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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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거너씨의 가장 친한 친구가 4개월 전에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암 선고를 받았는데요. 

암세포 위치도 그렇고 병원에 간 시기도 이르지 않았던 탓인지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했고, 집에서 요양하다가 자는 사이에 눈을 감았습니다. 

서른 중반의 나이였고, 7살과 2살정도 되는 어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사람 가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고 하나, 실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보니, 언제 가는 지 알 수 없다는 게 확 느껴졌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해서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건 사실이나, 실제로 연락을 받고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거너씨는 거의 쓰러질 뻔할 정도로 많이 울었고, 저도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불과 작년 연말에 그의 가족들이 저희 집에 놀러와 같이 연말을 보냈는데, 불과 1년도 안 되어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안타까운 마음은 안타까운 마음이고, 최대한 그 마음을 추스려 그의 마지막을 보내주어야 했기에,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그의 고향인 미국 테네시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식이 치뤄졌습니다. 

한국 장례식과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어 거너씨 가족들을 쫓아다니며 조문을 했습니다. 

미국은 Funeral home이라고 부르는 장례 전문 장소가 있습니다. 

미국 장례식장
미국식 장례식장

본 장례식 하루 전 날 밤, 캐쥬얼한 차림으로 먼저 식장에 가서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위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돌아가신 분의 신체는 밖으로 보이게 하지 않는데 반해, 미국은 관에 몸을 넣고 상반신 부분은 열어둔 채로 두어, 가신 분을 확인하게 합니다. 

미국 장례식장의서의 관
미국 장례식장의서의 관

 

전 날 밤,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그의 이름과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고 정말 갔다는 게 실감이 나서 다시 눈물이 나왔습니다. 

가족들과 거너씨 친구. 지인들과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1시간 정도 있다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본 장례식은 오후 2시쯤 진행됐고, 이 때는 예를 갖춘 복장으로 입고 가야 하며, 목사님이 함께 합니다. 

그의 영면을 빌어주는 좋은 말과 함께, 음악을 네 곡 정도 틀었는데, 주로 생전에 고인이 좋아하던 곡들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나온 곡이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주제곡이었는데, 가기 전에 미리 고인이 골라두고 간 건지, 너무 그다운 노래가 나와서 친한 친구들은 웃었다 울었다 반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례식은 30분 정도 걸렸고, 그 뒤에 영구차로 관을 옮기고, 그의 가족 묘지가 있는 땅으로 모두 각자의 차를 타고 함께 이동했는데, 장례식 행렬의 차가 지나갈 때는 위로와 조의의 의미로 주변 차들은 모두 도로에 차를 멈춰 세웁니다. 

그리고 장례 행렬 차가 모두 지나갈 때 까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서 있다가 행렬이 다 지나가면 그 때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다른 미국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남부 쪽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도 운전하던 차를 멈추고 예를 표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보게 됐습니다. 

묘지로 가서 다시 한 번 짧은 목사님의 말씀이 있고, 그렇게 장례식이 끝납니다. 

손님들은 그 후로 돌아가도 되고, 가족들은 관이 무덤에 완전히 묻힌 후 다시 한 번 그곳에서 모임을 가진 후 헤어지는 것 같습니다. 

묘지에 모인 사람들 이미지 사진
묘지에 모인 사람들 이미지 사진

 

사망 후 거의 바로 장례식을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가족들이 장례 날짜를 따로 후에 정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거너씨의 삼촌분이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로 세상을 달리하셨는데, 추수감사절이 지나 다음 달에야 장례식을 연다고 하신 걸 보니, 여러 경우가 있나 봅니다. 

현재까지 올 해는 저에게 그리 나쁜 한 해는 아니었는데, 올 해가 마무리 될 때쯤 주변에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고, 젊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아픈 걸 보니, 이 무슨 일인가 싶고 마음이 아픕니다. 

진짜 살아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기에 하루 하루를 더 감사하게 여기고 가치있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긴합니다. 

슬프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또 남은 하루를 잘 살아내야기에, 힘을 내야겠죠. 

부디 연말까지 더이상 슬픈 소식이 들리지 않길 바라며, 다가오는 내년엔 좋은 뉴스가 훨씬 가득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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