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일링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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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에 사는지라 세일링을 즐기기 위해 작고 오래된 중고 배를 구입했다는 걸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어요. 

https://honeybutt.tistory.com/1265

 

미국에서 중고 세일 보트 구매

십여 년 전부터 세일링에 무척이나 관심있던 거너씨는, 현재 살고 있는 바닷가로 이사오고 나서 저에게 세일링 공부를 제안했고, 결국 작년 여름에 둘이 가장 기본적인 세일링 자격증을 땄어요.

honeybutt.tistory.com

그치만 그 뒤로 배에 관한 포스팅을 올리지 않았는데,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배를 탈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낡은 배를 산 게 문제였는지, 제일 중요한 게 작동하지 않더군요 

 

바로 엔진이요;;; 

 

배를 판 사람은 4일 동안 배를 타고 이동해왔기 때문에 엔진엔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고, 구매 전 엔진도 가동되는 걸 확인했었는데, 이상하게 우리끼리 세일링에 나서려 할 때 마다 엔진이 말을 안 들어서 세 번 넘게 항구만 갔다가 돌아오고, 갔다가 돌아오고를 반복 했습니다. 

 

어느 탈 것이나 그렇지만, 엔진이 심장 같은 건데, 이게 안 움직이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거죠 

 

사실 엔진이 아예 망가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엔진에 연료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배 전문가도 아니고, 초짜들이니 뭐 제대로 진단할 수는 없었지만, 엔진이 계속 돌아가게 기름이 잘 들어가야 하는데, 기름 공급이 자꾸 끊기는 것 같더라고요 

연료 탱크 교체

그래서 이렇게 아랫쪽에 있던 연료통을 꺼내서 기름을 새로 채워보기도 하고, 아니면 아에 연료통을 교체해보기도 했어요. 

 

처음엔 얼추 걸리던 시동도 뭔가 시도를 하면 할수록 시동도 안 걸리고 끼기긱 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나고;; 

 

지상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항구에 정박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배인지라 배 안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날이 좋을 때는 너무 더워서 문제고, 비가 오면 또 비가 와서 작업하기 힘들고;; 

 

아무리 더 오래 살펴보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날씨 문제, 체력 문제 때문에 그리 오래 뭔가를 하기 어려웠어요 

선박용 오일

거너씨는 작업 중간 중간 열심히 유튜브를 찾아보며 이걸 시도해봤다가 저걸 시도해봤다가 많이 노력했습니다. 

 

선박용 오일도 새로 구해와서 해보고 나름 갖은 애를 썼지요 

배 기어 스위치

요기 배에 튀어나와 있는 손잡이가 엔진 시동 거는건데, 이걸 키 꽂고 아무리 당겨도 안 됐어요. 

 

옛날 배라 시동 거는 손잡이가 이렇게 되어 있는 거겠죠? 

 

요즘 배들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배 전용 장비 파는 곳

기름도 새로 넣고, 연료통도 바꿔봤는데 아무 변화가 없어서 배를 정박해 놓은 항구에 있는 가게에 갔어요. 

 

웨스트마린이라는 이름의 가게는 배 전용 장비, 부품들을 파는 체인 가게라고 해요. 

가게 실내

입구 앞에서만 찍어서 가게 크기가 잘 보이진 않지만, 꽤 큰 가게였어요. 

 

항구에 작게 딸려있는 가게라 그냥 구멍가게 생각했는데, 미국에서는 구멍가게도 한국의 일반 마트 사이즈 정도는 되네요. 

 

세일링과 배에 관련된 물건만 파는 지라, 처음 보는 신기한 물품이 많았는데, 많이 사지도 않을 거면서 너무 보면 괜히 눈치보여서 겉으로만 둘러봤어요 

연료 공급 라인

가게에 간 이유는 이 노즐을 사러 간 거였는데요. 

 

연료 탱크 기름이 엔진으로 잘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이걸 꽂아 연결하면 전달이 잘 될까 해서예요. 

