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물론 너무나 유명한 감독들이기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가 드디어 미국에서도 개봉을 해서 보고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작년에 개봉한 작품인데, 현지에서 직접 본 사람들의 후기만 들었지, 저도 직접 보게 될 줄 몰랐어요.
미국에서도 지브리 영화나 애니 덕후들이 있지만, 그렇게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서, 미국 영화관에서 일본 영화나 애니 상영을 그렇게 자주 하는 게 아니라서요.
실제로 용과 주근깨 공주를 보러 갔을 때, 토요일 오후였는데도 불구하고 상영관에 사람이 저랑 거너씨 포함 4명 있었어요 ㅋㅋㅋㅋ
이 정도로 인기가 많지 않은데 상영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
외국 영화, 특히 애니물은 더빙 버젼으로 사영하는 것도 많은데, 다행히 자막 버젼이어서 본래 성우 목소리와 원곡으로 감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용과 주근깨 공주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당연히 스포 있습니다.
주인공은 '스즈'는 매일 가는 학교를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가야 할 정도로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지만 근처 초등학교는 더 이상 입학생이 없어 폐교될 정도로 작은 시골입니다.
스즈는 6살때 엄마를 잃었는데요.
당시, 위기에 처한 다른 아이를 구하러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돌아가신 겁니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자신을 뒤로 하고, 왜 생전 모르는 남의 아이를 구하러 목숨을 잃은건지, 스즈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동시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 날의 기억으로 스즈는 약간 의기소침한 성격으로 바뀌고, 노래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니지만 해보려고 할 때 마다 노래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구토를 해 버릴 정도로 그날의 엄마의 죽음은 강한 트라우마가 된 거죠.
그러다 가장 친한 친구인 '히로'로부터 가상세계 U 가입을 권유받는데요.
U는 메타버스 같은 가상세계이지만 단순한 아바타가 아니라, 실제 자신의 생체 리듬을 읽어 그걸 적용한 아바타라는 게 특징이며, 마치 VR 기계를 착용한 듯 시각, 청각, 촉각적인 면에서도 현실세계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다릅니다.
U 아바타를 만들 때, 친구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이용했는데, 거기서 AI가 반에서 가장 예쁘고 인기 있는 '루카'와 자신의 주근깨를 합성해, 아바타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아바타 이름은 '벨'이라고 짓습니다.
신기하게도 스즈는 U의 가상 세계에서는 노래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가상세계에 접속해서 한 것이지만 오랜만에 노래를 해냈다는 기쁨에 스즈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갑자기 자신의 팔로워가 2천만명이나 생긴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전부 절친 '히로'덕이었습니다.
스즈가 U에서 노래를 한 것을 보고 U 세계에서 '벨'의 음악 활동을 서포트하고 의상을 주고 프로듀싱을 하며 디바로서 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히로는 수학을 엄청 잘하고, 컴퓨터 쪽으로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이기에 이게 가능한 거였죠.
그렇게 스즈는 U세계에서 일약 스타가 되고, 벨의 대규모 콘서트까지 열게됩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콘서트 장에 '용'이라고 불리는 의문에 존재가 나타나는데, 용은 싸움을 굉장히 잘하고 다른 캐릭터들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일종의 U의 자경단인 그룹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용때문에 콘서트를 망쳤지만 왠지 용에게 마음이 쓰이는 벨은 용과 개인적으로 대화하고 싶어하고 실제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스즈는 운 좋게 자신의 1호 팬인 천사형 '아즈 (아바타)'의 도움을 받아 U 세계에서의 용의 거주지인 성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가까워지지만 갑자기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다가 벨을 쫓아냅니다.
용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인 벨은, 자경단의 리더인 '저스틴'에게도 실제 누구인지 정체를 드러내는 '언베일'을 하겠다며 협박도 당합니다.
'저스틴'은 호남형 히어로 이미지를 하고 있고, 여러 기업들 스폰을 받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원하면 상대 아바타의 실제 인물의 얼굴을 드러내게 하는 '언베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U 세계에서의 정의와 질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네티즌 수사대같은 진상입니다.
스즈는 현실세계에서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시노부'라는 아이입니다.
어릴 때 소꿉친구로, 자신이 엄마를 잃고 힘들어할 때 위로해주며 챙겨준 인물입니다.
농구부에 키도 커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스즈는 당당히 고백도 못 하고, 시노부또한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스즈를 안쓰러워합니다.
한 번은 시노부가 자신을 피하는 스즈 손목을 붙잡고 얘기하는 모습을 다른 애들이 보게 됐는데, 그걸 보고 시노부를 좋아하는 애들에게 미움을 사게 됐다가, 오해를 풀고자 '루카'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아들입니다.
