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미국은 명절이었어요.
추수감사절이어서 칠면조를 먹는 날이었죠.
목, 금, 토, 일 이렇게 4일을 쉴 수 있었고, 목요일에 6시간 운전해서 테네시에 있는 시가로 향했습니다.
보통 추수감사절에는 가족이 모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고 하는데, 저희가 1시쯤 도착했고, 시엄마가 음식을 많이 하시느라 3시가 다 되서 추수감사절 점심을 먹을 수 있었어요.
칠면조 구이를 비롯한 여러 미국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다음 날은 테네시에 사는 친구를 만나서 맨체스터라는 도시에 갔어요.
제가 그곳에 간 이유는, 이름도 긴 Old Stone Fort State Archaeological Park라는 공원이 있는데, 여기 경치가 좋다고 해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시누가 하이킹, 트레킹을 좋아하는데, 여기 간 걸 인스타에 포스팅했어요.
사진이 너무 예뻐서 테네시 가면 가봐야하지 하고 점찍어뒀었지요.
말이 공원이지, 이 안에 캠핑장도 있고 트렉킹도 있고, 걸어서 공원 반 바퀴를 돌면 3키로 정도 정도 되려나.
무튼 사이즈가 엄청 커요.
한국에서 말하는 공원이랑 미국에서 말하는 공원이랑, 기본 사이즈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전날 비가 와서 미끄러운 탓에 폭포에 아주 가까이는 가지 못 했지만, 저 멀리 물이 쏟아지는 기다란 폭포가 보여요.
저게 인공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폭포라고 하는데, 신기할 정도로 평평합니다.
물이 너무 깨끗해서 덜 미끄러운 길을 택해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와봤어요.
겨울이라 추웠지만, 여름에 오면 당장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물이 차고 맑아서 바닥이 다 들여다보였고,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물놀이를 해도 안전할 것 같아요.
테네시 살았을 때는 왜 이런 곳을 몰랐나 모르겠어요.
저랑 같이 간 친구도 현재 테네시에 살고 있는데, 본인도 제가 말하기 전까진 이 장소를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숨겨진 장소도 아닌데, 그렇다고 많이 알려진 장소도 아닌가봐요.
쉬원한 물소리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클릭해보세요.
저는 좋은 사진을 못 찍어서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빌려와 봤어요.
잘 찍으면 이렇게 멋진 모습을 찍을 수 있답니다.
물이 실크처럼 떨어지는 폭포수가 햇빛에 빛나서 굉장히 아름답죠.
이 사진도 남의 사진 갖고 왔어요.
더 아랫쪽에 있는 폭포수 근처에 가까이 가서 찍은 사진인 듯 해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요정들이 사는 곳처럼 예쁘게 나왔네요.
이렇게 큰 자연 폭포가 있는 곳이 어찌 '공원'이라고 생각할까요 ㅎㅎ
미국만 그런 건 아니지만, 미국도 참 천혜의 자연환경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살면서 다 가볼 순 있을런지 ㅎㅎ
별 건 아니었지만, 넓고 평평하게 뻗은 바위에서 길게, 또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니 기분 전환이 됐어요.
요즘에 한국 못 가서 살짝 우울해 있었는데, 이런 곳에 한 번 가는 것 만으로도 많이 웃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여름에 가서 꼭 물놀이를 하고 싶어요.
튜빙을 해도 너무 재미있을 듯.
이번엔 추워서 오래 있진 못 했고, 30~40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근처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올 여름에 새로 생겼다는 필리핀 식당에 갔어요.
쿠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에요.
여기는 아시아 사람 자체가 많이 안 보이는 지역인데, 필리핀 식당이 생긴 게 신기했어요.
미국인 남자와 필리핀 여자 부부가 차린 식당인데, 예상을 깨고 요리는 미국인인 남편이 하고 있었어요.
필리핀 식당인데, 식당 내부에서는 전혀 필리핀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요.
일부러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굉장히 모던한 인테리어와 음악이라서, 메뉴를 보기 전까진 일반 미국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알았을 거에요.
식당 이름인 '쿠보'는 필리핀어로 '오두막'이래요.
위의 사진이 필리핀식 오두막이고, 이걸 '쿠보'라고 부른다네요.
식당 내 바에 쿠보 미니어처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뒀어요.
다양한 필리핀 요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 눈을 사로잡았던 건, 필리핀 스타일 비빔밥이에요.
한식과 필리핀 음식을 퓨젼으로 해서 만든 비빔밥인가봐요.
아니면, 비빔밥이 좀 유명해져서 그걸 그냥 차용해서 이름을 갖다 쓴 것일지도.
사이드 메뉴에도 김치가 있습니다.
한식당이 아닌데, 비빔밥과 김치가 있는 것에 좋아해야 할 지 안 좋아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일단 밀크티를 한 잔 시켰어요.
본래는 버블티를 먹고 싶었는데, 제가 주문을 잘 못해서 버블이 빠진 밀크티만 왔습니다.
얼음이 좀 많이 들어있어서 슬러쉬 같았지만, 간만에 맛본 밀크티는 너무 맛있었어요.
닭꼬치처럼 보이길래 맛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어요.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다 먹질 못 했는데, 좀 짜기도 해서 밥 없이 이것만 먹기 힘들더라고요.
미국에서 파는 거라 짜게 한 건지, 원래 필리핀에서도 짜게 먹는건지 궁금해요.
이건 친구가 같이 쉐어 하자고 주문한 요리예요.
제가 좋아할 것 같다고 친구가 시켰는데, 친구 말이 맞았어요.
제가 주문한 닭꼬치보다 이게 더 간이 맞고 맛있어서 많이 먹었어요.
동남아식 얇은 면에 야채랑 닭고기를 볶아 만든 음식인데, 일본 요리인 야끼소바랑 좀 비슷한 느낌.
곁들여 나오는 달콤 짭짤한 소스는 찍어먹으면 더 맛있고요.
이름을 들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ㅠ
이게 바로 필리핀 스타일 비빔밥이라는 음식이에요.
맛은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비빔밥이라기보다 그냥 '덮밥'이라고 불러야 할 듯.
밥 위에 간장 소스로 볶은 돼지고기를 올리고, 계란 후라이 얹은 거거든요.
비빔밥의 '비비다'를 알리 없는 외국인들이 대충 밥 위에 무언가 얹고서는 비빔밥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고추장을 좋아한다는 제 친구는, 종업원에서 따로 고추장을 달라고 주문을 했어요.
근데 고추장이라고 나온 소스는 딱 봐도 '초장'.
맛을 보진 않았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살아온 제가 고추장을 모르겠습니까.
딱 봐도 회나 찍어먹을 초장이지 저건 고추장이 아니었어요.
이걸 알리 없는 친구는 초장을 저 음식 위에 붓고는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래, 네가 맛있으면 됐지 뭐... 비빔밥인지 덮밥인지, 고추장인지 초장인지가 뭐 얼마나 중요하겠니...
그냥 저만 조금 씁쓸했지만, 적어도 서양에서 '비빔밥', '고추장'같은 이름과 요리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는 거에 위안 삼을래요.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이게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폭포수가 멋진 공원도 가보고, 이국적인 필리핀 식당도 가보고요.
역시 '명절'이라는 것보다는 '쉬는 날'이라는 게 더 와닿는 기간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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