 

결과는... 참패 ㅎㅎㅎ 

 

연결 호스를 새로 꽂아도 엔진이 계속 멈추더라고요 ㅠㅠ 

 

좀 되는 것 같아서 줄 풀고 배 움직이려고 하니 갑자기 엔진 꺼져서 배 다시 정박하느라 고생하고요. 

 

엔진 꺼지는 게 무서워서 장시간 돌아가는 거 보기 전까진 아예 줄을 잘 못 풀겠어요 

 

결국에 엔진이 문제가 있나 싶어서, 중고로 작은 엔진을 새로 구매했어요 

새로 산 실외용 엔진

원래 엔진은 배 안쪽에 달려있는건데, 그게 안 되서 배 밖에 달 수 있는 이 중고를 샀습니다. 

 

돈이 없어서 싼 배를 산 거였는데, 역시 싼 게 비지떡인지 문제가 많아서 자꾸 돈이 들어가네요;; 

 

이래서 기계는 왠만하면 처음부터 괜찮은 걸 사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하는건데, 그러기에 배는 너무나 비싼 것;;

 

이 엔진도 직접 배에 올라가서 다느라 진짜 힘들었고, 이 또한 기름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지 엔진 작동이 바로 되진 않아서 이후 거너씨가 몇 번 더 오가며 손을 봐야했어요 

 

그렇게 허탕만 치면서 항구에 한 달넘게 놔뒀었네요. 

 

항구 정박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세일링은 한 번도 못 하고.. 좀 둘 다 지쳐가고 울상이었는데, 드디어 지난 주에 세일링에 성공했어요 

 

여전히 엔진 문제가 있어서, 후진을 하려 하면 엔진이 꺼져요;; 

 

이유는 아직도 모릅니다. 

 

그리고 새로 단 엔진이 너무 작아서 다른 배에 비해 속도가 너무 느려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갑니다 ㅎㅎㅎ 

 

그래도 일단 움직인다는 거에 얼마나 감사하던지. 

덮개 벗겨낸 돛의 모습

미리 돛의 덮개를 벗겨놨다가, '채널'이라고 부르는 항구길을 완전히 벗어난 후에 돛을 펼 수 있었어요 

돛 하나로 세일링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돛 하나만 펼쳤는데요. 

 

저희가 세일링이 능숙치 않아서 두 개를 쓰면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 날 날이 너무 맑아서 바람이 잘 안 불다보니 배가 너무 느릿느릿 나가더라고요 

 

엔진도 작아서 천천히 움직였는데, 돛으로 해도 바람이 안 부니 그냥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만 들어서 두 번째 큰 돛을 펼쳐봤어요 

돛 두 개로 세일링

두 개 펼치니까 훨씬 세일 보트 느낌이 나죠? 

 

움직이는 것도 확실히 전보다는 속도가 났어요 

 

전에는 움직임이 전혀 안 느껴졌는데, 두 개는 확실히 거리가 멀어지는 게 느껴지고, 때마침 바람도 좀 불어줘서 좋았고요 

 

자신감이 붙은 거너씨가 어려운 것도 한 번 도전해봤는데. 

wing on wing

돛을 양쪽으로 활짝 펼쳐서 하는 기술을 wing on wing이라고 하던데, 이거 잘 못 하면 돛이 망가지고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어서 쉽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도 운 좋게 잠시나마 성공을 해서 기념 돛 사진을 찍었습니다 

세일링 중 찍은 바다 사진

비록 날이 너무 더워서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타고, 땀도 많이 흘렸지만, 바다로 좀 나가서 돌고래 돌아다니는 것도 보고 하니, 세일링의 재미가 느껴졌어요. 

 

경험적으로도 자금적으로도 여유가 되면 언젠가 큰 배를 타고 더 많은 세일링을 하고 바다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비록 문제가 많은 배지만 이 작은 배가 도움을 많이 줬으면 하네요. 

 

무튼 드디어 구매한 배로 첫 세일링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일링 성공기를 포스팅 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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