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문은 올 여름이 끝나갈 때 쯤 애매한 시기에 개봉한 공포영화인데, 한국에서는 관객에게도 평론가들에게도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귀문의 특징은 한국 영화 최초로 2D.ScreenX.4DX 버전 동시 촬영 제작된 영화라는 겁니다.
한층 더 심도깊은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해 이렇게 촬영한 것 같은데, 때문에 이왕 귀문 제작진이 의도한 공포를 제대로 느끼시려면 4DX로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 점을 인정받아서인지 얼마 전 벤쿠버 아시안 영화제에서 귀문은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벤쿠어 아시안 영화제는 캐나다의 컬럼비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영촤제로, 캐나다 내 아시아 영화제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영화제입니다.
귀문은 스크린, 스포트 라이트 섹션 초정을 받고, 특별 폐막작으로도 선정되었는데, 그곳에서는 관객들에게 꽤 높은 평을 받았는지, 관객들이 직접 투표한 관객상에 선정되었습니다.
벤쿠버 아시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한국 상업영화 중 처음 있는 일이라 나름 쾌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쾌거는 쾌거이고, 개인적으로 미리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자면, 4D에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배우들 연기력 외에 줄거리가 그리 탄탄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도 뭐가 언제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뭔가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귀문 결말을 스포하고 몇 가지 해석을 해볼게요.
일단 귀문의 줄거리를 말씀드릴게요.
1990년도 어느 수련원에서 관리인이 수련원 아이들을 집단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 살해 후 관리인 또한 바로 자살합니다.
이후 수련원은 폐쇄되고 리모델링 공사중, 벽돌에 감춰진 여아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시신을 발견한 인부도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자, 건축사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무당 또한 굿을 하던 중 자살하며 수련원은 그냥 폐쇄된 상태로 방치됩니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무당의 아들 '도진'(김강우)는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아 심령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엄마가 굿판 중 자살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직접 수련원으로 들어갑니다.
수련원으로 들어간 도진은 그곳에서 지박령이 되어 있는 원혼들과 대립 하는 내용입니다.
도진은 매우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 능력을 쓰게 도와주는 게 바로 도진의 손목시계인데, 때문에 영화에서도 이 시계에 신경을 집중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지 환각인지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하며, 가위에 눌리는 것 같이 보이다가 시계에 집중해 빠져나오는 장면이 과거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부분입니다.
도진은 맨 처음 집단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1990년도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지박령이 된 사람들의 태어난 연도와 이름을 말하고, 그의 칼로 찌르며 한 명 한 명 성불시켜주죠.
그러다 수련원 명단에 없는 '미린'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미린은 그저 도진을 도와주려는 착한 아이처럼 보였지만, 사실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다 산채로 벽에 갇혀 죽게 된 여자아이였습니다.
영화에서 미린이는 두 개의 인격이 있는 해리성 장애가 있는 아이로 나오는데, 이게 폭력을 당하다 생긴 인격인지, 본래 갖고 있던 악령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진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전부 살해한 관리인과 마주치며, 이 관리인 뒤에 '미린'이라는 거대한 악령이 있어 관리인이 집단 살인을 저질렀음을 알게 됩니다.
혼자 악령에 맞서다 관리인에게 삽으로 머리를 맞은 도진은, 그가 있던 현재인 2002년으로 돌아가려다가 우연히 1996년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96년도에 폐수련원에서 실종됐다던 대학생 3명을 마주칩니다.
대학생들은 옥상에 달이 뜨지 않는데도, 카메라에만 붉은 달이 찍히는 걸 보고 이 건물에 뭔가 있다는 걸 확신후, 공모전 수상을 위해 이곳에 촬영을 온 이들이었습니다.
결국 도진과 합류해 이 건물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어려움을 겪습니다.
왜냐면 이 대학생은 이미 죽은 지박령이었기 때문이죠.
'원재'는 건물 내 천장이 무너졌거나 높은데서 떨어져 사망한 것 같고, 혜영은 악령에 의해 침대 밑으로 끌려들어간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사망, 태훈은 정확히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학생들이 이미 죽은 지박령이었다는 게 반전의 하나긴 하지만, 사실 이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매력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굳이 왜 이들을 영화 속에 넣었는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그저 시공간이 섞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건지, 도진 한 명의 캐릭터로는 극이 심심하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진은 96년도가 아닌 02년도로 돌아와 건물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반전인데 도진 또한 이미 사망해 지박령이 됐기 때문이죠.
도진이 90년도 가서 관리인과 싸우다 삽을 머리에 맞는 장면에서 이미 그는 사망한 것입니다.
연출이 좀 애매한데, 삽에서 머리를 맞고 방울 소리를 듣다가 도진이 다시 일어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진의 엄마 영혼이 그를 도와 살려줬나? 싶기도 하지만 계속에서 도진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걸로 봐서, 그가 그때 죽었고 본인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 한 채 시공간을 이동, 대학생들과 마주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영화 제목인 귀문은 한자로 鬼門 이렇게 씁니다.
즉, 귀신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들어온 자, 나갈 수 없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게 귀문으로 한 번 들어온 자 (대학생 3인과 도진)은 다시 밖으로 나가지 못 할거라는 걸 암시하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도진이 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는데, 그가 처음 02년도 현실에서 폐수련원으로 들어갈 때, 귀신들이 빠져나가지 못 하게 문에 주문을 걸고 들어갔습니다.
이미 살해당해 지박령이 되었고, 귀신은 빠져나가지 못 하게 본인이 걸어둔 주문 때문에 계속 폐수련원에 남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점은, 뻔하고 지치는 사연파 줄거리라는 것도 있지만, 캐릭터들이 매력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 개연성도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대학생 3인이 이 영화에 굳이 등장해야 할 의미도 찾기 어려울 뿐더러, 명확히 언제 죽었는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진은 퇴마사라면서, 귀신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문을 외우는 것, 지박령들을 성불시켜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퇴마 능력이 없습니다.
본인의 엄마도 여기서 굿판을 하다가 악령에게 지고 죽임을 당했는데, 그런 대단한 악령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서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혼자 들어간 것도 웃깁니다.
애초에 악령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이름만 퇴마사인 도진이 들어가, 그냥 귀신에게 쳐맞고 조롱당하다 끝나는 이야기라, 관객들은 이 단조로움에 쉽게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도진이 폐수련원 계단 벽면에 피로 찍은 손모양에 자신의 손을 대보는 장면으로, 도진이 곧 죽을 것이며, 자신의 죽음과 손도장도 알아채지 못하는 능력없는 퇴마사라는 걸 보여주고 있긴 합니다.
영화가 완전히 별로인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친절한 연출, 의미있는 캐릭터, 개연성, 오락성을 바라게 되는 영화입니다.
저는 연기 잘하는 김강우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작품 고르는 눈이 없는 건지, 그런 작품밖에 안 들어오는 건지 참 아쉽습니다.
이 영화가 2D, 4D, Screen X로 만들어지며 각각 결말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굳이 그 조금 다른 결말을 보기 위해 진부한 영화를 다시 볼 마음까지는 안 생기네요.
부디 감독님이 다음엔 조금 더 발전된 영화를 보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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