해서 굴섬으로도 유명합니다. 한국이 다행히 다른 나라보다 굴이 저렴한 편이지만, 옆나라 일본에서만 해도 굴이 그렇게 저렴한 식재료는 아닙니다. 미야지마에서는 굴이 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10% 정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데, 굴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10%도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굴 요리를 즐기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수많은 굴 식당 중, 저는 '카키야'라고 하는 곳에서 굴 정식을 먹었습니다.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한 번에 나오는 정식입니다. 간단한 반찬과 국도 나오고, 굴 튀김, 굴밥, 굴 장아찌, 숯불에 구운 석화 등이 나옵니다.
확실히 굴이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굴 크기가 아주 크고 속이 알차서 실한 굴이라는 게 단번에 느껴집니다. 좋은 질의 굴로 요리를 하니, 그 요리가 맛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먹고 나면 배도 엄청 부릅니다. 저는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찬 한 톨도 안 남기도 싹 다 설거지를 했으니 얼마나 잘 먹었는지 아시겠죠. 정말 맛있습니다.
밥 먹고 바로 미야지마에 있는 신사로 이동했습니다. 새로 재건된 부분도 있고, 현재 재건하고 있는 부분도 많아서 오래된 신사답지 않게 새것의 느낌이 납니다. 실제로는 1400년된 신사라고 하고, 96년도에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신비한 신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 신사에서 제일 인기 좋은 곳은 바로 바다 위에 솟은 '도리이'입니다.
'도리이'라는 건 보통 일본 신사 앞에서 볼 수 있고, 신성한 지역이 시작됨을 알리는 관문으로 세운다고 합니다. 두 개의 기둥에 기둥 꼭대기를 연결하는 형태로 만듭니다. 이츠쿠시마 신사에도 당연히 이 도리이가 있는데, 크기가 엄청나고 바닷가에 세워져 있어 신비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썰물이 시작된 시간이어서 해변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바다 중간에 있는 듯한 풍경을 찍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면 정말 바다 한가운데 거대하게 솟은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에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이 때문에 일본 3대 절경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 같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화려하고 복잡한 상점거리도 재미있지만, 신사를 보고 난 후 조용한 일반 주택가 거리를 걷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조용한 거리 한 쪽에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찻집이나 굴집, 아이스크림 집도 있어서 잠시 쉬었다 가기도 제격입니다. 테이블도 없이 작게 싱싱한 굴 회만 파는 곳도 있어서 섬에 갔다면 번화가만 가지 말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구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걷다가 이 작은 찻집에 들어갔습니다. 너워서 목이 끊임없이 마르기도 했지만, 작고 낡은 아이 의자에 저렇게 open 간판을 써 놓은 걸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참 목을 축이며 쉬었다가 또 걸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미야지마섬에 리라쿠마 상점이 있습니다. 캐릭터 상점이고, 캐릭터 빵이나 과자도 있지만 그 외에 모든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미야지마가 굴과 나무 주걱도 유명하다고 해서, 미야지마 도리이와 리라쿠마 그림이 그려진 작은 나무 주걱도 기념품으로 구매했습니다.
시원한 수제 유자 맥주도 마셨습니다. 뻥 뚫린 야외 공간에 호프집처럼 다양한 수제 생맥주를 팔고 있는 곳이 있어서, 유자 맥주를 골라 마셔봤는데 끝내줍니다. 더운 날 차가운 생맥주가 어떤 느낌인지, 성인 분들은 알고도 남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맥주가 맛있는 일본인데, 거기에 달콤. 상콤함을 추가한 수제 맥주는 온몸을 차갑게 식혀줘서 진짜 행복했습니다. 독일 맥주 저리 가라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닐라와 녹차가 섞인 아이스크림에 예쁜 도리이 과자까지 얹어준 콘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예쁘기도 너무 예쁜데 아이스크림 질도 좋아도 맛도 엄청납니다. 한화로 약 4~5천원 정도 하는데, 이 정도 퀄리티면 비싼 것도 아닙니다. 미야지마가 단순히 도리이랑 신사 보러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상점 거리도 엄청 길어서 볼 것도 먹을 것도 할 것도 넘칩니다. 배도 타고 인생 사진도 찍고, 하루 아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곳이라 안 가면 섭섭한 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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