시노부를 좋아하는 루카가 자신에게 시노부의 정보를 얻으면서, 동시에 시노부와 거리를 두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 루카는 시노부가 아닌 1인 카노부를 운영중인 '치카미'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해가 풀리고 루카와 사이가 가까워진 스즈는 그녀를 역에 데려다주며 우연히 만난 치카미에게 루카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고, 집에 가려다가 다시 우연히 '시노부'를 만납니다.
시노부에게 고백을 하려던 찰나, 시노부가 갑자기 '네가 벨이지?'라고 말해, 놀란 나머지 도망갑니다.
그 때 히로에게서 '저스틴'이 '용'의 거주지를 찾아 그를 공격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서둘러 히로와의 아지트인 폐교로 달려가, U에 접속해 용에게 다가가지만 이미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다른 곳으로 숨어들어갑니다.
어디로 갔는지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스즈는 용의 이상행동과 특징 등을 생각하며 혹시 용이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무렵, 용에게만 불러준 자신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히로가 켜둔 여러 사이트 중 하나였는데, '토모'라는 소년이 인터넷 방송으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토모'는 '케이'라는 형과 살고 있는 아이였고, 그들은 엄마는 없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와 단란한 가정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토모가 켜둔 카메라를 통해 알게 된 결과, 그들의 아버지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동학대범이었고, 그걸 보고 스즈는 '케이'가 U세계의 '용'임을 깨닫습니다.
연결된 방송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벨이며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지만, 케이는 도와주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피해만 봤다며 거절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진심을 알리고 케이의 신뢰를 얻고자, 스즈는 스스로 저스틴의 팔을 잡고 언베일을 해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공개 후, U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며 스즈는 왜 엄마가 어릴 적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위험에 처한 남의 아이를 구하고자 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예상대로, 자신의 신상까지 공개하고 노래를 부르자, 케이는 진짜 벨이냐며 다시 인터넷 방송을 켜 전화를 합니다.
자신이 있는 곳을 얘기하려던 찰나, 들이닥친 아버지로 인해 기회를 놓치지만, 함께 폐교에 있던 친구들로 인해 케이와 토모가 어디쯤 사는지 추측해 기차를 타고 도쿄로 달려갑니다.
도쿄에서 그들을 찾아 해매던 중 다행히 토모가 스즈를 먼저 발견, 케이까지 나타나며 셋은 만납니다.
곧이어 아동학대범인 그들의 아버지가 나타나 스즈를 떼어놓으려 하지만,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막아서는 스즈의 행동에 놀라 도망칩니다.
케이도 스즈의 행동에 용기를 얻고 싸우겠다고 고백합니다.
스즈는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계속 거부했던 아버지와의 저녁 식사에 응하겠다고 하고, 시노부에게도 멋지다고 칭찬을 들으며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여기까지가 용과 주근깨 공주의 줄거리입니다.
예고편만 봤을 때도 그림체도 내용도 너무 호소다 마모루 감독 스타일, 그러니까 이전 작품들과 굉장히 비슷해보여서 기대를 많이 안 했습니다.
특히 가상의 세계와 현실세계를 연동해 그린 내용이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썸머워즈'와 너무 비슷해서요.
썸머워즈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새롭지 않은 작품이면 재미가 덜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예상과 달리 용과 주근깨 공주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썸머워즈와 닮은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 예상을 깨는 부분도 많았고 스토리와 연출력이 꽤나 탄탄한 작품입니다.
일단 U의 세계가 계정을 만들 때, 자신의 생체 정보를 스캔에 자동으로 생성, 수시로 본인 생체 정보와 연동된다는 아이디어도 신기했고, 바디 쉐어링 기능이 있어서 그 사람의 숨겨진 능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동학대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도 좋았어요.
아이들의 목숨이 한 시가 급한 상황에서 아동 보호소라는 곳이 48시간 후에 출동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나, 애들이 도움을 구해도, 정작 학대 당사자인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다는 것들이요.
일본의 시스템을 꼬집은 것이기는 하나, 비단 일본뿐만 아니겠죠.
한국도 그렇고 많은 나라에서 계속해서 아동학대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시스템 정비와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좋았어요.
극 중 벨이 하는 노래들이, 노련하지 않으면서 순수한 고등학생의 목소리가 느껴져서 계속 생각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용과 주근깨 공주 OST 발매 이후 오리콘 차트 4주 연속 1위를 했습니다.
현대판 미녀와 야수같은 연출도 많은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실제로 이걸 모티브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감독은 고래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고래가 그의 가상세계에서는 조언자이며 모두를 아우리는 신 아닌 신 같은 존재의 아우라를 풍깁니다.
바다가 아닌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래는, 비롯 가상의 세계이지만 멋지긴 합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저도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전문가들의 혹평도 이해는 갑니다만, 흥행쪽으로는 완전 대성공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필모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으니까요.
이 작품은 가족이 함께 봐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같이 보고 아이와 부모가 서로 얘기를 나눠볼만한 거리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 평점으론 높은 평점을 주고 싶습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감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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